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디지털 문명 시대와 불교

박수호
덕성여대
사회학과 겸임교수
1. 머리글

정보화로 표상되는 현대사회의 급격한 변동은 새로운 사회 환경을 구축하고 있으며, 사회 전반에 걸쳐 그에 상응하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사회 각 영역은 정보화로 인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종교의 영역에서는 기본적으로 정보통신기술을 매개로 하여 기성종교 및 신흥종교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대중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통로가 열렸고, 종교와 관련된 정보와 경험이 유통되는 장이 제공되었으며, 새로운 성원이 유입되는 창구가 마련되었다.

특히 인터넷은 그러한 변화가 발현되는 대표적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인터넷이 개인의 신앙심을 강화하는 도구로, 종교기관의 홍보나 교세 확장 수단으로, 혹은 종교 공동체 내부의 의사소통을 강화하는 기제로 활용됨으로써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종교 활동 공간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정보사회에서 종교의 변화상, 사이버공간 자체의 종교성, 종교 조직의 인터넷 활용과 그 결과 등이 새로운 연구 주제로 연구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한편 다소 폐쇄적인 홈페이지와 커뮤니티 서비스를 중심으로 전개된 인터넷 시대, 즉 웹1.0의 시대를 지나 보다 개방적인 블로그와 UCC 등의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리면서 개방과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웹2.0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기되었다. 이후의 정보통신 기술 발전은 디지털 융합의 단계로 나아가면서 다양한 융합미디어의 등장을 촉발하고 있다. 인터넷 기술과 모바일 기술을 융합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들은 이질적인 개별 기술들을 상호 융합하여 만들어낸 새로운 미디어의 대표적 사례이다.

여기서는 융합미디어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는 소셜 미디어와 포교의 관계를 상론하고자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를 포교의 차원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검토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융합미디어와 다양한 차원의 소통 양식을 정리할 것이다. 다음으로 웹1.0 시대에 불교가 인터넷을 통해 대중과 어떻게 소통하였는지를 검토한 뒤, 소통 양식에 비춰 평가할 것이다. 이어서 소셜 미디어의 특성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간략히 정리하고, 이들을 포교적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안을 소통 양식의 차원에서 모색하고자 한다.

2. 융합미디어의 등장과 소통 양식의 여러 차원

다양한 개별 미디어의 특성을 기술적으로 결합하는 융합미디어는 기존의 미디어가 충족시키지 못했던 소통의 욕구, 다시 말해 모든 사회구성 단위에서 제약 없이 자유로운 소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미디어 사회의 출현을 이끌어내고 있다. 거의 모든 사회적 관계가 미디어를 매개로 하여 이루어지는 상태를 의미하는 미디어 사회는 인간과 미디어의 공진화 과정을 거쳐 새로운 통합적 사회질서를 요구한다.

 단선적 진보와 이성 중심주의를 핵심 원리로 삼은 근대적 사유는 표준화, 단순화, 획일화로 점철된 근대사회의 폐해를 초래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성과 차이를 강조하는 탈근대적 사유체계의 등장은 이질성에 대한 관용과 수용, 조합성 혹은 구성성을 중심으로 하는 퓨전 문화를 자연스러운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여기게끔 했다. 미디어 사회는 바로 이러한 탈근대적 사회^문화 구조에 조응하는 새로운 사회질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융합의 논리는 미디어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사회질서의 핵심 논리이다. 분산되고 상호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네트워크를 통해 부단히 이동하고, 필요에 따라 약한 연대로 긴밀히 연결된 개인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사회 영역의 내파와 경계이완이 초래하는 교차, 침투, 섞임, 분화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융합의 논리이다.

다양한 구성 요소들의 역동적 상호작용 과정에서 우연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조합적이고 구성주의적인 피드백으로 예기치 못한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창발성의 원리는 미디어 사회의 융합 현상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개방과 피드백에 의한 상호침투와 그로 인한 비선형적 인과성은 창발성 원리의 기본 특징이다. 창발성의 원리와 융합의 논리에 뿌리내리고 있는 탈근대적 주체로서 개인은 네트워크를 통해 끊임없이 상호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려 한다는 점에서 소통적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편재하고 있는 미디어를 통해 관심이 가는 모든 이슈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교류하며, 교감을 시도하는 미디어 사회의 개인은 소통지향적 생활방식을 담지하는 신종족으로서 ‘호모 미디어쿠스’로 규정할 수 있다. 이러한 호모 미디어쿠스의 출현은 새로운 사회구성 원리로서 소통 합리성에 대한 관심을 유발한다.

