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찰음식을 생각한다

1. 들어가는 말

현재, 세계는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고 음식 관련 문제가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과거 개인의 식습관 정도로 여겨졌던 채식은 지구적 차원에서 현재의 생태적, 환경적 문제들을 해결 또는 완화할 유력한 수단으로, 그리고 인류의 식량문제 해결의 유력한 한 방안으로 간주되고 있다. 또한 육식과 패스트푸드로 대표되는 음식으로 인한 건강문제의 확산은 채식인 사찰음식이 사회적으로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보인다.
현재 음식행사와 요리강습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 사찰음식의 활동 내용은 종교 교단의 음식을 통한 실천이 근거해야 할 음식에 대한 철학 부재와 종교적, 사회적 실천에 대한 무관심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불교는 한국 내의 다른 종교가 갖지 못한 귀중한 문화유산인 사찰음식 문화와 음식과 관련한 자료의 보고인 대장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음식 레시피의 전파나 몇몇 음식 금기에 관한 문구의 반복적 독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은 현재 한국 사찰음식 활동과 관련하여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결정체로서 ‘사찰음식에 대한 내용성 확보’와 ‘음식을 통한 종교적 실천’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사찰음식 활동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사찰음식 활동의 현재

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의 사찰음식 관련 사업에서 가장 결여된 부분이 사찰음식에 대한 경전적 이해일 것이다. 다른 일반적인 음식과 달리 사찰음식 활동이 레시피나 음식적 요소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반드시 확보해야 할 것이 바로 불교경전이 담고 있는 음식에 대한 시각과 태도이며 이것을 체계화한 음식이론이다.
조리법 못지않게 선결되어야 할 문제인 경전적 근거와 불교적 이론체계를 확보하지 못한 가장 주요한 이유는, 이 사업의 주체들이 사찰음식을 ‘먹는 음식’으로만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사찰음식의 영양학적 약리적 특징이나 레시피에 거의 모든 활동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우연적이라기보다는 목적의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식은 두 번의 사찰음식 심포지엄을 통해 명확히 파악된다.
아래에서는 2010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문화부 사찰음식연구단의 ‘사찰음식 학술 심포지엄’ 그리고 2013년 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의 ‘사찰음식 정기 학술 심포지엄’을 통해 조계종이 사찰음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어떠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두 학술 심포지엄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을 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나는 불교 음식에 대한 이론적, 경전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노력이며 다른 하나는 사찰음식이라는 하나의 상품을 어떻게 대중화, 산업화, 관광자원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려는 시도들로 구성되어 있다.
2010년도 ‘사찰 심포지엄’의 5개의 발표 주제 중 3가지는 불교경전, 청규 등을 통한 사찰음식의 경전적 근거를 모색하고자 하는 주제였으며 나머지 2가지는 상품으로서 사찰음식의 발전방향, 대중화, 산업화에 관한 내용들이다.  
