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한국 사회는 1970~80년대의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큰 변혁을 경험한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화, 다원화, 지방분권화의 과정으로 접어들었고 그 이후 정보통신의 발전과 함께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1994년 종단 개혁 이후 삼권분립과 3원 체제를 확립한 바 있는 우리 종단 역시 지난 17년여의 시간 동안 교육 및 포교, 수행 등 여러 측면에서 상당한 거시적 변화를 가져왔고, 70억 원 정도이던 예산 규모가 약 5배가량 늘어났다.

그러나 이러한 거시적, 외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 불교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 변화와 발전에 비해 우리 종단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더딘 것이 여러 정황과 근거를 통해 확인되고 있고 한국 사회에 속한 타 종교의 성장이 이를 반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불교사회연구소 주최로 열린 ‘수도권 불교활성화 공개토론회’와 불교미래사회연구소의 선행 연구를 통해서 이미 많이 알려졌지만 2005년 통계청의 종교 인구 현황과 이에 대한 비교 분석 자료는 이와 같은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간단히 결과만 언급하자면 불교, 개신교의 사실상의 마이너스 성장(인구 증가분에 미치지 못함)에 비해 천주교는 급성장하고 있으며, 수도권 지역 중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를 비롯한 경기 과천 지역의 경우 불교가 천주교에 밀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불교의 경우 서울, 부산, 대구를 제외한 광역시급 대도시와 중소형 도시에서 심각한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국불교의 사회적 역할, 교육, 포교, 종단 행정 등 여러 측면에서 원인을 분석해볼 수 있겠지만 이 중 지방분권화 시대를 맞아 지역 포교를 담당하고 있는 종단의 교구 운영 실태를 중심으로 문제점을 진단해보고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특히 24개 교구본사를 비롯한 각 교구는 지역사회의 거점사찰로서 종교적 기능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교구 활성화는 한국불교의 중흥’이라는 명제와 일치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바, 종단 교구 제도의 역사, 법체계상의 의미, 역할과 운영 실태와 문제점 등을 분석해보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종단 교구 제도의 실태와 문제점

1) 교구에 대한 개념 부재

현행 종단 교구에 대한 종법상 규정은 종헌 제17장에 명시되어 있지만 교구본사와 교구종회에 대한 역할을 규정하고 있을 뿐 교구에 대한 개념은 분명하지 않다. 종헌 제89조 본사(本寺)의 규정을 통해 본사는 당해 교구의 종무행정기관으로서 역할과 말사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지고 있으며, 관할교구는 중앙종회의 의결을 거쳐 총무원장이 정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지방종정법 7조에 본사는 교구의 종무를 총괄하는 종무기관이며 동시에 단위사찰의 지위를 가지는 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우리 종법령은 종지종풍을 선양하고 지역불교를 관장하며 종무행정상의 대표성을 띤 지방종무기관으로서 교구가 아닌 지역 사찰을 관할하는 본산으로의 규정만 있을 뿐이다. 반면 한국 천주교의 경우 교회법과 사목지침서를 통해서 교구에 대한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2) 종단 교구제의 역사적 배경과 한계

현행 교구제의 역사적 배경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종단 교구제는 일제 사찰령에 의한 31본산제에서 유래하고 있다. 일제는 1911년 사찰령과 시행 규칙을 제정 반포하고 일제의 행정체제하에서 불교를 지배하려는 의도로 중앙종무기관 없이 31본산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해방 후 일제의 잔재 청산과 자주적 교단을 확립하기 위해 불교계는 31본산제를 폐지하고 각 도에 교무원을 두는 교구제 실시를 결의했고 그 이후 1962년 통합종단 출범 이후 도별 교구제를 폐지하고 다시 해방 전 본사제를 도입시켜 현재와 같은 24교구본사제(선암사 교구본사 지정 해제)에 이르게 됐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볼 수 있듯이 종단의 교구제(본산제)는 전법 실현을 위한 교구의 기능과 역할에 의해 정립된 것이 아니라 일제의 조선불교의 자주권 말살을 위한 통제 수단으로 이뤄진 측면이 강하며,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총무, 회계, 재무 등 행정 중심에 국한된 현재와 같은 본사의 모습을 만들어 왔다. 실제로 24교구본사 중 교구 전반의 수행과 포교 등 전법 실현을 관장하는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조직을 갖추고 있거나 이에 대한 종책을 생산하는 단위가 없는 현실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즉, 현재의 교구본사는 수말사보다 큰 대찰(大刹)의 기능에 머물러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며 문중 권력의 본산 내지 미미한 지방행정기관 정도의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현행 교구제의 실정은 지역사회와 소통 부재로 인해 점점 지역과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결과는 시스템에 의한 지역사회와의 교류가 아닌 본사 주지의 인맥으로 인한 인연관계로 엮여 소수 정치인, 지역단체장의 선심성 행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다반사다. 또한 절집 안으로는 문중 중심주의의 사고와 본사 주지 성향에 따른 패권문화를 불러오고 있고, 일부 교구의 경우 정실 인사 관행 등을 고착화시켜 지역사회의 지탄을 받거나 사찰 업무의 연속성을 단절시키는 폐단까지 만들고 있다.