김문조는 이와 관련하여 근대사회가 하버마스가 주장하는 규범적 소통 합리성에 의해 규율되는 사회였다면, 향후 전개될 융합적 미디어 사회는 인문주의적 소통 합리성을 근간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문조의 주장은 툴민의 인문주의화에 기초하고 있지만, 툴민의 대안도 여전히 근대적 기획의 틀 안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융합사회의 소통 양식을 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아렌트의 내러티브 방법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데 유용한 자원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인문주의적 소통 합리성은 도구적 합리성으로 인한 인간 소외 같은 근대적 주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통해 인간적 삶을 온전히 복원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상호성에 입각한 상호 인정과 이해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하며, 구체적인 개별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맥락적 요소와 관계의 복합성과 그로 인한 창발적 결과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김문조가 주장한 바와 같이 맥락적 고려를 중시하는 인문주의적 소통 합리성이 단지 다양한 이견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 그치게 되면, 소통 자체에 내재된 근본적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통합과 실천의 전제는 충족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다원화된 이견들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소통의 필요성이 더욱 요구된다. 소통이 각 주체들 사이의 상호작용이라고 한다면, 의미를 주고받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의미의 교환을 통해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인정을 토대로 서로에게 유익하면서 통합을 저해하지 않는 실천행위를 이끌어내야 한다. 

기존의 소통 양식 논의는 주로 메시지의 교환 방향(일방적 소통−쌍방향적 소통), 발신자와 수신자의 수(1:1, 1:多, 多:1, 多:多), 매개체의 유형(구어적 소통−문어적 소통−전자언어적 소통) 등 커뮤니케이션의 형식에 근거하여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논의는 커뮤니케이션을 분석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유용한 점이 있지만, 실질적인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대한 분석이 쉽지 않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더욱이 커뮤니케이션 형식에 근거한 소통 양식 논의는 다양한 미디어적 기능이 하나의 미디어 기기로 수렴 혹은 융합되는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결정적 한계를 가진다. 따라서 이에 적합한 소통 양식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에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소통, 보다 정확히는 커뮤니케이션은 메시지 전달자와 수신자가 의미의 교환과 해석을 통해 각자의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켜가며 서로에게 적응해 가는 과정이라는 본질적인 논의로 돌아가서 소통 양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메시지 교환을 통한 태도와 행동의 변화라는 커뮤니케이션 본래의 의미를 중심으로 소통 양식을 검토하게 되면, 소통 과정의 내용과 질적 변화에 주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적 변화에 주목하면, ‘정보적 소통−설득적 소통−맥락적 소통−동조적 소통’이라는 소통의 질적 발전 단계를 구성할 수 있다.

〈그림 1〉 소통 양식의 질적 발전 단계 

 

정보적 소통은 상호작용의 당사자들이 서로의 문제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행위에 강조점이 주어진다. 따라서 상대방의 피드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메시지가 상대방에게 접수되었는지가 중요하며, 그런 점에서 소통의 방향은 일방향적이다.

정보적 소통을 통해 상호 간의 문제를 인지한 다음 단계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의견을 교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통 당사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정당화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평가와 가치 판단을 통해 논리적 이해를 시도한다. 상대방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게 되면 문제해결 방안에 대한 설득이 완료된다는 점에서 이 단계의 소통은 설득적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납득하는 것과 상대방의 입장을 수용하는 것은 별개의 소통 과정을 요구한다. 객관적 자료에 의해 제시된 의견은 자체로서 논리적 구성물이며, 내재된 논리 전개에 문제가 없다면 납득이 가능하다. 그러나 상대방의 의견에 논리적으로 수긍이 간다 해도 그것을 흔쾌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그런 의견을 제시하게 된 맥락에 대한 타당성이 성립되어야 한다. 상대방이 처한 상황과 그런 맥락 속에서 선택한 문제해결 방안이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리 논리적인 의견이라 해도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상호 납득한 논리적 문제해결 방안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개연성을 확보함으로써 맥락에 대한 타당성이 입증되어야 하고, 이를 토대로 상호인정이 교환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단계는 맥락적 소통 단계로 규정할 수 있다.

