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명상치료의 이론과 사례 분석 탁월

명상심리치료
인경스님 지음 / 명상상담연구원

불교명상의 이론 및 실행법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구조화된 명상심리치료법이 소개된 《명상심리치료−불교명상과 심리치료의 통합적 연구》(인경 스님, 2012)가 발간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저서는 불교 원전의 이론적 바탕에 따라 구조화된 명상심리치료를 다양한 심리적 문제나 정신적 증상으로 고통받는 대상자들에게 실행하고 그 치료 결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 출간되었다는 점에서 국내 최초의 명상심리치료 저서이자 최초의 학문적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마음의 발생과 소멸을 설명하는 불교의 마음작동 이론 가운데 마음 현상을 이해하는 오온론(五蘊論)을 중심 이론으로 불교명상 심리치료의 이론적 바탕을 제시하고 있다. 치료 기법으로는 유식불교에서 명상수행으로 전해지는 염지관 및 영상관법의 명상법을 구조화하여 소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영성과 간화선의 관련성을 탐구하고 간화선을 명상기법으로 체계적으로 구조화하고 그 실행법 또한 제시하고 있다.  

이 저서는 인간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심리학과의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불교명상과 심리학의 통합이 이루어진 배경에 대해 저자는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필자는 불교가 현실 속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현대 심리학적 토대를 수용하고 통합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특히 불교의 명상은 서구 사회에 깊게 영향을 주고 있으며, 더구나 심리치료에 매우 구체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고서 충격을 받았다. …… 필자는 이게 시대적 요청이라고 느꼈다. 불교가 현장에서 효용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다는 생각도 했다. 심리학과 불교명상을 통합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학문의 영역을 개척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러한 시대적 사명을 통찰한 저자는 불교명상과 심리치료와의 통합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불교명상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문헌을 통해 정리하였고, 이와 더불어 명상 수행 과정을 집중적으로 분석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명상법에 대한 조작적 정의를 거쳐, 치료적 과정 및 치료기법을 구체화함으로써 명상심리치료법을 체계적으로 구조화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이 저서는 동양에서 전승되어 내려온 불교명상과 서양에서 인간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탐구해왔던 심리학의 통합으로 이루어진 귀한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과의 통합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심리학의 과학적인 방법론을 도입함으로써 명상치료의 목표 설정 및 전략과 전술 등의 진행 과정에 대한 조작적 정의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각성(覺醒)과 무아(無我)의 수행법으로 고유한 방식에 따라 실행되어 오던, 유구한 역사를 지닌 불교명상의 실행법이 체계적으로 구체화되고 이러한 체계적 방식이 명상 수행자들에게 명료하게 전달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명상은 지난하고도 지난하여 도저히 접근하기 어려운, 불가의 스님들에게만 열려 있는 마음의 수행법이 아니라, 불안과 우울, 두려움으로 고통받는 보통 사람들이나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정신장애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치료 기법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동안 불교명상과 심리학의 통합 가능성은 여러 과학적 연구 결과에 의해 긍정적으로  검토되어 왔고, 이러한 관심에 따라 명상에 의한 심리치료적 효과는 다양한 과학적 연구방법으로 여러 선행연구들에 의해 그 유용성과 효과성이 입증되어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이 저서에서 소개되고 있는 명상심리치료법이 이론적 배경뿐만 아니라 치료 절차 및 치료 기법을 체계화함으로써 그 치료적 결과가 효과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명상심리치료》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불교명상이 초기불교의 전통에만 국한됨으로써 마음을 심층적으로 다루는 유식불교나 영성을 강조하는 선불교 전통과의 통합이 미미하였다는 인식에 따라 저자는 유식불교와 심리치료의 효과적인 통합을 위해 요가행파의 명상수행법, 즉 영상관법을 유식불교의 수행법으로 규정하고, 그 논증을 문헌적으로 검토하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영상관법의 조작적 정의를 내리고, 과정 및 절차를 대상적 측면 및 기술적 측면에 따라 구체화함으로써 요가행파의 명상수행법, 영상관법을 체계화하고 있다.

