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명상 붐 어떻게 볼 것인가

1. 들어가면서

장현갑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21세기 벽두부터 명상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2003년 8월 4일 자 〈타임〉의 커버스토리가 “명상의 과학”으로 주목을 끌은 후, 2005년 1월 3일 자 〈워싱턴 포스트〉는 “명상이 뇌에 변화를 준다.”를 헤드라인 기사로 실었다. 〈뉴스위크〉는 2005년 9월 특별호로 “마음챙김 명상과 심신의학”을 주된 내용으로 다루었으며, 같은 해 신경과학회(Society for Neuroscience)는 11월에 개최된 연례학회에 기조연설 발제자로 티베트 불교의 승왕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여 “뇌의 가소성(neuroplasticity)”이란 제목의 강연회를 열었다.

명상에 관한 과학적 연구가 활발하게 된 것은 1993년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의 대체의학사무소(OAM)에서 명상 연구에 공식적으로 국가연구비를 지원한 후부터이다. 또한 2004년 미국과 캐나다의 의학전문대학원 대표자 회의에서 ‘통합의학’이란 새로운 교과목이 채택되었고, ‘마음챙김 명상’이 통합의학을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데 동의가 이루어졌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초기불교에서 비롯된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 수행법이 심신치료 분야에 널리 확산되어 심리치료의 ‘제3 물결’을 이루면서 심리치료사의 40% 이상이 이 명상법을 활용하게 되었다. 또한 매년 명상 관련 논문이 천여 편 이상 발표되고 있으며, 700여 곳 이상에서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감소(MBSR)’ 프로그램이 활용되고 있다. 이런 추세로 볼 때 명상은 이제 의학과 심리학의 뜨거운 연구주제와 심신치료 분야의 중요 치료방법의 하나로 대두된 것이다.

어째서 최첨단의 과학시대에, 최고 수준의 의료혜택을 받고 있는 현대인들이 왜 이처럼 고대 불교에서 기원한 명상에 열광하고 있을까? 두 가지 입장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현대사회에 만연하는 각종 심신장애가 정신적 괴로움, 다시 말해 심리적 스트레스가 빚어낸 질병이란 것이고, 다음으로 스트레스 관련 질병의 치유에 명상이 갖는 효과를 뇌 과학적 심리학적 효과라는 입장에서 살피려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현대인이 명상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아보고자 한다.

2. 심리적 괴로움이 질병을 만든다

1) 뇌의 부정적 편향성

산다는 것이 괴롭다는 것은 인류가 이 지상에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시작된 일일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괴로운 삶을 빗대어 ‘인생고해’라 했지만, 오늘날은 ‘스트레스 천국’이라 비유한다. 이 논고에서는 왜 삶이 괴로운 것인지 그 원인을 인류의 진화라는 관점과 뇌과학이란 관점에서 살펴볼 것이며, 나아가 괴로움의 불길이 퍼져 나가는 신경과학적 경로와 괴로움이 지속되면서 생길 수 있는 각종 심리적·신체적 질환의 발생 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인류의 진화는 우리의 뇌를 쾌감을 주는 것에 접근하기보다는 불쾌감을 주는 것을 회피하는 데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하였다. 이것은 진화의 역사 속에서 불쾌한 경험이 유쾌한 경험보다 생존에 더 큰 영향을 미쳐왔다는 뜻이다. 사실 인류의 원시 조상은 자신보다 몸집이 더 크고, 더 힘이 세며, 더 재빠른 포식동물로부터 부단하게 생존의 위험을 받아왔으므로 언제나 주변을 경계해야만 했고, 작은 움직임이나 낯선 소리에도 과민하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도망갈 준비를 해야 할 만큼 불안하고 긴장된 삶을 영위해 왔다.

이처럼 위험에 대처하는 불안한 반응이 평화로운 반응보다 생존에 더 강력한 역할을 해온 것이기 때문에 진화는 불쾌한 자극에 훨씬 더 강력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뇌를 만든 것이다. 그 결과 우리의 삶은 즐거움보다는 괴로움에 더 민감해졌다. 이런 괴로움에 더 민감한 부정적 편향성(negativity bias)은 오늘날의 우리 삶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몇몇 예를 들어보자.

첫째로 우리는 쾌감을 주는 자극보다 고통을 주는 자극을 훨씬 빨리 받아들이고 학습한다. 뜨거운 스토브에 한 번 손을 데고 나면 다시는 그곳에 손을 올려놓지 않는다. 이처럼 부정적 경험에 대한 학습은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 둘째로 공포나 불안과 같은 부정적 안면 표정은 행복이나 만족감과 같은 긍정적 안면 표정보다 훨씬 재빨리 쉽게 인지된다. 셋째로 불쾌한 경험은 유쾌한 경험에 비해 쉽게 기억되고 오래 지속된다. 이것은 부정적 경험의 잔재들이 기억의 뇌 창고 속에 더 많이 남아있다는 증거이다. 넷째로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이미 갖고 있는 것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바둥거린다. 이러한 보존의 속성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배우고 창조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끝으로 인간관계에서 한 번 상처받은 마음을 제자리로 되돌려놓기 위해서는 몇 배의 긍정적 경험을 되풀이해야만 한다. 예컨대 한 번 부인의 마음을 아프게 한 남편은 적어도 5번 이상 아내의 마음에 드는 행동을 해야만 한다.