상대방의 의견을 납득하고 수용하는 것과 그에 상응해서 자신의 행동을 구체적 실천으로 드러내는 것은 또 다른 소통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납득하여 수용한, 즉 합의한 문제해결 방안을 도덕적으로 정당한 것으로 간주하고, 상대방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동조적 소통의 과정을 통해서 실천적 참여라는 소통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동조와 자기 동일시는 감정적 반응을 통해 구체화되는데, 이를 통해 관련된 사회적 행동에 참여할 의향이 높아진다.

미디어 사회에서 소통이 제로섬 관계가 아니라 시너지를 내는 창발적 관계로 승화되고, 사회통합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피상적인 소통의 형식이 아니라 소통의 내용을 중심으로 심층적이고 질적인 차원의 소통 양식을 추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맥락적 소통을 넘어 동조적 소통으로 나아가는 질적 발전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3. 불교의 인터넷 활용과 평가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데이터베이스와 미디어, 커뮤니티, 생활세계로서의 성격을 갖추고 있다. 여기서는 불교가 웹1.0 시대의 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해 왔고, 어떤 한계를 드러냈는지를 정리할 것이다. 이후 그러한 활용과 평가를 소통 양식의 제 차원에 비춰 종합적인 평가를 내리고자 한다.

1) 데이터베이스로서 사이버공간

사이버공간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수용되는 초기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부각된 점은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인터넷은 정보의 교류와 분산 저장이라는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개발되었고, 이미 천문학적 양의 지식과 정보가 저장^유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네티즌 스스로가 정보의 생산자이자 동시에 소비자인 프로슈머로서 자격을 획득했고,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네트워크에서 정보는 무한복제 및 재생산 과정을 거쳐 집단지성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불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 및 공공도서관, 불교 관련 각종 포털 사이트, 불교계의 각종 단체나 사찰, 불자 개개인이 저마다 불교에 대한 정보들을 사이버공간에서 집적 및 유통시키고 있다. 고려대장경, 한글대장경, 한국불교전서, 대정신수대장경, 빨리대장경, 속장경 등 다양한 판본의 대장경들이 이미 전산화되어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음은 단적인 예이다. 이 외에도 교리와 수행 등에 관련된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들이 무궁무진하다.

사이버공간이 방대한 양의 불교 정보를 축적하고 유통시키는 통로가 되고 있음은 불자 네티즌들의 사이버공간 이용 실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불자 네티즌들은 불교 사이트를 ‘정보의 공급처’로 인식하고 있으며, 불교 정보를 얻고 교리 학습을 위해 불교 사이트에 가입하고, 실제로 불교 정보의 획득을 불교 사이트에서의 주된 활동으로 삼고 있다. 불교 사이트에 대한 인식과 가입 동기, 이용 행태 등에서 사이버공간이 불교 정보의 전달 공간이라는 점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 정보의 생산과 관련하여 생산자, 콘텐츠의 질, 정보 관리 등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불교 정보의 생산자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사이버공간의 정보 생산은 교수나 연구원 등 전통적인 지식 및 정보의 생산자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특성 고유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더욱 강조되면서 다양한 UCC 자료들이 양산되는 등 정보 생산자의 지위가 더욱 개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교 정보의 생산은 여전히 전통적인 지식정보 생산자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전반적인 추세이다. 물론 ‘여법’한 정보여야 한다는 교학적 엄밀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일반 불자들의 정보 생산에 일정한 한계가 있음은 인정한다. 그러나 불자들의 근기가 다양하듯이 불교 정보의 수준도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 애초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설하신 대기설법이라는 원리에 비추어 보아도 다양한 수준의 불교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리나 수행에 대한 이념형적 전형이 타파되어야 할 것이다.