“유식임을 관찰하는 유식관(唯識觀)은 표상으로 드러나는 영상을 관찰하는 영상관법과 다른 것이 아니다. 자아와 세계가 실재하지 않고 오직 영상으로만 존재한다고 자각하고, 또한 그 영상이 오직 의식일 뿐임을 관찰한다면, 이것이 바로 유식관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인식에 따라 유식불교와 심리치료를 통합한 불교명상 심리치료로서 영상관법을 체계화하고 그 실천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서양의 명상치료와 구별되는 요점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서양의 명상치료는 사려분별 의식보다 더 깊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개인의 지난 과거의 역사가 남긴 흔적, 그래서 개인이 스스로 자기 내면에서 알아차리고 인정하고 수용하고 이를 통해 넘어서야 할 개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불교는 오온으로서 자아를 개별 실체로 보지 않는다. 불교는 근본적으로 무아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근경식을 규정하는 존재론적 망상이 지닌 업력은 단지 개인의 차원에 국한된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개인의 내면에 일어나는 고락의 느낌은 지난 과거가 남긴 업력의 산물(보)인데, 이때 업력은 단순히 개인 차원의 불공업뿐 아니라 너와 내가 함께 행한 공업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제6식의 차원에서는 너와 내가 서로 분리된 각각의 존재로 간주되지만, 그보다 더 심층의 마음으로 내려가면 우리는 이미 같은 공업을 짓고 그 결과 같은 기세간을 나누고 있는 하나의 존재인 것이다. 

이 저서가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는 책의 제2부, 3부에서 각 유형별로 명상심리치료의 치료 과정 및 치료 기법의 실제가 사례를 중심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구체적으로는 명상치료 유형에 따라 초기 만남의 단계, 통찰이 시작되는 단계, 통찰이 수용되는 단계, 종결단계에 따라 치료자의 개입방식 및 대상자의 반응이 말 그대로의 자료를 통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 제시는 명상심리치료를 익힐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는 마치 일방경을 통해 치료 장면을 직접 관찰하는 경우와 같은 학습 효과를 나타나게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학습자들에게 매우 유익한 도움을 준다. 어떤 유형의 치료법이든지 그 이론이나 지식만으로는 실제 장면에서 어떻게 시행해야 하는지 매우 막막하기 마련이고 이로 인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되는데, 이러한 점에서 사례 제시는 매우 유용한 치료의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

명상치료법 저서가 국내에서 최초로 출간되었다는 점은 한편으로는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기원전 300여 년부터 고대 인도의 바라문 경전에 명상법이 정신수련법으로 소개되고 그 이후로 전승됐던 유구한 역사를 고려할 때, 왜 최근에야 출간되었는지 매우 의아하게 생각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게 된 연유는 명상법이 종교 수행법이 아닌 심리치료법으로 체계화되고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동양에서가 아닌 서양에서부터였고, 그 결과 명상치료법은 서양으로부터 동양으로 역수입되어 왔다는 그동안의 아이러니한 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사회에 정신건강 문제의 심각성이 나타나고 있는데, 2011년 보건복지부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27.6%가 평생 한 가지 이상 정신장애를 앓고, 특히 우울장애, 불안장애 등 정서장애가 지속적으로 증가되는 추세이다. 또한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를 차지하고, 자살이 10대, 20대, 30대의 사망 원인 1위에 해당한다는 자료는 우리 사회 정신건강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명상심리치료−불교명상과 심리치료의 통합적 연구》의 출간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를 위로하고 치료해줄 수 있는 자비의 손길로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박영숙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동 대학원 심리학과(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심리학과 졸업(박사, 임상심리학 전공). 한국임상심리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명상치료학회 이사, 한국 영유아·아동 정신건강학회 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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