이렇게 우리의 뇌는 부정적 자극에 민감한 ‘부정적 편향성’을 진화를 통해 물려받은 것이다. 비록 부정적 편향성이 과거 원시시대에는 생존에 유리했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오히려 우리의 삶을 괴롭히는 골칫거리가 되고 말았다. 부정적 편향성 때문에 우리의 마음은 평소에도 불안하고 우울하며 긴장상태를 보이는 경향성이 있어 쉽게 짜증 내고, 화를 내며, 슬픔에 빠지고, 죄책감이나 수치심 등의 부정적 감정으로 얼룩져 있다. 또한 과거에 대한 기억도 끔찍하고 무서웠던 경험들에 보다 쉽게 점화될 수 있다. 따라서 과거를 생각한다는 것은 곧 불타는 집 속으로 뛰어드는 격으로 괴로움을 키우기 쉽다.

그러면 어떻게 뇌가 괴로움을 만들어내어 느낄 수 있게 될까? 괴로움은 뇌 가운데 전전두엽이란 앞이마 쪽에 있는 뇌 피질의 작용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곳에서는 마음속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생각과 외부에서 들어온 자극경험을 두루 모아 가상의 모의실험, 즉 시뮬레이션을 한다. 우리가 흔히 실재한다고 믿고 있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전두엽에서 모사해낸 가상적인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뇌가 만들어낸 생각은 모의실험에 의한 가짜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믿는 것은 실재하는 현실이 아니라 만들어낸 환상이요, 꿈이고, 판타지이다.

이처럼 우리의 뇌가 만들어내는 생각은 실재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상현실에 바탕을 둔 백일몽이나 공상에 불과한 것이다. 불교에서는 마음이 어느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끝없이 방황하면서 만들어낸 온갖 생각을 일컬어 ‘번뇌’라 부르는데 이것이 바로 괴로움의 본질이라 본다. 따라서 괴로움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는 방황하는 마음을 어느 한 곳에 멈추어 서게 하며 마음의 동요를 막는 마음의 훈련, 즉 명상수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 괴로움의 증폭

마음의 동요를 그대로 두면 끊임없이 과거로 돌아가 불쾌한 기억을 들추어낸다거나 미래로 나아가 실재하지도 않는 가상의 불안을 붙잡아 이것들을 소재로 하여 온갖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가상의 생각이 신경망을 작동시켜 점점 더 괴로운 마음의 향연을 계속해나가는데, 이것이 바로 번뇌의 불길이 퍼져 나가 괴로움을 증폭시키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괴로움을 끊고자 한다면 ‘괴로움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허상에 불과하다.’는 기본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괴로움의 ‘뿌리’를 뽑아내고 행복한 세계로 가려면 흔들리는 마음을 ‘한곳에 붙잡아두어 방황하지 못하도록 하는’ 마음의 훈련부터 시작해야 한다.

만약, 번뇌의 불길을 효과적으로 다스리지 못하면 괴로움이 증폭되는데 다음과 같은 두 개의 신경경로를 통해 괴로움이 전파되어간다. 첫 번째 경로는 교감신경계(sympathetic nervous system; SNS)를 거치는 경로로서 ‘SNS경로’라고 부른다. 두 번째 경로는 뇌 속의 시상하부(hypothalamus)에서 시작하여 뇌하수체(pituitary)를 지나 부신(adrenal gland)에 이르는 하나의 축(axis)을 이루는 ‘HPA축’이라는 경로이다. 이 두 경로의 작동에 관해 설명을 덧붙여보자.

갑자기 어떤 위협적인 존재가 나에게 위협을 가하게 되면 먼저 편도체(amygdaloid nucleus)라는 정서를 지배하는 변연계(limbic system)에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한다. 이때 편도체는 뇌간이란 생명 중추에 명령을 내려 노어에피네프린(NE)이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켜 신체로 하여금 비상체제에 돌입하도록 한다. 이것이 바로 SNS 통로의 활성이다. 동시에 편도체는 시상하부를 자극하고 이곳에서 뇌하수체라는 내분비선의 총사령부에 명령을 내린다. 여기에서 다시 부신을 자극하여 에피네프린(E)과 조금 후에는 코티솔(cortisol)이란 강력한 스트레스호르몬을 분비하게 하는데 이 통로가 바로 HPA축이란 통로의 활성이다. 이 두 통로의 동시적 활성이 곧 번뇌의 불길이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과정이다.

에피네프린에 의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동공이 확장됨으로써 보다 많은 빛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게 만들며, 다량의 혈액이 팔과 다리로 흘러가게 함으로써 사지에 힘이 생겨나고, 빠른 기체교환을 촉진시키기 위해 기관지를 확장시키므로 비상대응 체제를 갖추게 된다. 보다 강력한 호르몬인 코티솔은 일시적으로 면역계를 억제하며, 장기적으로는 SNS와 HPA축을 계속 자극하여 위기반응을 부추겨 편도체의 기능을 더욱 왕성하게 자극한다. 그 결과로 신체는 만성피로상태에 빠져 기진맥진하게 된다. 편도체의 과잉 활동은 전전두피질의 지배능력을 떨어트려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한다.

