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성교학의 체계적 탐구와 해석 돋보여

《불교평론》은 2013년에 학술상을 새롭게 제정하여 저서와 역서를 공모했는데, 6종의 저서와 2종의 역서가 최종 심사 대상으로 올라왔다. 그중에서 본 심사위원회는 열띤 토론 끝에 신규탁 교수의 《규봉 종밀과 법성교학》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이 저서는 착실한 주를 단 역서와 끝까지 경합을 벌였지만, 역서보다 저서 부문의 우위를 주장하는 심사위원들이 다수였기에 최종 선정되었다.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
《규봉 종밀과 법성교학》은 저자가 그간의 연구 성과를 총정리하여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이다. 저자는 중국 불교사에서 ‘법성’이라는 개념을 발굴하여, 현재적 적용에까지 그 원리를 확장시키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법성’이란, 인간이나 세계 현상 속에 본질적으로 갖추어져 있는 ‘완전한 작용’이다. 이 작용은 생명체의 순수한 인식 능력은 물론 윤리적 판단과 행위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태의 시시비비를 가리고 판단할 수 있는 인식 능력까지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중국불교사에서 ‘법성’ 개념을 발굴하여 재해석하고, 나아가 그것으로 중국 화엄사상^선불교^정토사상을 비판적으로 새롭게 구성한다. 그리하여 인간의 다양한 사유 활동을 현재적 시점에서 정리해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가 기본으로 삼은 것은 당나라의 화엄학승이자 동시에 선종사 연구자인 규봉종밀의 철학이다.
이 책의 본론은 모두 4부(部)로 구성되었다. ‘머리말’에서는 중국불교를 연구하는 필자의 학문적 시각을 드러내었다. 그러기 위해서 기존의 한국^중국^일본 등지에서의 연구 상황을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연구에 필요한 ‘중국’이라는 새로운 시좌(視座)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4부로 구성된 본론 중, 제1부에서는 인도에서 들어온 외래 사상이 중국의 고유 사상과 갈등하고 섞이는 양상을 다루고 있다. 유^불^도 3교의 각축을 시작으로 불교가 어떻게 중국 땅에 정착하는지를 독자들에게 확인시켜 준다. 이 과정에서 불경의 번역과 해석, 그리고 목록의 제작과 대장경의 제작 등을 통해 중국적인 불교의 시작을 밝혀낸다. 제2부에서는 규봉종밀의 교학 사상을 네 방면에서 검토했다. 첫째는 인간의 본질을 중심으로 한 교학 이론의 측면에서, 둘째는 선종관의 측면에서, 셋째는 수행 이론의 측면에서, 넷째는 의례의 양상 등을 각각 검토했다. 저자는 제3부에서 자신이 구축한 ‘법성교학’의 제 양상을 다양한 측면에서 논증과 분석을 시도했다. 그리하여 종밀교학과 법성교학의 접점을 찾았고 그것이 화엄교학과 연결되는 양상 등을 상술하고 있다. 이 대목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제4부에서는 ‘법성교학’을 다양한 불교 현실에 적용하고 있다. ‘법성교학’을 잣대로 삼아 선과 정토 및 계율 등을 재해석하고 있다. 
저자에게 법성은 인간이나 세계 현상 속에 본질적으로 갖추어져 있는 ‘완전한 작용’이다. 법성의 작용에는 생명체의 순수한 인식 능력, 사태의 시시비비를 가리고 판단할 수 있는 인식능력은 물론 윤리적 판단과 행위까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의 말로 바꾸면, 법성에는 사실 판단과 윤리적 판단의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법성교학을 바탕으로 한국의 현실 속에서 새로운 신행 생활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불교평론》은 1999년 11월 창간 이래 독자들에게 약속해온 것이 있다. 불교사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역사 정치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조명하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우리는 이런 약속을 상기하면서, 법성의 능력을 확대한 사람이면 누구든 현대, 역사 정치 사회 현상을 폭넓게 이해하고, 더 나아가서 새로운 문명의 길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법성교학이 제시하고 있는 신행 생활을 충실히 따르는 사람들은 개인 구원의 차원을 넘어서, 지구의 삶을 지속시키는 데도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런 기대와 희망은 《불교평론》의 독자들에게도 낯선 것은 아니리라. 본 심사위원회는 다시 한 번 수상자인 신규탁 교수에게 축하와 격려의 말씀을 전하면서 무궁한 학적인 성취가 있기를 바란다. ■

 2013년 10월 24일
불교평론 학술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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