콘텐츠의 질과 관련한 문제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천편일률적인 정보의 범람이다. 이 현상은 정보의 무조건적인 복제, 콘텐츠 기획력의 부재 등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찰이나 불교 사이트에 게재된 콘텐츠는 사찰이나 단체의 소개를 제외할 경우 대동소이하다. 특히 경전과 관련된 콘텐츠는 차별화된 사이트를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이것은 불교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콘텐츠들이 경전과 같은 1차 자료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새롭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기획해서 생산하는 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이를 담당하기 위한 인적 자원의 양성이나 능력 개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보 관리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하나는 기존에 축적된 정보의 오류를 바로잡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속적인 업데이트의 문제이다. 불교 정보의 입력 오류는 기본적으로 무조건적인 복제를 지양하고, 기획된 콘텐츠의 생산으로 어느 정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은 불교에 대한 왜곡이나 비방 정보들이 생산되고 유통된다는 점이다. 최근 네티즌들의 자발적 참여로 구축되고 있는 다양한 정보들로 인해 불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왜곡된 불교 정보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앞으로 불교 정보 관리의 핵심 과제로 등장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사단에서 불교바른정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종단과 불교학계의 공동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속적 업데이트는 사이트 운영의 기본 원칙이라는 점만 강조하고자 한다.

2) 미디어로서 사이버공간

사이버공간은 현실 공간에서는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 기존 매체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메시지를 전달하고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디어의 속성을 갖는다.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블로그는 1인 미디어이면서 동시에 RSS나 트랙백 등의 기능을 통해 유사한 관심사를 갖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함으로써 대안매체로서 가능성과 역할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기존 매체들이 일방향적인 데 비해 사이버공간은 쌍방향적 미디어라는 점에서 미디어로서의 활용성과 효과가 높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기존 불교 사이트와 커뮤니티 등은 미디어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했다.

따라서 사이버공간이 미디어로서 갖는 속성에 주목할 경우, 불교는 신도와 사찰, 종단, 사회를 잇는 중층적이고 총체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이버공간이 다양한 메시지가 서로 소통되는 공간이고,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의사소통 구조의 구축은 실현 가능성이 높은 매우 현실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구축된 의사소통망이 단순히 불교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일방향적 매체로 전락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의사소통망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층위의 구성원들과 상호작용 속에서 특정 사안에 대한 불교적 해석이나 불교의 입장을 밝힘으로써 부처님 가르침에 입각한 여론을 조성하고 불교의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3) 네트워크로서 사이버공간

사이버공간의 본질적 속성은 컴퓨터 네트워크와 이를 이용하는 네티즌들의 네트워크이다. 시공간적 제약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조건을 초월하여 구성되는 이 네트워크는 사이버공동체의 모습으로 구체화된다. 사이버공동체는 자발적 참여와 평등의 원리를 기본 규범으로 하는 정보사회의 대표적 공동체 유형으로 관심의 공유에 기반을 두고 있다.

불교는 이상적 공동체의 전형으로 승가공동체를 제시하고, 승가공동체를 통해 이상사회의 구현을 추구하며, 출가와 재가 사이의 쌍무적 관계 속에서 사부대중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매우 공동체성이 강조되는 종교이다. 이처럼 공동체를 강조하는 불교에 있어서 사이버공간의 네트워크적 속성은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된다.

사이버공간이 시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무한 확장될 수 있는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시공간적 한계에 구속되는 현실공간의 불교적 관계망을 퍼다 넓게 확장시킬 수 있다. 실제로 사이버 공동체의 구성원들 중에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하지 않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과 사귈 수 있게 되었다는 경우가 많다.

또한 비대면적이기는 하지만 이메일이나 게시판, 미니홈피, 블로그 등을 통해 정기적이고도 빈번한 상호교류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사회적 유대감은 매우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실에서는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 명예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사회적 관계가 왜곡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지만, 사이버공간은 탈맥락적이고 익명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적 관계를 구축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빈번한 상호교류가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 속에서 유지되는 공동체는 이상적 공동체가 될 수밖에 없다. 사이버공간에 건설해야 할 불자들의 공동체는 바로 그러한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불자 공동체의 내실화를 추구하는 구체적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동체의 내실화는 의사소통, 의사결정, 갈등관리의 차원으로 구분해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의사소통 차원에서는 공동체 구성원이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 창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이 쌍방향적으로 교류되고, 합리적인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적절한 관리 시스템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의사결정 차원에서는 불자 공동체 내의 쟁점으로 부각되는 사안에 대한 정보들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구성원들의 자유롭고 평등한 참여를 통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그러한 의사결정이 실제로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보장도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갈등관리 차원에서는 ‘조화, 책임, 공유, 신뢰를 통해 함께 번영하자’는 불교적 사이버윤리의 원칙을 구현하는 자율적인 규범의 형성과 실천이 요구된다.