3) 스트레스 관련 질병의 발생

괴로움, 즉 스트레스가 멈추지 않고 지속되면 SNS와 HPA축이 계속 자극되어 몸은 서서히 지쳐가고 시들어 가는데 이것이 두 번째 단계이다. 즉, 스트레스가 만성화되면 다양한 신체기능이 교란되어 끝내는 온갖 종류의 질병을 야기하게 된다. 첫째로 위궤양, 대장염,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같은 소화기계통의 질환들, 둘째로 일반 감기, 인플루엔자, 나아가 암, 외상적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각종 감염성 질환과 같은 면역계통의 장애, 셋째 동맥경화,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계 장애, 넷째로 제2형 당뇨병, 생리 전 증후군, 발기부전, 성욕감퇴, 불임과 같은 내분비계통 장애 등이 생긴다. 오늘날 병원을 찾는 외래환자의 80% 정도가 스트레스가 만성화된 결과로 생긴 이른바 스트레스 관련 질환자로 추정한다.

이러한 신체장애에 더하여 심리적 안녕감이 손상받게 되어 다양한 심리장애가 발생되기도 한다. 많은 심리장애 가운데 특히 불안과 우울이 가장 두드러진 예라 할 수 있다. 이 두 심리장애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자. 괴로움이 지속되면 편도체가 계속하여 경고음을 울려대므로 지속적인 불안상태가 야기된다. 이러한 지속적 불안상태를 상태불안(state anxiety)이라 부른다. 상태불안의 지속은 구체적 상황과는 무관하게 만성적으로 불안경향성이 높아지는 특성불안(trait anxiety)이란 한 단계 진행된 불안 단계를 만들어낸다.

만성적인 괴로움, 즉 스트레스 상태의 지속은 코티솔의 분비과다로 인해 해마의 기능을 억제하게 된다. 해마는 기억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뇌 구조이기 때문에 이곳이 기능적으로 억제되면 새로운 기억형성이 방해받게 된다. 또한 뇌 속에서 새로운 신경세포들이 생성되는 유일한 곳이 해마이기 때문에 이곳이 억압되면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어내지 못해 뇌 피질이 위축된다.

이처럼 만성 스트레스 상태가 지속되면 편도체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상태불안과 특성 불안이 높아지고, 해마를 억압하여 새로운 기억합성을 어렵게 만든다. 이런 상태에서는 의식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막연한 불안과 공포가 짙게 깔린 부정적 감정 상태가 만연하는 것이다. 이때는 작은 자극에도 쉽게 놀라고, 짜증 내고, 호들갑 떨고, 안절부절못하고,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기억이 잘 합성되지 못하므로 가볍게는 지금 본 것이나 금방 들은 것을 쉽게 잊어버리는 건망증에서부터 심하게는 기억 과정 전체의 손상이 일어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4) 우울증과 자살

괴로움이 지속되면 초기엔 불안과 짜증, 안절부절, 과민성 등 부정적 정서상태가 지속되다가 드디어는 모든 감정표현이 무디어지는 무감동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런 감정의 무감동 상태가 바로 우울증이다. 우울증에 이르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낯선 자극이 출현하게 되면 처음엔 그 자극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자극이 나타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적극적으로 자극의 의미를 탐색하고, 정신적으로 활력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반응은 SNS 통로를 거치는 것으로, 노어에피네프린에 의해 매개되는 정위반응(oriental response)이라 부른다. 같은 자극이 되풀이되면 그 자극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지면서 노어에피네프린의 분비가 줄어들고 대신 코티솔 분비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코티솔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기분이 저조하게 되면서 맥 빠진 상태가 된다. 호기심이 사라져 노어에피네프린이 바닥까지 내려가게 되면 기력이 완전히 사그라지는 무기력 또는 무감동 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이때가 바로 우울증의 시작이다. 만성적 괴로움은 또한 세로토닌이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 수준도 바닥으로 떨어트린다. 세로토닌은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결정적인 중요한 신경전달물질로 세칭 ‘행복 물질’이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세로토닌의 분비 수준이 낮아지게 되면 이미 낮아져 있는 노어에피네프린 수준도 바닥까지 내려간다. 이렇게 되면 우울감과 함께 매사에 흥미를 상실하게 되어 의욕도, 기력도 바닥 수준으로 내려앉는다.