두 번째로 열린 2013년 ‘사찰음식 심포지엄’도 5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5가지 주제 중 문화관광 상품으로서 사찰음식의 관광자원화와 관련된 주제가 4개,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음식학으로 유명한 주영하 교수의 〈종교음식의 이론적 전망〉이란 주제의 발표로 구성되어 있다.
2010년도 심포지엄에서 경전적 근거를 구하고자 했던 3개의 발표는 불교학에서 ‘음식’ 주제에 대한 기존 연구의 부재와 불교학적 음식 논의의 초보성 속에서 불교의 음식에 대한 시각과 태도 즉 불교음식 이론의 윤곽을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국내와 국외를 막론하고 음식이란 주제에 대한 불교학적 논의는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2013년 심포지엄에서 주영하 교수의 발표는, 그가 한국에서 최초로 인문학으로서 음식학을 주창한 역량 있는 학자임에도, 불교의 음식 관련 내용과 그의 전공지식과의 거리로 인해 개괄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였다. 다만 그가 한국 사찰음식의 종교적 역할과 관련하여 제기한 사찰음식 활동에서 환경문제와 같은 사회적 이슈를 공유해야 한다는 주문은 불교계가 숙고하고 실천을 고민해 보아야 할 명제로 여겨진다.
즉 두 번의 학술 심포지엄을 통해 ‘사찰음식의 경전적 근거’나 ‘음식에 대한 불교적 시각과 태도’의 확보라는 결과는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명확히 가시화된 것은 이 두 번의 심포지엄을 통해 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이 사찰음식사업을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바라보는지 명확히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 두 심포지엄을 통해 현재 사찰음식 활동의 방향은 사찰음식을 ‘먹는 음식, 상품 혹은 관광자원’으로 생각하는, 대학 등에서 가정학, 조리학, 문화관광학, 호텔경영, 관광켄벤션을 전공한 전문가 그룹에 의해 주도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의 발표에서는 사찰음식을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산물로 이해하고 있는 시각은 보이지 않는다.
이 두 번의 심포지엄 중 현재 한국 사찰음식 활동 방향과 관련하여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2013년 6월 8일 열린 심포지엄에서 동국대 전통사찰음식 연구소장인 이심열 교수가 언급한 내용이다. 적문 스님의 〈한국 사찰음식의 문화관광 자원화 현황과 전망〉이라는 발표의 논평 형식으로 제출된 이심렬 교수의 토론문 4는, 논평문이라기보다는 이 교수의 사찰음식사업의 방향에 대한 견해들을 담고 있다. 이 토론문에서는 외국인들이 ‘발우공양을 가장 불편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발우공양 시 예법을 수행하면서 느끼는 문화적 거부감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가 언급하고 있는 이 말이 어떤 귀결을 의미하는지는 꽤나 명확해 보인다. 이후 이 교수의 토론문의 내용은 현재 한국사찰음식 사업의 진행 방향을 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각 사찰의 고유한 조리법, 문화관광 콘텐츠화, 사찰음식의 채식 위주 식생활과 발효음식, 건강증진 우수성 홍보, 국제적인 음식행사에 참여하여 사찰음식 우수성 홍보 등이다. 이 교수의 이러한 사찰음식 사업에 관한 언급은 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에 의해, 사찰음식 특화사찰 지정, 사찰음식의 채식성과 약리성, 그리고 발효음식으로서 특성 강조와 월정사 단기출가 프로그램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사찰음식의 건강증진 우수성 연구’ 등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교수의 사찰음식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음과 같이 정의되고 있다.