3) 교구의 지역 장악력 약화 및 도심 포교 공동화 현상

현행 교구본사는 대부분 산중에 위치해 있고, 관할 구역이 불분명한 상태로 교구를 관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찰 중심으로 구성된 현행 교구제는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국가 행정체계와 교구의 관할 범위가 다소 불분명해도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경제와 교통이 발전하고 도시로 인구가 급격히 유입되면서 상당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일부 광역시급 대도시와 중소도시에 교구본사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공백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고, 관할 지역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2010년 불교미래사회연구소가 발표한 ‘조계종 교구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전국의 사찰 분포 현황과 불자 구성 비율을 대비하여 분석하면 다음 페이지 [표 1]에서 보이듯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해서 인천, 광주, 대전 등 대도시의 사찰 대비 인구수가 현저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들 대도시는 해당 지역에 교구본사가 없다는 것과 주변 지역에 여러 교구가 있지만 관할권에 대한 불분명함으로 인해 공동화 현상을 빚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제3의 도시로 부상한 인천은 사찰 대비 평균 인구수(18,217명)가 4배가량 높은 것으로 집계되어서 가장 심각한 포교 공백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다음에 있는 [표 2]에서 볼 수 있듯이 1994년 종단개혁 이전까지는 그나마 각 교구본사의 관할권이 존재했지만 특별한 이유도 없이 종법령상에서 사라지면서 관할 범위조차 불분명한 형식적인 교구제도만 남게 된 셈이다.

우리 종단에 비해 교구 간 관할권이 명료하고 계획적인 조직 운영을 하고 있는 천주교의 사례를 들어 보면 천주교중앙협의회 차원의 협의와 조정을 통해 관할권을 비교적 상세하게 구분하여 불필요한 교구별분쟁을 없앨 뿐만 아니라 관할 지역에 대한 해당 교회의 책임감을 높이고 있다.

일례로 천주교 대구대교구를 살펴보면 교구가 관장하고 있는 대구광역시, 경산시, 경주시, 구미시, 김천시, 영천시, 포항시, 고령군,  군위군 등 관할지역을 총 5대리구로 나눠서 관리 운영하며 각 대리구를 또 다시 세분해서 사목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아래 [그림 1]과 같은 형태로 나누고 각 대리구에 주교대리 신부뿐만 아니라 사무처 기능을 담당하는 실무진까지 배치하고 있다.

[표 1] 지역별 인구수와 사찰 대비 현황

 

 

 

 

    [표 2] 대한불교조계종 25교구본사 관할구역 일람표
 

 