만성 괴로움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 수준도 낮춘다. 도파민은 쾌감과 보상과 같은 즐거움을 매개하는 신경전달물질인데 이 물질의 분비 수준이 낮아진다는 것은 한때 즐거워했던 일들에 대해 흥미를 잃고 무덤덤해지는 것으로 최악의 우울 상태로까지 끌어내리게 된다. 이런 우울 상태에서는 삶의 가치를 상실한 채, 자기를 더욱 비하하고, 자신을 공격하며 자살을 상상한다거나 심지어는 자살을 시도하는 최악의 사태까지도 보여준다. 이런 상태가 가장 위험한 상태인데 스트레스가 만성화되어 괴로움이 지속되는 현대인의 심리상태가 바로 이런 경우로 비유해 볼 수 있다. 따라서 현대인의 우울과 자살은 피하기 쉽지 않은 안타까운 현실임을 인지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이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우울증이 많고, 자살률이 높은 나라라고 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그만큼 괴로움이 많아 정신건강 지표가 심각하게 흔들릴 정도로 악화되어 있다는 점을 경고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괴로움의 전파 확산 과정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은밀하게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그렇지만 화가 났을 때, 앞서 살펴본 생리적, 생화학적으로 일어나는 미세한 과정을 모두 민감하게 의식할 수는 없지만 화난 마음이 일어날 때마다 신체에서 일어나는 생리학적 변화나 생화학적 물질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적절한 대처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여성들이 겪는 생리 전 증후군이나 갱년기 증후군 같은 것에 대한 지식을 갖고, 이때 나타나는 우울감, 불안, 불편감 같은 심리적 특징이 생화학적 물질 변화에 기인한 것이라고 인지한다면 생리 기간이나 갱년기 시작과 함께 자신을 이해하고 여러 가지 괴로운 증상에 빠져드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화내는 마음은 오래가지 않는 일시적인 것이거나 하나의 환상에 불과한 덧없는 것이란 것을 알게 되면 화에 더 이상 끌려가지 않고 화를 내려놓을 수 있다. 이렇게 상황에 대한 알아차림과 함께 적절하게 대처해 나간다면 괴로움이 확산되고 증폭되는 것을 완화시킬 수 있다.
괴로움의 원인에 관한 이해는 희망과 의욕을 북돋우어 우리를 괴로움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다. 다시 말해 괴로움의 원인이 가상현실, 즉 환상에서 기인하여 뇌와 몸을 거쳐 일어나는 것이므로 그 원인을 알고 대처한다면 괴로움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명상의 주된 기능이 알아차림과 이완임을 이해한다면 규칙적인 명상을 통해 또렷한 알아차림과 이완반응을 통해 번뇌의 불길을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파하는 길목마저 차단할 수 있어 우리의 심신을 치유할 수 있다.

3. 명상이 지닌 치유의 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괴로운 스트레스의 쓰나미에 시달리고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삶의 괴로움을 완전히 피해가기는 어렵지만 그것에 현명하게 대처해 나갈 수는 있다. 그러면 삶의 괴로움이나 엄습해오는 스트레스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을까? 그 해답을 명상에서 찾아보자.
명상(meditation)과 의학(medicine)은 어간이 ‘medi’로 서로 같다. medi라는 말은 라틴어의 mederi에서 파생된 말로 ‘치료하다’라는 뜻인데 단어의 이런 어원에 따라 풀이해보면 명상은 마음으로 괴로움을 치료한다는 뜻이고, 의학은 약물로 괴로움을 치료한다는 뜻으로 풀이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현대의학이 발달하기 전인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온갖 질병의 치료에 명상, 기도, 주술과 같은 마음으로 고통을 치료하는 마음치료가 질병치료의 주류를 이루어왔다. 《동의보감》에서도 “마음의 혼란에서 병이 생기고[心亂卽病生] 마음의 안정으로 병이 스스로 치유된다[心定卽病自癒].”고 언급하고 있고, 최고의 의사를 마음을 잘 다스리는 의사[心醫]라고 한다. 이처럼 전통의학의 핵심은 ‘마음의 힘으로 병을 다스리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명상은 수련하는 방법에 따라 집중명상과 통찰명상으로 나눈다. 전자를 사마타(samatha) 수행이라 부르는데, 어떤 특정한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으로 만트라 명상이나 참선이 이에 속한다. 후자는 위빠사나(vipassana) 수행이라 부르는데, 이것은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감각, 느낌 또는 생각 등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판단하지 않은 채, 고요히 살펴보는 것으로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이라고도 부른다.

불교에서는 마음 수행의 목적이 “삶의 괴로움을 넘어 안락한 세계로 가는 데[離苦得樂]” 있으므로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명상수행은 멋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요즘 병원을 찾는 많은 환자들이 스트레스가 직·간접 원인이 되어 병원을 찾게 된 환자들이므로 약물로서는 그 병의 근본 뿌리를 뽑을 수 없다. 따라서 정기적인 마음수행은 이들의 질병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2009년 발표된 루비아(Lubia)의 논문을 보면 우울증, 약물남용과 알코올남용과 같은 정신장애가 전체 질환의 31%를 이루고 있는데 2020년이 되면 우울증이 모든 질병 가운데 랭킹 1위가 될 것이라고 WHO가 예측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현재 이런 심리적 질병들은 효과적인 치료법이 따로 없고, 현재 행해지는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로는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킬 뿐이다. 게다가 약물치료는 경제적 부담이 많고 부작용 또한 무시할 수 없어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하였다. 이런 문제에 대해 경제적 부담도 부작용도 없는 명상이 최고의 대안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1993년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의 보완 대체 의학 연구소(NC-CAM)의 초대 소장이었던 도지(Dossey) 박사는, 21세기 의학은 기(氣)나 에너지로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텔레소매틱 의학(telesomatic me-dicine)이 주도할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도지의 예언처럼, 21세기 벽두부터 통합의학(integrative medicine)이라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이 의료 장면에 도입되어 새로운 의료의 시대 전개를 예측하게 한다. 다시 말해 2004년 미국과 캐나다의 22개 주요 의학대학원 원장들이 모여 통합의학 아카데미를 만들었고, 통합 의학의 주된 내용으로 ‘마음챙김‘을 채택하기로 하는 데 동의가 이루어졌다. 이 모임에서 이들은 의사나 건강 관련 전문가들이 마음챙김과 마음챙김을 통해 양성되는 비판단적 알아차림이 없다면 치료자와 환자 간의 관계는 너무나 쉽게 실종될 것이며, 환자가 가진 무한한 성장과 치유의 가능성이 무시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므로 마음챙김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질병치료에 핵심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010년의 경우 미국 내 심리치료 전문가의 40% 이상이 마음챙김 명상을 환자의 치료에 사용하고 있으며, 마음챙김과 관련 있는 논문이 일 년에 천 편 이상이나 출판되고 있고, 700여 곳의 의료 현장에서 마음챙김 명상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마음챙김에 기초한 심리치료는 심리치료의 제3 물결이라 불리면서 많은 심리학자와 의사들에 의해 널리 연구되고 활용되고 있다. 명상을 통해 치유되는 질병으로는 고혈압, 불면증, 우울증, 불안신경증, 과다한 적개심, 공황장애, 강박증과 같은 심리적 장애와 만성통증, 섬유근통, 심장병, 소화기 질병, 피부병, 암, 제2형 당뇨병 등과 같은 신체적 질병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4. 명상이 어떻게 심신의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가