사찰음식은 한국 음식의 역사와 함께 형성되고 발전되어온 한국 고유의 음식문화중 하나로서 민족 특유의 문화적 종교적 성격을 갖는 관광자원이다.

중간에 길게 설명된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결하게 말하면, ‘사찰음식은 관광자원’이라는 규정이다. 관광자원은 관광객의 기호에 맞게 변형되고 상업적 왜곡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교수의 사찰음식에 대한 인식이 앞서 언급한 ‘발우공양이 외국인의 기호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라는 시각과 태도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사찰음식은 불교의 수행과 분리될 수 없는 종교적 문화적 결정체이며 사찰음식의 비종교적 이용은 사찰음식의 본질적 내용이 훼손되지 않는 차원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때문에 사찰음식이 불교의 음식관에 기반하여 본연의 종교적 실천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음식에 대한 불교적 시각과 태도를 확보하는 것이 선결 과제로 보인다.


3. 음식에 관한 불교의 메시지와 음식 규정의 한 예

음식과 관련하여 불교는 경, 율, 논 삼장에 걸쳐 음식에 대한 시각과 음식이 야기하는 욕망을 제어하는 계행 및 수행방식 등에 대한 정교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 전체를 언급하기보다는 현 사찰음식과 보다 긴밀히 연관된 두 가지 불교의 메시지들과 오신채에 관한 한 가지 주제만을 언급하기로 한다.

