용유담은 지리산의 칠선계곡, 한신계곡, 백무동 등 아름다운 계곡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합류돼 흐르는 경남 함양의 임천강 상류부의 바위로 이뤄진 깊은 연못이다. 마적도사와 아홉 마리 용에 얽힌 전설이 있을 정도로 그 경관이 아주 아름답고 기암괴석이 널려 있어 ‘비경’으로 불리는 곳이다. 예부터 시인 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며, 조선시대 대유학자인 남명 조식(曺植), 일두 정여창(鄭汝昌), 탁영 김일손(金馹孫), 한사 강대수(姜大遂) 선생 등이 이곳을 찾았다는 기록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조선시대의 대표적 문인인 동계 조구명(趙龜命, 1693~1737)의 〈용유담 유람기〉 등 다양한 역사 문화적 사료들이 전해 온다.

불교적으로도 이곳은 남다른 가치가 있는 곳이다. 용유담은 실상사와 매우 가까운 위치여서 수많은 출가자들이 이곳을 무대로 수행하고 불법을 배우고 전파했던 종교적 장소이기도 하다.

농업 국가였던 조선시대에 중앙과 지방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행사 중의 하나인 춘령(春令) 반포와 관 주도의 기우제를 지낸 가장 대표적인 장소로도 유명하다. 조선시대 함양군수로 부임했던 점필재 김종직(金宗直, 1431~1492) 선생이 군민들과 함께 해마다 이곳에서 춘령을 반포하고, 가뭄 때는 용에게 비를 내려달라고 호소하는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용유담은 행정구역상 경남 함양과 전북 남원(인월)을 이어주는 영호남 소통로이자, 지리산 제1 관문이다. 특히 용유담에는 기기묘묘한 기반암이 넓게 펼쳐져 있고 움푹 팬 포트홀(침식지형)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포트홀은 기반암의 오목한 부분에 들어간 자갈이나 모래가 물살을 따라 돌며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낸 절경이다. 이러한 회전운동이 계속되면 오목한 부분이 점점 깊게 파이면서 수 미터의 구멍이 생기기도 한다. 아마 이 포트홀을 본 불자들은 몇 겁에 걸쳐 만들어진 수많은 번뇌와 기도로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용유담은 강원도 인제 내린천, 경기 가평군 가평천 등 한국에서 몇 되지 않는 포트홀 지역으로 아름다운 경관적 가치와 연구적 가치에 문화, 역사적 배경과 귀중한 생태적 가치 등 복합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즉 생명이 살아 있는 지리산 계곡의 연못이다.

그런데 이곳에 한국에서 가장 큰 댐을 만들겠다고 한다. 알다시피 세계적으로 댐은 사양산업이다. 그 이유는 뭇 생명을 죽이고 인간으로 하여금 고향을 잃어버리게 하기 때문이다. 지리산 댐은 1999년 추진되다가 실상사가 주축이 된 불교계의 반대와 전국적 반대운동으로 2001년 댐건설 장기계획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2002년 이후 3년간 3차례에 걸쳐 당시 천사령 함양군수가 주민 숙원사업으로 지리산댐 건설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지리산댐 건설 논란이 다시 시작되었다. 2007년 중앙하천심의위원회에서 ‘댐건설 장기계획 변경(안)’을 확정, 고시했고 지리산댐은 신규 후보지 3개소 중 하나로 명시되어 지리산 댐 문제가 다시 구체화되었다. 2009년 7월에는 중앙하천심의위원회, 낙동강유역 종합치수계획(보완) ‘임천수계댐’으로 고시되었다. 2011년 5월 국토해양부, KDI ‘남강댐사업 타당성 조사’에서 지리산댐은 다목적 상류 댐(1일 42만 톤)을 홍수조절용 상류 댐으로 전환해 추진할 것으로 명시되었다.

댐을 건설하려는 측은 댐 건설 이유에 대하여 명확하지 못하다. 1990년대 이후 낙동강 수질이 급격히 악화되어 부산·경남 주민들의 식수 대책을 위한 ‘낙동강 수질개선’을 위해 부산광역시는 대체 상수원 개발을 추진하였다. 특히 대구 위천공단 건립 계획이 발표되면서 먹는 물에 대한 부산·경남 여론이 악화되자, 대체상수원 개발을 위해 지리산 권역에 5~6개를 건설하려고 하였다. 정부의 식수댐 건설계획은 토지사용 제한 등,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으로 인한 지역주민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자 정부는 다목적댐(식수댐+기타용도)이라고 말을 바꾸었으나 이 또한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의 문제로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자 정부는 갈수 조정용 댐이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즉 정부는 지리산댐을 만들기 위해 여러 명분을 찾았으나 그때마다 말 바꾸기만 하는 등 명쾌한 이유가 없다.

만약 지리산댐이 들어서면, 용유담은 물론 지리산 칠선계곡 하단부가 수몰되고, 백무동, 한신계곡 등의 길목이 가로막혀 지리산 북부에서 천왕봉으로 향하는 길목이 모두 댐으로 가로막히게 된다. 다시 말해 지리산은 생명을 이어나갈 환경이 사라지는 것이다.

용유담 상류는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주요 생태통로의 하나이며, 멸종위기종 1급인 수달의 서식지인데 댐이 건설되면 서식지가 수몰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지리산 둘레길인 함양의 금계−동강 구간이 용유담을 포함한 이곳 엄천강을 따라 형성되어 있다. 댐 건설 시 이 구간 둘레길도 수몰되거나 직접적 영향을 받게 돼 모든 것이 수몰될 수밖에 없다.

댐으로 인한 수몰지역에서 보듯이, 댐은 사람의 고향을 먹어치우는 마귀와 같다. 우리 인간은 몇 겁의 시간 속에 겨우 찰나만 존재하는데도 욕심은 차고 넘친다. 마치 자신들이 현 지구의 자원을 다 쓰고 가야 하고, 자신들만 배부르게 살다 가면 된다는 것 같다. 우리가 진정으로 다음 세대를 걱정하고 불자로서 생을 이어가고 싶다면 생명을 단절시키고, 역사를 파괴하고, 고향을 잃어버리게 하는 거대한 토건업인 댐 건설에 심사숙고하고 이런 정책을 막을 수 있는 실천이 필요하다.

지리산에 댐을 지어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단지 특정 부처의 이기주의와 지역의 토건 세력이 야합한, 사업을 위한 사업일 뿐이다. 또한 규모나 목적, 추진 방법 등을 놓고 볼 때 지리산댐 건설계획은 국민 무시, 생명 경시 사업의 표본이다. 반민주적인 ‘제2의 4대강 사업’인 것이다.

반면, 이런 사업으로 우리 국민이 잃을 것은 너무나도 엄청나다. 논란이 되고 있는 용유담 사례가 잘 보여주듯 이 댐은 지리산 자연경관과 생태계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파괴한다. 수백 세대 가옥의 수몰로 농촌 난민을 양산하고, 주변 지역의 기후를 변화시켜 주민 생존권을 위협한다. 주변 문화재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지금 4대강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수한 생명과 유역 주민들의 고통의 신음을 듣고 있다. 정부가 먼저 지켜야 할 법적 · 행정적 책임은 내팽개친 채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정책을 펼친 결과이다.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파괴 여부, 지류 오염시설 방치, 농경지 피해, 생태계 변화 등 어떤 것도 조치된 것이 없다. 그 결과 강 유역의 생태계는 무참히 파괴되고 있으며, 유역 주민들의 고통과 생존위협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에 따른 피해는 해당 지역 주민들만이 아니라 전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지리산에서 이러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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