1) 뇌과학적 치유기제

1980년대 이후 명상이 질병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임상적 결과가 보고되기 시작하면서 명상과 뇌 활동과의 관계를 알아보는 연구와 심신치료 효과를 뇌과학적 치유 메커니즘으로 설명하려는 가설들이 보고되고 있다. 이런 연구들은 명상이 뇌 활동을 바꾸어 심신장애를 치유할 수 있다는 고무적인 연구들이다. 먼저 명상수련으로 뇌의 기능을 바꾸어 심신의 장애를 치유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을 먼저 살펴보자.

두 가지 중요한 명상수련 방법의 하나인 사마타 수련은 마음을 어느 한 곳에 집중하는 것으로 마음과 몸의 안정에 이르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한다. 사마타형의 명상인 이완반응(일종의 진언수행) 명상을 하면 뇌파가 알파파와 세타파를 보인다. 이런 뇌파는 몸과 마음의 이완 상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특히 세타파가 나올 때는 ‘이완/각성’이라는 모순적 상태가 동시에 뇌 속에서 일어난다. 다시 말해 깊은 이완상태에 들어가면 뇌 활동은 전반적으로 이완되어 안정된 상태가 되지만, 주의집중과 유쾌한 정서 활동을 관장하는 뇌 부위들의 활동은 오히려 각성되어 고요한 마음상태와 유쾌한 감정상태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마타 수련으로 심신의 이완이 깊어지면 뇌 속에서는 일산화질소(nitric oxide; NO)라는 기체성 물질이 분출되어 미세한 뇌혈관들이 확장되어 뇌 속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그 결과로 심신이 건강하게 된다. 이 연구를 주도한 하버드 의대의 스테파노 박사 등은 NO 분출에 따른 심신의 변화를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NO 분출은 뇌를 효율적으로 작용하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을 촉진시켜 긍정적 감정 상태를 야기하며, 혈류의 이동을 도우므로, 심혈관계 질환을 개선하고, 에스트로겐의 효과를 높여 폐경기 우울증을 개선하며, 성적 무력증을 개선하고, 면역 기능을 강화한다.” 이처럼 명상을 통한 NO의 분출은 각종 스트레스 관련 질병의 치유를 매개하는 뇌과학적 메커니즘으로 주목을 끈다.

한편 신경과학자이면서 심리학자인 데이비슨 박사는 사람들이 불안, 분노, 우울과 같은 불쾌한 감정을 느낄 때는 우측 전전두피질(오른쪽 이미 부위의 뇌피질)이 좌측 전전두피질에 비해 활동성이 높고, 반대로 열정에 차 있고 기력이 넘치며 낙천적이고 쾌활한 긍정적 감정을 느낄 때는 좌측 전전두피질이 우측 전전두피질에 비해 활동성이 더 높다는 것을 수백 명의 환자 연구를 통해 알아냈다. 그래서 데이비슨 박사는 우울이나 불안이 심한 환자에게 마음챙김 명상을 시키면 우측 전전두피질의 우세성에서 좌측 전전두피질의 우세성으로 바뀌면서 부정적 정서가 긍정적 정서로 바뀔 수 있는지를 임상시험을 통해 규명해보려 하였다. 그리하여 데이비슨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심한 한 생명공학 연구원의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8주간에 걸쳐 MBSR을 훈련시켰다.

결과에 의하면 명상을 한 집단은 하지 않은 통제집단에 비해 좌측 전전두피질의 우세성이 높아졌고 긍정적 정서도 높아졌으며 업무에도 보다 적극적이고 열성적이었다. 또 명상집단은 비명상집단에 비해 면역기능이 보다 상승되어 감기에 덜 걸렸으며 비록 감기에 걸린 경우라 하더라도 증상이 경미하였다. 좌측 전두엽의 우세성으로 많이 기울어진 사람일수록 면역치가 더 상승되고 보다 적극적으로 일하고 쾌활한 정서를 보였다. 이것은 8주간의 MBSR과 같은 마음챙김 명상수련으로 부정적 감정이 지배하는 뇌의 기능에서 긍정적 감정이 지배하는 뇌 기능으로 바뀔 수 있고, 면역체의 기능을 상승시켜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보다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결정적 증거를 보여준 것이다.