1) 음식의 맛에 대한 불교적 메시지
현재 한국사회는 TV와 기타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통한 음식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TV는 저녁 식사가 끝났을 시간대에 ‘맛있다고 절규’하는 방송들을 내보냄으로써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매체들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주로 ‘음식의 맛’을 무기로 우리의 입맛을 자극한다.
빨리 《자따까》 제14경 《바따미가 자따까(VātamigaJātaka)》는 ‘음식의 맛’과 관련하여 대단히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왕사성에 부유한 늙은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출가해버린 아들 때문에 명절날 눈물을 흘렸다. 이를 본 하천(下賤)한 여인이 그 이유를 묻고 자신에게 경제적 대가를 지불한다면 그 아들을 환속시켜 데려올 수 있다고 말하였고, 그 부모에게 아들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여인의 제의를 수용한 노부부는 많은 비용과 하인들을 그 여인과 같이 아들이 출가하여 머무르고 있는 사위성으로 보냈다. 사위성에서 출가한 아들이 탁발하는 거리에 거처를 정한 여인은 아들에게 그가 좋아하던 음식만을 보시했고 그 음식 맛에 빠진 출가한 아들은 어느 날 매일 맛있는 음식을 주던 여인이 보이지 않자 그 여인을 찾아 여인의 방에까지 들어가게 되었고 결국 음식 맛에 대한 탐착으로 출가생활을 그만두고 왕사성의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 《자따까》에 등장하는 젊은 비구는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음식 맛에 빠져서 계율까지 위배하고 결국 출가생활을 포기하고 재가의 삶으로 돌아오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여기서 좀 더 흥미를 끄는 것은 여기에 등장하는 하천한 여인이 이미 비구로서 출가한 노부부의 아들을 환속시켜 데리고 올 수 있다고 자신하는 모습이다. 즉 이 여인은 음식 맛이 얼마나 강력한 힘이 있는지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뇌과학자인 앤 켈리(Ann Kelly) 교수는 맛있는 음식에 지나치게 탐착하는 쥐의 뇌가 보이는 뇌 화학물질의 변화가 모르핀(morphine)이나 헤로인(heroin) 등과 같은 마약을 장기적으로 사용한 것과 유사한 변화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밝히고 있다.
즉 자신이 좋아하는 맛의 음식이 마약보다도 강한 탐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때문에 불교는 다양한 수준과 방식으로 음식의 맛을 제어하기 위한 내용을 전하고 있다.
빨리 비나야 바일제 제39조 ‘색미식계(索美食戒)’는 대표적인 ‘음식의 맛’에 대한 탐착을 제어하기 위한 목적의 계율로 언급된다. 인도불교 경전에서 미식(美食)의 대표적 음식으로 언급되는 유제품과 참기름, 꿀 등을 스스로 요구하여 얻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맛에 대한 제어는 비나야 중학법에 다시 등장한다. 불교계율에서 ‘음식 맛’과 관련하여 중요한 점은−불교의 ‘음식양’에 대한 경전적 언급도 마찬가지이지만− 비나야 바라제 목차 전체 속에서 음식 관련 계율의 배치와 역할이다. 여기서는 지면상 ‘바일제 식품(食品)’에 언급된 색미식계와 ‘중학법 식품(食品)’에 언급된 대표적인 계율 조항에 대한 언급에 그치기로 한다.    
《유가사지론》 등 불교문헌은 음식에 대한 탐욕을 미식탐(美食貪)과 다식탐(多食貪)으로 분류한다. 논서들의 이러한 분류는 이러한 탐욕을 제어하는 불교적 방식의 제시로 나타난다. 빨리 논서인 《청정도론》은 ‘미식탐’을 제어할 실천행으로 13두타행 중 ‘항걸식(恒乞食)’과 차제걸식(次第乞食)’, 즉 재가자들의 청식과 같은 미식(美食)이 많이 제공되는 초대받는 식사를 거부하는 ‘걸식’과 한 집도 건너뛰지 않고 걸식을 행하는 ‘차제걸식’으로 맛있는 음식만을 갈구하는 미식탐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삼는다.
또한 미식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감각기관제어에 가장 유력한 수단인 염처(念處) 수행과 불교에 있어 음식을 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수행방식인 ‘염식상(厭食想)’을 통한 음식에 대한 애착을 끊는 수행방식을 제시한다.    
맛과 관련하여 많은 세속 음식과 사찰음식의 차이는 어디에 존재하는 것인가? 그것은 세속 음식은 지속적인 맛의 추구라는 방향을 지향하고 사찰음식은 ‘음식의 맛에 대한 제어’를 기본적인 골격으로 한다는 점일 것이다. 맛과 관련하여 불교 음식인 사찰음식이 지향해야 하고 일반인들에게 전해야 할 메시지는, 해가 없는 음식재료에 대한 강조와 더불어 음식과 관련한 모든 문제의 원인이 되는 ‘맛’이란 제어의 대상이며, 맛있는 음식은 역설적이게도 음식 맛에 대한 제어를 통해 경험할 수 있다는 내용일 것이다.

