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출가자들의 여성관과 현재 종단 내 여성 출가자들의 지위권익과의 연관성을 알아보고자 2012년 11월에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설문 내용에는 수행하다 50세 이전 질병, 또는 사고로 사망한 여성 출가자들의 인적사항을 묻는 항목을 넣었다. 조사대상 샘플은 비구니선원 14군데와 강원 1곳 등이다. 설문지는 2012년 12월 15일부터 600부 배포했으나 선원 4곳, 강원 1곳에서 지난 1월 17일까지 166부가 회수되었다. 회수된 응답들로 보아 응답하지 않는 이유가 충분히 유추가능하여 추가조사는 하지 않았다.
응답자의 세납 분포는 강원 한 곳의 응답 수가 많고 출가연령이 높아져서 30~40대가 가장 많았다. 이들의 대부분은 승납 10년 이하였다. 불교적인 여성관 질문에서 《본기경》 내용은 절반 이상이 모르고 있었으나 절대다수가 남녀 근기의 우열은 없다고 보고 있었다. 이 같은 양성평등 의식은 불교적 가르침에 의한다기보다는 세속적 평등문화에 더 많이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따라서 내생에 남자로 태어나야 한다든가, 여성은 업장이 두텁다든가 하는 왜곡된 여성관은 도리어 출가 이후에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수행의 완성인 성불과 해탈의 이해에 관한 질문에는 세납이 많을수록 성불의 경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설문에 이 문항을 넣은 이유는, 이른바 여성의 몸으로는 성불할 수 없다는 설에 대한 교리적 이해가 어느 정도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불교에서는 사람의 본성이란 근기의 차이가 있을 뿐, 존재의 우열은 없다고 가르친다. 올바른 출가수행은 이러한 가치판단에 근거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응답자의 3분의 1가량이 세속 여성에게 출가를 권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출가 외에도 수행할 수 있는 길이 많은 데다, 열악한 수행환경 때문이었다.
그런가 하면 여성 출가자의 종단 내 행정적 지위와 의사결정권이 제한되는 사실을 절반 이상이 모르고 있었다. 이는 교구본사나 중앙종무원 이상의 행정직을 맡을 기회도 지극히 희박한 데다 여성 출가자의 행정지위와 표결권이 제한된 배경을 잘 알지 못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남성 출가자로부터 가장 많이 겪는 부당대우에 대한 응답에서는, 남성 출가자에 대한 무조건적 존중 요구와 여성비하였다. 따라서 종단 내에서 여성 출가자의 지위와 권익을 개선하여 남성 출가자와 동등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대다수였다.
한편 최근 10년간 사망 당시 나이 50세 이하인 여성 출가자의 인적사항에 대한 설문에서는 사망까지 승단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한 사실이 나타났다. 종단은 승려복지법을 제정하여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에는 재적승의 의료보험료를 본사와 거주 사찰에서 분담하라는 법조항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것을 시행하는 사찰은 한 군데도 없다. 승려복지연금제도도 세속의 국민연금 가입자에 한해서 주는 혜택이어서 공과금 감당이 힘겨운 스님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여성 출가자의 지위 및 권익 개선에 대한 응답도 주목된다. 20대 여성 출가자들은 여성차별을 언급하는 《본기경》의 내용을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믿기 어렵다는 응답이었다. 그 이상의 세대들에게서는 현시대에 맞게 남녀의 차이를 고려하여 교육기회, 권익균등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여성 출가자 스스로 자기비하를 금하고 경전의 재해석을 통해 교단 안에서 불교 본래의 평등한 제도개선을 바라고 있었다.
현재 조계종의 여성 출가자는 종헌에만 언급되어 있고 종법에는 전혀 없다. 주요 종무직 피선거권, 즉 종무원 후보자격도 제한되어 있다. 종단의 최고 승직인 종정, 중앙기관의 원장, 본사주지는 종법에 비구로 명시하였다. 또 호계원의 징계심사위원인 호계위원도 여성 출가자는 없다. 중앙부서 한 곳을 제외한 모든 부서장과 본사 국장마저 남성 출가자가 맡고 있다. 때문에 여성 출가자는 안목을 넓히고 행정업무 경력을 쌓을 기회마저 보장되지 않는다. 산중총회의 경우도 교구본사 주지 후보자(교구본사가 총림인 경우 제외), 총림 방장 후보자를 선출할 때 산중총회의 구성원에서 여성 출가자의 참종권을 남성 출가자의 5분의 1로 제한하고 있다(2012년 9월 개정). 개별의사 표결제도인 직선을 지양하고 몇몇 어른에게 권한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사찰의 관리운영에서도 비구니 스님들은 소외되어 있다. 현재 조계종 전체 공찰은 948개로서 주지 임기내(2008. 09. 19~2012. 09. 20)의 사찰은 840개다. 이중 비구니가 주지인 사찰은 190개이고 이것은 전체 비구니(5,044명)의 3.7%에 해당한다. 조계종 전체 사설사암 1,554개 중에서 주지 임기내 사찰은 932개인데 그중 비구니가 주지인 사찰은 487건이고 이것은 전체 비구니의 9.6%에 해당한다(2012. 10.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 통계). 나머지는 대체로 은사 스님 아래 있거나 미등록 사설사암이나 실버선원에서 안거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구니 스님들의 거주 형태나 활동 영역도 살펴보면 93.5%에 해당하는 여성 출가자들은 불안정한 주거상태에서 포교, 수행활동 중이다.
조직구성원이 많을수록 가장 민주적인 지도자 선출방법은 승속을 통틀어서 선거라는 제도다. 부처님이 생존할 당시 한곳에 모여서 가족적 연대감으로 지내던 때와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 수행 포교하는 지금은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럼에도 왜곡된 여성관을 교단운영에 적용하는 시대적 교리적 역행이 강화되고 있다. 이는 불교가 인간 욕망을 제어하는 종교라는 점에 비춰보아도 어불성설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여성 출가자의 3분의 1이 스스로 출가자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조계종 여성 출가자의 성 정체성 혼란은 왜곡된 근거에 의한 여성비하적인 수행풍토에 기인하고 있으나, 절대다수의 여성 출가자는 양성평등 가치관에 근거한 제도적 보완을 바라고 있었다.
불교는 부처님이 깨달은 연기법과 평등사상에 입각할 때 그 가치가 빛난다.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불평등구조는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수행환경 개선과 원활한 포교활동을 위해 조계종은 여성 출가자들에게 조직구성원으로서 동등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 권리를 누가 감히 제한할 수 있는가. 부처님은 무엇을 가르치고자 했는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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