2011년에는 독일의 신경과학자 휄젤 등은 명상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8주간에 걸쳐 마음챙김 명상(MBSR)을 실시한 집단과 명상을 하지 않은 통제집단의 뇌를 MRI를 통해 비교하였다. 명상집단은 비명상집단의 피험자에 비해 학습, 기억, 그리고 감정조절을 담당하는 뇌 중추인 해마(hipp.ocampus)와 연민의 마음을 지속하는 전방 대상회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그리고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측두―두정 경계부위 뇌피질 등에서 신경세포체가 밀집되어 양적으로 팽창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것은 짧은 기간의 명상으로도 학습, 기억, 정서조절, 자비심, 인지기능과 같은 고차원적인 정신능력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기능과 구조가 바뀌어져 우리의 마음을 긍정적인 쪽으로 바꾸어 놓는다는 결정적 증거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증거들은 명상수련을 통해 몸과 마음의 괴로움이 자연스럽게 치유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011년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데이비스 캠퍼스의 토니야 제이콥 박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명상은 수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염색체의 말단에는 텔로미어(telomere)란 작은 부분이 있다. 체세포가 분열하면 텔로미어가 점점 짧아지는데 이것이 모두 사라지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을 하지 못하고 죽게 된다. 그런데 이 텔로미어의 단축을 지연시키는 텔로메라제라는 효소가 있다. 이 텔로메라제의 활성이 높아지면 텔로미어의 단축을 저지시켜 노화를 늦추고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스트레스는 텔로메라제의 활성을 낮추어 생명을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이콥 박사를 비롯한 15명의 연구자들은 하루 3시간씩 3개월간 집중적으로 명상을 한 집단은 명상을 하지 않은 집단에 비하여 텔로메라제의 활성이 평균 30%나 더 높은 것을 발견하였다. 연구자들은 명상이 스트레스반응을 낮춰 텔로메라제 효소의 활성을 높이기 때문에 세포의 노화를 늦춘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 연구의 결과는 명상이 생명을 연장하는 장수 기능이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매우 획기적인 연구 결과라 할 것이다.

마음의 집중을 주로 수련하는 사마타계의 명상이건, 알아차림을 주로 하는 마음챙김 명상이건 명상을 계속하면 망상과 번뇌가 지배하는 부정적 뇌기능센터(우측 전전두피질)로부터 밝고 낙천적인 마음이 지배하는 긍정적 뇌기능센터(좌측 전전두피질)로 기능의 우위성이 바뀌게 되고, 이에 따라 면역 기능도 상승되고, NO와 같은 기체성 물질이 분출되면서 뇌혈관이 확장되고 뇌의 활동이 상승되어 심신이 건강하게 된다. 나아가 학습, 기억, 감정조절, 연민과 공감, 인지기능과 같은 고차적 정신활동을 지배하는 뇌 피질의 해부학적 변화까지도 일으켜 마음과 몸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바뀐다. 다시 말해 ‘마음을 수행하면 뇌가 바뀐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천 년간 이어져 온 명상수련이 고뇌에 찌든 우리의 삶을 보다 맑게, 보다 건강하게 치유하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뇌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2) 심리학적 치유기제

이제부터는 명상의 치유기제를 몇 가지 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명상이 개별성으로부터 전체성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한다는 것이 심리치유의 기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만연하는 각종 심신장애의 원인은 부분 또는 개별성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 개체와 전체 간의 연결성이 단절되는 파편화 때문일 수 있다. 이런 생각은 게리 슈왈츠의 체계이론(system theory)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체계이론에 따르면 모든 생명체는 낮은 하위체계와 보다 큰 상위체계와의 상호조절에 의해 기능한다고 보는데, 만약 하위체계와 상위체계 간에 단절이 생기면 이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정서적 억압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한 주의(self-attention)에 장애가 생기면 유기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과정들에 대한 알아차림에 단절이 생긴다.