2) ‘음식의 물리적 속성’과 ‘음식에 대한 마음가짐’
초기불교는 인도의 다른 종교, 즉 힌두교나 자이나교처럼 각각의 구체적인 음식재료에 대한 상세하고 엄격한 금기를 적용하기보다는 ‘음식에 대한 마음가짐’에 더 중점을 둠으로써 이 두 인도종교와는 다른 음식에 대한 태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불교의 음식에 대한 태도는 힌두교적 음식문화와 시각이 전면적으로 수용된 대승불교, 특히 《상액경(象腋經)》 《대운경(大雲經)》 《열반경(涅槃經)》 《앙굴마라경(央掘魔羅經)》 《문수사리문경(文殊師利問經)》 《능가경(楞伽經)》 등 대승 육식금지 경전의 등장과 더불어 음식에 대한 심적 태도보다는 음식 자체의 속성에 보다 초점을 맞추는 음식관이 전면에 등장하게 되었다.
현재 사찰음식에 관한 책자들이나 미디어에서 요리강습 등에서 언급되는 내용은 주로 ‘음식의 성분이 사람의 성품을 만든다’는 시각이다. 이것은 물론 중요한 불교의 음식관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만 강조하는 것은 불교가 지니는 음식에 대한 또 하나의 아주 중요한 시각이자 음식섭취에서 음식성분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음식에 대한 마음가짐’에 관한 귀중한 불교적 교설을 망각하는 것이다.
불교문헌들은 음식 일반이 가지고 있는 양과 맛의 문제를 비롯하여 음식이 야기할 수 있는 심리적, 수행적, 사회적 문제점을 먼저 명확히 인식한 상태에서 음식 섭취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3) 불교의 음식 규정: 오신채의 육식성
사찰음식의 특징과 관련하여 자주 언급되는 내용이 대승 육식금지 경전의 음식 금기인 육식, 술, 오신채 금지와 같은 음식금지 규정이다. 여기서는 이 세 가지 금지 규정 중 ‘오신채’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오신채에 관한 언급은 흔히 사찰음식을 직접 조리하는 스님들에 의해 ‘오신채 금지가 사찰음식이 가진 장점의 중요한 부분을 형성하고 있다.’는 뉘앙스로 주로 언급되며, 사찰음식에서 오신채 금지는 ‘날로 먹으면 성냄을 야기하고 익혀 먹으면 음심을 일으킨다.’는 《능엄경》의 경문에 근거하여 재가자들을 상대로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불교경전이 말하는 훈채에 관한 내용의 주 대상은 수행자 특히 출가 수행자들이며 그 목적은 재가자와 다른 독신생활을 하는 수행자들의 음욕을 제어하기 위한 것이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측면에서 훈채를 음욕과 관련하여 살펴볼 것이다.
인도에서 훈채 금기의 역사는 대승불교 이전의 바라문 계급의 음식 금기 규정으로부터 시작된다. 인도의 다르마수트라(Dharma sūtra) 계열의 문헌들은 바라문 계급에게 마늘, 파 등의 훈채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빨리 비나야 문헌에서는 비구니들의 마늘 식용과 관련한 엄격한 규정을 담고 있다. 그리고 《아육왕경》에서는 아쇼카 왕이 병이 들자, 왕비가 마늘을 넣은 음식을 제공하였지만 마늘은 부정한 음식이라 하여 거부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부파 율장이 보여주듯이 육식 금기와 마늘 금기 등과 같은 바라문적 금기들이 점차 사회적으로 힘을 얻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들이 불교문헌 속에 언급되는 것이다.
대승불교의 육식금지 경전에서 가장 금기성이 높은 음식으로 간주되는 ‘육식’ ‘술’ ‘훈채(葷菜)’는 한 가지 공통점을 갖는다. 즉 육식성이 강한 음식이라는 것이다. 음식의 육식성이 강하다는 이야기는 식욕과 성욕 간의 불가분적 관계와 식욕에서 성욕으로 필연적 전화라는 사고를 가지고 있는 인도 종교에서 가장 강력한 금기를 적용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여기서는 일반적으로 그 육식성이 이해되는 ‘육식’이나 ‘술’보다는 채소인 ‘훈채’가 왜 ‘육식성’을 가진 음식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다르마수트라(Dharma sūtra) 그리고 다르마샤스트라(Dharma śāstra) 문헌에서 ‘훈채’는 육류와 더불어 가장 부정성(不淨性)이 높은 음식이다. 때문에 마늘이 닿은 음식은 먹지 못하는 음식이 된다.
마늘의 부정성(不淨性)과 불가촉성, 그리고 육식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를 우리는 마늘에 대한 힌두 신화를 통해 볼 수 있다. 이 신화에서 마늘은 악마의 잘린 머리에서 떨어진 핏방울에서 생긴 것으로 묘사된다. 이 마늘생성 신화는 마늘의 본질이 청정하지 못한 우리 몸의 피와 체액에서 생겨난 부정성이 높은 식물이며, 그것이 비록 식물이지만 본질은 피와 체액에서 생겨난 육식성의 부정한 음식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대승 육식금지 경전이 금지하는 ‘육식’ ’술’ ‘훈채’는 육식성의 음식으로 규정되는데, 음식을 통한 식욕의 성욕으로 전화에서 성욕에 가장 가깝게 이들 음식이 위치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이들 음식은 성욕을 일으키는 가장 주된 음식이라는 것이다.
훈채와 성욕과의 연관은 능엄경 주석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능엄경관심정해(楞嚴經觀心定解)》는 오신채의 식용을 끊는 것의 주된 목적은 음욕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즉 대승 육식금지 경전이 ‘육식’ ‘술’ ‘훈채’ 금지를 주장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수행자의 음욕을 제어함으로써 본격적인 수행을 위한 육체적 조건과 토대를 확보하는 데 있다. 이러한 음식의 질적 규정과 더불어 불교경전에서의 ‘음식의 소량 섭취’에 대한 강조 또한 ‘다식(多食)’의 음욕으로의 전화를 제어하는 수행적 규정으로 언급된다.