4) 생활세계로서 사이버공간

사이버공간은 그 자체로 새로운 포교 환경이 되고 있다. 실제로 사이버공간은 대부분의 일상생활이 영위되는 생활세계로 변모한 지 오래다. 물건을 사고팔고, 사람을 만나고, 직장 업무를 수행하고, 오락과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되면서 사이버공간은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 이것은 불교의 대중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이버공간이 종합적인 신행 공간으로 구축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사실 사이버공간은 이미 그런 종합적 신행 공간의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다. 교리나 수행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얻고, 도반들과의 공동체 생활을 경험하고, 사찰이나 종단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여론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멀티미디어 자료들을 통해서 법회나 여러 의례들을 체험하기도 한다. 108월드나 사이버불교대학같이 예불을 하고 교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중단 없는 신행생활’을 실현할 수 있도록 사이버예불과 사찰 참배를 가능하게 하는 사이버 기도도량인 108월드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예불을 할 수 있고, 자기만의 법당을 장엄할 수 있으며, 불자들과의 신행 공동체를 꾸려나갈 수 있는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108월드는 종합적 신행 공간의 출발점이 되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종합적 신행 공간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균형성의 유지와 정보 접근성의 확보이다. 현재 사이버공간에서 나타나는 종교 활동은 교리 학습과 공동체 활동의 비중이 높은 반면, 수행과 관련된 정보나 활동의 비중은 낮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수행을 통한 깨달음의 증득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불교는 지극히 실천적인 종교이다. 따라서 사이버공간에서 수행과 관련된 종교활동이 교리나 공동체 부분과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여법한 신행 공간으로서 위상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행 관련 콘텐츠의 기획과 생산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찰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다. 정보 접근성은 사이버공간에 구축되는 신행 공간이 현실공간의 사찰처럼 열려 있는 공간이 되게끔 해야 함을 의미한다. 경제적^기술적^사회적 이유로 인해 접근이 차단되어서는 안 되며, 장애우나 노인 등 정보취약 계층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5) 소통 양식에 비춰 본 불교의 인터넷 활용

불교계에서는 인터넷이 불교 정보를 집적하고 유통시키는 데 있어 과거 어떤 미디어보다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다양한 불교 사이트들은 불교와 관련된 정보의 공급처로 인식되었고, 이용자들은 이를 통해 다양한 불교 정보를 습득하고 만족스러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디어로서 활용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인터넷을 통해 과거보다 훨씬 많은 교계 언론이 다채로운 활동을 하게 됨에 따라 불교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가 전달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정보적 소통의 차원에서 불교의 인터넷 활용은 비교적 양호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보면,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일부 사이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불교 사이트는 게시물의 총수는 물론이고,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게시물의 양이나 각 게시물의 조회 수 및 댓글 수 등이 다른 종교나 일반 사이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한편 다른 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도 적고 규모도 작지만, 불교라는 테두리 내에서 평가하게 되면 자발적인 동호회나 사찰 혹은 단체 단위의 불교 커뮤니티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양적으로 증가하였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러한 커뮤니티의 증가는 쌍방향적 소통의 기반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도 문제는 남아 있다. 즉, 개별 커뮤니티 단위에서 커뮤니티의 쌍방향적 소통이 얼마나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앞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커뮤니티의 활동 정도는 저조한 수준이다.

종합적인 신행 공간으로 인터넷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모든 불교 사이트들이 이 단계까지 나아간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찰이 홈페이지와 커뮤니티를 통해 사찰이나 신행, 교리와 관련된 정보를 유통하고, 상호작용을 해가고 있지만,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신행 활동을 영위하고 있지는 못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불자들 대다수가 인터넷을 통해 신행 생활과 관련된 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현실들을 소통 양식에 근거해 평가하면, 우선 정보적 소통의 차원은 양적으로는 양호한 수준에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질적으로는 여전히 문제를 안고 있다. 설득적 소통이나 맥락적 소통, 동조적 소통 등 쌍방향적 소통의 여러 차원들은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4. 소셜 미디어와 포교