이처럼 자신에 대한 주의의 장애, 즉 부주의(disattention)는 몸과 마음과의 관계에 단절(disconnection)을 낳고, 이 단절은 부조절(dis-regulation)을, 이 부조절은 무질서(disorder)를, 그리고 무질서는 질병(disease)을 불러온다는 것이 체계이론의 질병발생 이유이다. 이것을 치유의 입장에서 보면 명상으로 자신의 마음과 몸의 미세한 변화에 주의를 집중하게 되면 단절로부터 연결이, 연결은 부조절로부터 조절로, 조절은 무질서로부터 질서를, 질서는 장애로부터 평안감(ease)을 가져와 치유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슈왈츠 박사는 정서적 억압과 같은 자아 방어기제를 잘 사용하는 사람은 신체 과정에서 파생하는 정보에 부주의하기 쉬워 심혈관계의 질병을 잘 보여준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과 몸에 대한 자기 탐지력이 증가하면 자기조절능력이 향상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몸(身), 감각(受), 마음(心), 현상(法)에 관한 탐지력을 높이는 사념처(四念處) 수련, 즉 마음챙김 수련은 자기조절 능력을 높여주어 심신건강을 회복시켜 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명상을 통해 치유가 일어나는 것을 몇 가지 심리적 관점의 변화로 볼 수 있다. 첫째는 무아(無我)라는 관점으로의 변화라는 입장에서 고려해볼 수 있다. 즉 명상을 통해 자기 자신의 관점에만 집착하는 이기적 관점에서 보다 큰 자연과 서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관점으로 바뀌게 되면 치유가 일어날 것이란 것이다. 즉 개별적인 미시적 시각에서 거시적 시각으로 관점이 바뀌게 되면 비록 지금 직면하고 있는 문제나 고통을 다루는 방식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즉 고립무원이라는 절망적 관점에서 모두가 더불어 있으므로 서로 수용하고 통제 가능한 존재라는 관점으로 바뀌게 되면서 신체적 증후가 감소되거나 신체조건이 개선될 수 있다.

이처럼 명상을 정기적으로 거듭하게 되면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자신과 객관세계를 바라보게 된다. 이런 지각적 변화는 드디어 극적인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는데 이런 돌발적 변화가 바로 브레이크아웃(breakout), 다시 말해 영성적 변화일 것이다. 이 경지가 오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불변하는 존재로 보아왔던 종래의 견해에서 자신이 우주와 연결되어 있는 보다 큰 존재이며, 변화무상한 존재로 보게 될 것이다. 이런 인지적 변화가 이루어지면 비록 스트레스와 고통이 엄습해온다 하더라도 금방 그것에 반사적으로 자동반응하지 않고 사태를 보다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는 능력이 향상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명상에 의한 심리치유를 ‘인지치료’ 또는 ‘통찰치료’라 할 수 있다. 궁극적인 자기변혁이란 곧 ‘나(我)’라는 에고의 감옥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정된 나는 없다’라는 무아의 경지와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무상의 경지를 발견하고 에고의 감옥에서 해방되어 참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
둘째, 명상을 통해 주의집중 능력이 커지면 치유능력 또한 커진다. 마음이 하나로 모이게 되는 일념(一念)이나 아예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무념(無念) 상태에 머물 수 있다면 치유가 일어나는 것은 자명하다. “비록 어디에 있던 그곳에 주인공이 되면 있는 그 자리가 모두 참된 자리이다(隨處作主 立處皆眞).”라는 《임제록》의 가르침이나 “비록 당신이 어디에 있거나 그곳에 당신이 존재한다(Wherever you go, there you are).”라고 한 MBSR 개발자 존 카밧진의 말처럼 어디에 가든 그곳에 마음의 흔들림이 없는 주인공이 되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어떤 형태의 에너지이건 한곳에 집중되면 엄청난 힘이 생겨난다. 비유컨대 태양광선을 볼록렌즈로 통과시켜 한곳에 초점화시키면 엄청난 열이 일어나는 것을 관찰해 보았을 것이다. 같은 이치로 마음이 혼란스러우면 병이 생기지만, 마음이 집중되면 병이 저절로 치유된다는 《동의보감》의 가르침이라든가 마음을 한곳에 모으면(精神一到) 못 이룰 일이 없다(何事不成)고 하는 가르침도 바로 마음집중이 지닌 치유의 힘을 강조한 것이다.

셋째로 자신의 반응에 대한 탐지력의 증가가 치유의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음챙김이란 지금 이곳에 일어나는 현상들을 관찰하는 마음훈련이다. 이런 관찰에서는 관찰하는 나, 즉 관찰자아(觀察自我)와 반응 또는 체험하는 나, 즉 체험자아(體驗自我)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인식하는 자기, 즉 인식의 주체이고, 후자는 체험하는 자기, 즉 인식의 객체이다. 그런데 평소 우리는 관찰자아와 체험자아를 구분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인식의 주체인 ‘내’가 지금 밥을 먹고 있는 체험을 하는 ‘나’를 구분하여 알아차림 하지 않고 오직 밥 먹는 반응에 빠져있는 ‘나’에게만 함몰되어 있다. 이처럼 우리는 인식주체로서의 나와 인식객체로서의 나 사이에 명확한 구분 없이 동일한 것으로 생각하여 순간순간의 체험 속에 함몰되어 나를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경험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림 하는 명상을 수련하게 되면 인식주체와 인식객체가 서로 분리되어 체험하는 나를 인식하는 내가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체험 자체에 함몰되어 끌려가지 않고 체험하는 나를 떨어져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순간순간 경험하는 정서 경험에 따라 자동적으로 반응해왔던 종래의 반사적 행동들이 줄어들고, 한 발짝 떨어진 경지에서 자신이 체험하는 욕망, 감정 등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마음의 현상을 또렷하게 알아차림 함으로써 개개반응에 반사적으로 휩싸여 가지 않고 알아차림 하는 속에서 평정한 마음을 잘 유지해갈 수 있다. 이것을 두고 마음챙김 명상은 또렷한 알아차림 속에서 고요한 마음상태를 유지해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넷째로 명상은 비판단적 태도의 함양과 수용성의 증가를 통해 치유의 능력을 키운다. 비판단적 수용태도란 지금 체험하고 있는 경험에 대해 어떤 해석도 비판도 없이 있는 그대로 느끼고 수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수용적 태도란 지금 체험하고 있는 경험들에 대해 마음을 열어 솔직하고 여유 있게 수용하는 태도를 말한다.우리는 일상적인 체험을 범주로 나누어 마음에 드는 것은 수용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배척한다. 이러한 판단적인 분별 태도는 우리의 내면에 깊이 스며들어 우리의 말, 감정, 사고, 태도 등을 결정한다. 그리하여 마음에 들 때는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맹목적으로 따르지만, 반대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실망감과 적개심을 느끼면서 무조건적으로 거부하거나 배척한다.