4. 힌두교단 하리 크리슈나의 음식을 통한 종교적 실천

이 장에서는 현재 한국 조계종 사찰음식 활동이 결여하고 있는 제반 내용에 대한 반성적 모델로, 현재 세계를 무대로 전개되는 힌두교 비슈누파 종단 하리 크리슈나(Hare Krishna)의 음식을 통한 사회적 실천 운동인 ‘푸드 포 라이프(Food for life, 생명을 주는 음식)’의 취지와 그 활동을 소개하는 것으로 현 한국 사찰음식 활동의 방향과 내용에 대한 숙고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
‘음식을 통한 종교적 실천’을 목적으로 하는 이 힌두교 교단의 ‘푸드 포 라이프(Food for life)’ 조직이 설립된 것은 1974년이다. 이 운동의 창시자인 스와미 박티베단다 쁘라부빠다(Swami Bhativedanta Prabhupada)가 마을 어린이들이 남은 음식을 놓고 개들과 다투는 참상을 보고 “적어도 사원 주위 10마일 내에는 굶주리는 사람이 없게 하자.”고 제자들에게 말하고 바로 그날부터 음식을 만들어 가난한 어린이와 사람들에게 베푼 것이 시초가 되었다고 전한다.
현재 하리 크리슈나 ‘푸드 포 라이프’의 음식을 통한 종교적 실천 상황은 인터넷 사이트인 ‘Food for Life Global(http://www.ffl.org/about/affiliate-seal)’을 통해 상세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현재 이 비영리 채식 구호단체는 세계 6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노숙자를 위한 밥차, 밥 손수레 등 여러 형태의 ‘찾아가는 형태의 무료급식’을 매일 행하고 있다. 인도 전역에 걸쳐 약 150만 명의 극빈한 어린이들을 위해 매일 점심을 제공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는 모두 3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에게 매일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 하리 크리슈나의 채식음식은 조계종의 사찰음식과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잘 알려졌다시피 힌두교 비슈누파는 채식으로 유명한데 이 종단의 음식도 한국 사찰음식과 마찬가지로 육류나 마늘과 양파 같은 훈채를 사용하지 않는다.
훈채 금기의 이유도 이 두 전통은 거의 동일하다. 즉 매운 채소를 먹으면 우리 몸의 신경계를 흥분시켜 수행과 기도에 방해되며, 음욕과 성냄, 공격성을 증가시킨다고 이 두 전통의 음식들은 말하고 있다
다만 음식 금기에서 두 전통의 차이는, 인도 비슈누 채식 전통이 우유와 유제품을 사뜨바 음식, 즉 지혜를 증장하는 좋은 음식으로 여기는 반면, 동아시아 불교는 특히 《능엄경》에 근거하여 우유와 유제품을 동물 신체의 일부로 보며 이들 유제품의 이용을 불살생 계율의 위반으로 간주한다. 또한 동아시아 사찰음식에서 오신채 중 하나로 금기시하는 흥거, 즉 아사포에티다(Asapoetida)를 하리 크리슈나 음식에서는 금지하지 않고 사용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사회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과 적절한 양의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연재해와 인재에 의해 당장의 생존을 위협받는 세계 곳곳의 사람들에게 채식에 기반한 생명의 음식을 제공하며, 실행 가능한 수단으로서 청정한 음식과 자비로운 마음을 통해 세계의 평화와 하나 됨을 가져오고, 영적 평등성에 기반하여 (인간을) 후대하는 음식문화를 증진”시키려는 취지로 1995년 워싱턴 D.C에 만들어진 ‘푸드 포 라이프 글로벌(Food for Life Global)’은 세계 곳곳에서 성인과 결식아동을 위한 급식사업뿐 아니라 대사회적으로 동물권과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음식을 제공하는 활동을 통해 동물권에 대한 바른 인식과, 그 실천 방법으로 ‘육식이 아닌 채식’의 필요성과 윤리적 건강과 육체적 건강을 알리며 음식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지속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메시지를 무언중에 전하고 있다.
하리 크리슈나의 ‘푸드 포 라이프’의 활동 중 하나로 채식음식 요리강좌를 통한 채식 전파와 레시피 책 출간이 있다. 대부분 무료 책자 배포와 무료 강좌로 진행되는 채식음식 강좌는 요리 방법뿐만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종교적 음식 철학의 내용을 곁들인다. 이들이 출간하고 있는 채식 레시피 책의 구성도 요리강좌와 비슷한 형식을 띠고 있다. 즉 채식음식에 대한 레시피와 음식과 관련된 대사회적 메시지 그리고 종교적인 음식 관련 내용으로 구성된다.
음식 레시피 강좌와 더불어 언급되는 이들의 음식철학의 또 다른 내용은 《푸드 요가(Food Yoga)》라는 책에서 그 내용의 뼈대를 살펴볼 수 있다. 하리 크리슈나 교단의 세계적 종교적 음식 구호단체인 ‘푸드 포 라이프 글로벌’의 책임자이기도 한 폴 터너(Paul Rodney Turner) 가 쓴 이 책은 음식을 통한 종교적 실천 조직인 ‘푸드 포 라이프’의 음식과 관련된 그들의 인식의 외연과 내포를 보여준다. 간단하게 그 목차의 요점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a.음식요가, b.음식과 과학 c.형이상학 d.음식정치학 e.혀 f.말 g.음식이 주는 선물 h.음식을 넘어 i.음식명상 j.인간을 후대하는 인도의 베딕문화.