1) 소셜 미디어의 정의와 특성

소셜 미디어는 “높은 접근성과 온라인상에서 확장 가능한 출판 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도록 만들어진 미디어”(위키피디아),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정보공유, 인맥관리, 자기표현 등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나 사이트”(한국인터넷진흥원) 등으로 정의된다. 사실 소셜 미디어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관계를 형성, 유지, 확장시켜가는 소통의 도구라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유/무선을 활용한 온라인상에서 불특정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서비스로 미국의 트위터,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한국의 싸이월드, 미투데이 같은 1인 미디어와 정보공유 서비스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일반적으로 소셜 미디어는 블로그, 팟캐스트, 위키피디아 같은 공동 데이터베이스, 페이스북 같은 SNS, 트위터 같은 마이크로블로그, 그리고 사진 중심의 플리커나 동영상 중심의 유튜브 같은 콘텐츠 커뮤니티, 다음의 아고라 같은 토론 공간 등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웹1.0 시대의 커뮤니티나 블로그, 미니홈피 등도 모두 소셜 미디어로 분류할 수 있다. 다만 웹2.0 패러다임하에서 통상적으로 지칭되는 소셜 미디어는 모바일 기술과 결합된 융합미디어에서도 활용 가능하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고, 참여와 공유, 개방과 대화, 관계와 커뮤니티 등을 주요한 특징으로 갖고 있다.

소셜 미디어는 정보의 양이 급속히 증가하고, 이러한 정보를 적시에 습득하는 데 실패하면 사회에서 낙오할 위험이 커지고, 사람들의 친화 욕구와 자기표현 욕구가 증대하면서 발달하게 되었다. 이렇게 볼 때, 소셜 미디어는 관계 맺기와 정보교류의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인맥을 새롭게 쌓거나 기존 인맥과의 관계를 강화시킬 때 주로 이용하며,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이나 정보 공유 및 검색 등에도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또한 초기에는 주로 친목 도모와 엔터테인먼트 용도로 활용되었으나 이후 비즈니스와 각종 정보 공유 등 생산적 용도로 활용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소셜 미디어는 짧은 대화를 지속적으로 자주 나누게 함으로써 지인 간에 서로 시공간이 접합되는 것과 같은 체험을 제공하고, 기존 오프라인에서 알고 있었던 이들과의 인맥 관계를 강화시키며, 온라인을 통해 형성된 새로운 인맥을 쌓을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접촉 빈도는 높지만 관계 관여도는 그리 높지 않고, 투자된 자원의 양도 많지 않기 때문에 아주 친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면서도 마치 친한 관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관계를 유지하게 한다. 이 관계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필요할 때 언제든 접촉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관계이다. 또한 정보와 오락이 섞여 있고, 공적/사적 대화 주제와 양식이 함께 존재하며, 내가 잘 아는 사람과 잘 모르는 사람이 한데 어울려 있다는 점에서 정보 교류와 대화의 즐거움과 유용성을 기반으로 맺어진 정보관계망으로 규정할 있다.

한편 커뮤니티 서비스가 특정 주제에 관심을 가진 집단이 그룹화하여 폐쇄적인 서비스를 공유한다면, 소셜 미디어는 나 자신 즉 개인이 중심이 되어 자신의 관심사와 개성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또한 친구의 추천으로 공유하는 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높고,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끊임없는 주의가 요청된다는 점도 주요한 특징이다.

2) 소셜 미디어와 소통 양식: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중심으로

페이스북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 맺음과 유지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대표적인 소셜 미디어로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다. ‘프로필’ 메뉴에 제시된 다양한 개인 정보와 이메일을 근거로 아는 사람이나 알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어 친구를 맺게 해주며, 친구가 된 서로의 소식은 ‘뉴스피드’에서 확인하게 된다. 상호 허락에 의해 관계를 맺고, 서로의 게시물에 대한 댓글을 상대방에게 자동으로 알려주므로 지속적이고 깊은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때 댓글이나 좋아요, 공유 등의 기능을 활용해 쌍방향적 소통을 하게 된다.

또한 개인 홈페이지 기능을 하는 ‘페이지’와 커뮤니티 서비스에 해당하는 ‘그룹’, 일대일 소통이 가능한 메시지, 이벤트, 링크, 노트,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가 지원되고 있다. 그룹, 페이지 등의 기능을 통해 커뮤니티와 마케팅 등의 활동이 가능하며, 친구를 통해 전파되는 정보들이므로 비교적 높은 신뢰도를 갖는 것이 특징이다.