명상은 이러한 판단적이고 선별적인 태도를 누그러뜨려 있는 그대로 수용하여 알아차림 하도록 한다. 이러한 무선택적 수용태도는 자기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장시키고, 자기수용의 범위를 넓히게 된다. 이러한 편견 없는 순수한 마음과 넉넉하고 관용적인 태도를 기르는 것이 바로 자기치유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5. 현대생활에서 명상의 적용과 활용

현대사회는 지나친 경쟁과 급속한 변화라는 스트레스가 특징이다. 이런 스트레스로 얼룩진 현대사회에서 명상은 여러 가지 면에서 유용하게 적용되고 활용될 수 있다.

첫 번째로 명상이 유용하게 활용될 부분은 의료 분야이다. 2000년대에 들어와 명상이 만성통증이나 우울증과 같은 스트레스 관련 질병의 치료는 물론 암환자의 치료까지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예컨대 캐나다 캘거리의대 스펙카 박사팀은 암환자 집단에 명상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기분장애와 스트레스 수준이 유의미하게 경감된다는 것과 면역 활동이 증가된다는 것을 10여 년간 계속하여 거듭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양호한 변화는 프로그램이 끝난 6개월 후까지도 지속된다고 한다.

필자도 지난 10여 년 동안 국내에서 수백 명의 환자와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8주 동안 명상프로그램을 실시했고 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명상을 한 환자들은 두통, 요통, 견비통 등의 만성 통증이 개선되고 불안, 우울, 공황 등의 심리적 증세가 개선됐다. 유방암과 전립선암 환자의 경우 불면증이 줄어들고 삶의 질이 나아지는 걸 관찰했다. 일반 성인들도 불안, 우울, 강박감, 민감성, 적개심, 공포감 등의 부정적 정서가 줄어들어 삶의 질이 높아졌다. 이처럼 명상은 여러 종류의 심신장애의 치료에 효과적인 치유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두 번째로는 학교 장면이다. 신체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충동과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은 심할 경우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를 보이기도 하고 항간에 문제 되는 것처럼 알아차림 없는 무절제한 폭력, 심지어는 성폭력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명상은 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돌리도록 하는 데 유용할 것이다. 최근 필자는 교육청의 요청에 의해 적응장애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명상캠프를 마련하고 명상을 통해 이들 학생의 적응을 돕는 일에 참여한 적이 있다. 또 중학생들에게 학과가 시작되기 전 아침에 10분에서 30분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명상 CD를 제작하여 학생들이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했으며, 초중등교사 5,000여 명에게 MBSR 수련을 통해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연수교육을 행한 바 있다.

세 번째로 일터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데도 명상이 도움될 것이다. 스트레스의 강도가 너무 심하거나 너무 낮으면 직원의 건강도 나빠지고 생산 효율성도 떨어지게 되어있으므로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조절하여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명상을 그 대안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필자는 국내의 몇몇 대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MBSR을 소개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노인들과 교통사고나 불의의 사고로 인한 장애자들에게 명상수행은 보람 있는 일이 될 것이다. 필자는 MBSR이 노인의 치매예방과 인지기능 활력에 도움된다는 예비 연구결과를 얻은 바 있고 장애자의 심신기능 재활에 명상을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최근 들어 대학에서도 ‘행복학’이라는 명상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심리학자 벤 사하르 박사가 개설한 행복학 명상 강의에 학부 학생의 20%가 몰려들어 화제가 됐다. 한국의 모 대학에서도 ‘삶의 기술’이라는 명상 과목이 교양과목으로 개설되어 관심을 끌었고, 학생들의 강의 평가도 매우 만족스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이란 어떤 객관적 지표에 이르렀을 때 얻는 게 아니라 주관적으로 느끼는 만족감의 정도이다. 몸과 마음은 하나이다. 마음이 건강해지면 몸도 건강해진다. 규칙적인 운동과 명상, 충분한 수면과 건강한 식습관, 즐거운 마음가짐이 행복으로 가는 고속도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고 치열한 경쟁이 가속화되는 현대사회에서 명상이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장현갑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동 대학원 졸업(심리학 박사).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가톨릭의과대학 외래교수, 한국심리학회 회장 등 역임. 주요 저서로 《생물심리학》 《마음챙김》 《마음vs뇌》 《스트레스는 나의 힘》 《명상에 답이 있다》 등과 역서로 《붓다브레인》 등이 있다.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 5개 분야에 11년 연속 등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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