비록 이 책이 음식에 대한 방대한 내용과 체계를 가진 힌두교의 시각과 태도를 종교적인 측면에서 고찰하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음식을 통한 종교의 실천적 태도와 인식과 관련해서는 폭넓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건강과 연관된 식품영양학적, 의학적 언급과 레시피에 국한된 한국 사찰음식 활동이 사찰음식에 대한 불교경전의 이론체계 확립과 더불어 가장 먼저 눈여겨볼 내용을 이 책이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5. 맺는말

현재 한국 사찰음식의 활동은 주로 먹는 대상으로서 음식에 국한되어 있다. 한국 종교계에서 비록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천도교가 ‘밥과 영성’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고 ‘음식을 통한 종교적 실천’을 다른 종단에 제의하는 등 먹는 대상으로서 음식의 단계를 벗어난 논의들을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불교는 아직 먹는 음식의 단계를 벗어난 문화적, 종교적 결정체로서 사찰음식의 내용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또한 사찰음식을 밑받침하는 음식철학을 마련하지 못함으로써 그 실천의 내용에서도 ‘사찰음식 행사’와 ‘요리강습’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본문에서 언급한 조계종 사찰음식 활동과 힌두교 종단인 ‘하리 크리슈나’의 음식을 통한 실천 조직인 ‘푸드 포 라이프’의 활동은 이 두 조직이 가지고 있는 음식에 대한 시각과 태도만큼이나 실천상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불교의 음식을 통한 실천은 한국의 어떠한 다른 종교보다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잠재력은 아무 노력 없이 저절로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리 크리슈나’가 현재 가지고 있는 ‘음식철학’과 ‘음식을 통한 종교적 실천’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리 크리슈나’라는 종교 단체의 실천을 한국불교 사찰음식 활동의 이상으로 볼 필요도 없다. 다만 현재 필요한 것은 사찰음식의 활동이 현재적 조건에서 한 발이라도 더 자신의 음식에 대한 시각과 실천의 지평을 넓히고자 하는 인식과 노력일 것이다. ■

 

공만식
/ 동국대 불교학과, 동 대학원(석사) 졸업. 인도 델리대 불교학 박사. 위덕대, 조선대 강사, 동국대 연구교수 역임. 현재 영국 킹스 칼리지에서 음식과 명상의 관계를 주제로 박사과정. 주요 논문으로 The Biography of the Buddha in Pali Buddhism(박사학위 논문) 〈초기불교의 음식과 수행의 관계에 대한 고찰〉 등이 있고 역서로 《열반 그리고 표현 불가능성(Asanga Tilakaratne 지음, 2011)》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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