트위터는 문자 메시지 수준의 짧은 문장을 주고받는 것에 특화된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이다. 재잘거리듯이 일상의 작은 이야기들을 그때그때 짧게 올릴 수 있는 공간으로 한 번에 쓸 수 있는 글자 수가 최대 140자로 제한된 트위터는 관심 있는 상대방을 뒤따르는 ‘팔로(follow)’라는 독특한 기능을 중심으로 소통하며, 페이스북과 달리 상대방이 허락하지 않아도 일방적으로 ‘뒤따르는 사람’ 곧 ‘팔로어(follower)’로 등록할 수 있다. 수십만 명에 이르는 팔로어를 거느린 유명 연예인이나 명사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문으로 만들어지는 트위터의 메시지는 가볍고, 실시간적이고, 넓은 전파범위를 가짐으로써 ‘빠른 소통’이 가장 큰 장점이 되지만, 파편적이고 휘발성이 강한 메시지라는 단점을 동시에 안고 있다.

이러한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특성을 소통 양식의 관점에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정보적 소통의 차원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의 양과 질에서 차이를 보인다. 트위터는 140자 이내의 단문 형태로 정보를 전달할 수밖에 없는 한계로 인해 메시지의 의미를 압축적으로 표현하거나 링크를 달아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한다. 사진이나 동영상 등의 멀티미디어는 링크의 형태로만 전송할 수 있다. 따라서 트위터는 한 번의 트윗만으로는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충분히 이해시킬 수 없다. 그러나 정보 전달의 속도 면에서는 매우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만한 내용을 담은 정보는 리트윗이라는 기능을 통해 급속히 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럴 경우 메시지의 소통 방향은 대체로 일방적 소통이 되는 것이 보통이다. 

페이스북 역시 한 번에 보낼 수 있는 정보량에 일정한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트위터에 비하면 자신의 의도나 메시지를 상세히 전달하는 데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 수준이다. 또한 사진이나 동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자료를 링크 없이 바로 업로드할 수 있고, 인터넷 자료의 링크와 공유가 바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정보 전달의 양이나 질은 트위터에 비해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좋아요’나 댓글을 통해 쌍방향적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트위터를 능가하는 장점이다.

정보적 소통 차원에서 보이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이러한 차이들은 다른 차원의 소통 양식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객관적 자료 제시를 통해 이해를 지향하는 설득적 소통은 충분한 자료 제시와 지속적인 쌍방향적 소통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설명을 요구한다. 따라서 페이스북은 트위터에 비해 설득적 소통의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할 수 있다.

의사소통 과정의 맥락에 대한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통의 핵심이 되는 메시지에 대한 풍부한 정보와 함께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사회적 맥락에 대한 정보가 추가로 요구된다. 개개인의 사회적 맥락 단서를 드러내는 가장 대표적인 정보 중의 하나가 바로 ‘친구’이다. 페이스북은 이와 관련하여 의사소통의 상대방이 맺고 있는 다양한 친구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트위터보다 훨씬 풍부하게 제공한다. 동조적 소통의 핵심은 자기 동일시와 실천적 참여에 있다. 자기 동일시에 의한 실천적 참여는 감정적 관여가 요구되며, 여기에는 높은 수준의 자기노출이 수반된다. 상대방을 충분히 파악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상대방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트위터를 통해 전달되는 일방적이고 간결한 정보는 동조적 소통을 이루어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3) 포교매체로서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포교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이해시킴으로써 올바로 불교를 믿게 하며, 그 과정을 통해서 구체적인 삶과 사회의 문제를 극복하여 불자다운 삶의 영위를 가능하게 해주는 일련의 과정이다. 즉, 믿음[信]과 이해[解], 실천[行]의 영역이 하나로 융화되어 나타나는 종교성의 총체적 발현인 것이다. 특히 부처님 가르침의 단순한 전달보다는 불자다운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적극적 실천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포교는 포교 주체로부터 포교 대상에 이르는 일방적이고 일회적인 행위가 아니라 주체와 대상의 지속적인 쌍방향적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나는 결과이다. 이러한 포교의 특성을 감안하면 트위터보다는 페이스북이 보다 효과적인 포교매체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을 효과적인 포교매체로 활용하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페이스북은 홈페이지나 블로그, 카페처럼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메일처럼 가입하는 순간부터 그냥 쓸 수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페이스북은 카페처럼 메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하는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페이스북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다만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친구나 동료, 선후배, 이웃 등 평소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통해서 알게 되는 사람들을 연결하고, 그런 연결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이다. 페이스북에 가입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친구 찾기’이고, 이때 가장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나와 이메일을 주고받은 사람들을 친구로 초대하는 것이다. 그다음에는 친구의 친구들을 소개받게 되면서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페이스북의 핵심이다.

페이스북을 이용해 만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서로 나누고, 불자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 돕는 것이 페이스북을 통한 포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페이스북을 통해 효율적인 포교를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얼마나 멀리 넓힐 수 있는가(관계의 범위), 사람들과 얼마나 자주 소통할 수 있는가(관계의 빈도), 사람들과 얼마나 끈끈하게 연결될 수 있는가(관계의 강도)를 일차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페이스북에서 관계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친구의 친구들을 모두 내 친구로 초대하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한 사람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친구의 수를 5,000명으로 제한하고 있고, 내가 쓴 글의 공개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나와 친구 관계를 맺지 않은 ‘친구의 친구’도 내 글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굳이 친구의 친구를 모두 내 친구로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단지 친구의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파급 효과가 큰 친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친구의 수가 많은 사람과 친구 관계를 맺거나,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사람들 친구로 삼으면 그만큼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좋은 평판을 얻어야 친구의 수를 늘리는 데 유리하다는 점을 유념해 두어야 한다.

관계의 빈도는 나와 친구를 맺은 사람들과 얼마나 자주 소통하느냐의 문제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포스팅(글쓰기)에 댓글이나 ‘좋아요’를 클릭하는 수동적인 소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친구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가능하면 빨리 그리고 성심껏 반응해주는 것이 물론 중요하기는 하지만, 내 생각도 수시로 올려서 친구들의 반응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려면 그만큼 양질의 콘텐츠를 올려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관계의 강도는 일차적으로는 관계의 빈도와 연관성이 높다. 자주 관계를 맺을수록 강도가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서적으로 얼마나 공감대를 형성하느냐이다. 정서적 공감대는 상대방에게 애정과 관심을 기울여야만 형성된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양질의 관계를 구축하고 있어야 포교의 효과가 높아질 것이다. 무작정 부처님 말씀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교감하면서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고, 여법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야 포교의 효과가 높아질 것이다.

5. 나가며

지금까지 융합미디어를 중심으로 하는 미디어 사회의 도래와 더불어 제기되는 소통 양식의 문제를 고찰하고, 그간 불교가 인터넷을 어떻게 포교에 활용해 왔는지를 간략하게나마 평가해 보았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소셜 미디어의 특성을 정리하고, 이를 소통 양식의 관점에서 평가한 후 포교에 어떻게 활용할지를 논의하였다.

그간 불교계는 항상 사회의 다른 분야에 비해 다소 뒤처져서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소셜 미디어에 대한 대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하는 포교 활동에서도 다른 종교를 선도하며 새로운 포교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항상 최첨단에서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얼리어답터는 늘 시행착오의 위험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다소 늦게 출발했다 하더라도 변화의 요체를 포착하여 거북이처럼 꾸준히 변화의 길을 나아가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의 요체는 바로 ‘소셜(social)’에 있다. 끊임없이 관계를 확장하고, 관계의 질과 수준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기준으로 삼아야 할 금도와 방법은 부처님께서 이미 오래전에 제시하셨다. 남은 것은 우리의 실천이다.

불자인 나와 어떤 인연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에게 경전의 한 구절을, 혹은 한 컷의 불교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일상의 모든 것에서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있음을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이 알 수 있게 하고, 그것이 그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나의 일상과 생각들이 불자답고, 여법해야 한다. 이것이 첫 번째 조건이다.

두 번째 조건은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이 올리는 글에 대한 나의 반응이 불자다워야 한다. 나아가 나와 관계를 맺은 이들을 선지식으로 모셔야 한다. 결국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는 나 자신이 불자임을 자각하고, 나와 인연을 맺은 이들과 함께 깨달음의 세계로 나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소셜 미디어를 포교에 활용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

 

박수호 / 덕성여대 사회학과 겸임교수. 고려대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종교활동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사회학 전공) 취득. 정보사회 및 사이버공간의 종교 현상과 불교사회학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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