4) 교구 조직의 형해화(形骸化) 및 교구 행정의 개념 부재

현행 종단의 교구제는 종헌 상 교구자치의 중심 기관으로서 입법(교구 규칙제정 및 중앙종회의 건의할 입법안 마련 등) 및 대의 기능을 맡고 있는 교구종회와 종무회의를 중심으로 한 교구 행정이 이뤄지도록 명시되어 있다. 교구 종회는 종법상에 규정하고 있는 역할뿐만 아니라 교구본사와 말사를 잇는 중요한 소통 구조이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 교구종회는 기본적인 기능과 역할은 물론이고 교구 종회의원 10인조차 선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실상 뼈만 남은 상태로 총무원장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본말사 주지회의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교구 행정 또한 새로운 개념 정립이 시급한 사안이다. 간단히 정리해 보면 교구의 종무행정과 사찰의 종무행정은 성격과 내용이 엄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교구본사는 대찰(大刹)의 고유한 종무행정을 교구 종무행정으로 이해하고 있는 실정이며 현행 종법상 규정된 총무, 기획, 교무, 재무, 사회, 포교국 등 7직 소임자들의 주요한 역할 역시 큰 사찰의 일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선에 머물러 있다. 즉, 교구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정리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종책을 마련하거나 교구 조직을 활성화시킬 방안 등을 고민하는 그야말로 ‘교구 조직’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수도권 포교를 책임지고 있는 직할교구의 경우 그나마 총무원 산하에 사무처를 별도로 구성하고 있을 뿐이며 다른 지역의 교구는 최소한의 교구 종무행정을 주관하는 조직이 없다. 또한 교구의 조직 직제에 있어서도 총무, 기획, 교무, 재무 등 일반 행정조직을 적용하는 것이 현 시대상황에 비추어 과연 타당한지 반드시 검토가 뒤따라야 할 과제이다.

5) 교구의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정책 필요

제33대 집행부 출범 이래 여러 가지 성과 중 직할교구에 대한 인사고과제를 실시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정책은 교단의 위계와 질서를 확립하는 중요한 잣대이며, 사기를 진작하고 조직을 확대발전시키는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교구의 현실은 이와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문중 중심의 인사정책으로 인해 주지 인선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계속 나오고 있고, 금품 거래와 같은 승풍 실추 행위까지 발생해서 종단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종법령에 의해 사찰 종무원에 대한 신분보장이 규정되어 있으나 주지가 교체되면 종무원까지 대거 바뀌는 정실 인사가 관행화되면서 사찰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교구의 불투명한 인사 정책은 교구 종무행정을 관장하고 있는 소임자를 발탁하고 선발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교구 소임자에 대한 인사와 선발 기준이 특별히 없는 가운데 일정한 승납만 되면 소임을 맡을 수 있기 때문에 교구 행정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 특히 상당수의 7직 소임자가 말사 주지를 맡거나 복지관 등 사찰과 관련된 소임을 중임하는 경우가 많아서 업무의 집중도 내지 전문성, 효율성을 높이기가 어렵다. 더 나아가 일부 교구의 경우 철저한 문중 중심주의로 인해 소수에게 많은 역할이 집중되면서 교구 종무행정의 정체 현상을 빚고 있다.


3. 지역불교 활성화를 위한 교구의 역할과 개선 방향

1994년 종단개혁 이후 지난 17년 동안 중앙 종단이 점진적으로 안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통계 분석 자료나 지표상에 드러나는 한국 불교는 답보 내지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객관적인 현실은 중앙 종단과 각 교구의 조화로운 발전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1994년 종단개혁이 구시대적인 종단 운영의 시스템을 혁신하는 계기였다면 이제는 지방분권의 시대에 맞게 교구자치제를 실현할 수 있는 조직과 내용을 마련하여 종단의 근본적인 변화를 마련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1) 교구에 대한 위상 정립 및 교구행정력 강화를 위한 법령화

우선 교구를 중앙 종단과 말사를 잇는 ‘중간 행정조직’ 정도로 치부하는 구태한 인식부터 전환해야 한다. 교구는 해당 지역에서 부처님의 전법을 실현하고 종지종풍을 선양하는 지역공동체로서의 위상을 정립해야 하며, 교구본사는 이를 실현하는 중심 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새로운 종무행정 체계 마련과 인사제도 개선, 종무인력 확보 등 종무행정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지방종정법을 비롯한 교구에 관한 법(교구법)을 제정해야 한다.

(1) 교구법 제정과 각 교구 관할권 확립

종헌 제17장 ‘교구’에 대한 규정을 대폭 강화하여 교구에 대한 정의, 지위와 역할, 관할권 지정, 교구본사, 교구종회 등 각 기관에 대한 정의와 역할 등을 상세히 정립한 교구법을 제정해야 한다. 새로 제정되어야 할 교구법은 현행 교구에 관련된 지방종정법을 비롯한 교구 종회법, 본사주지회의법 등을 하나로 묶는 통합적인 성격의 법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새롭게 제정되는 교구법은 ‘교구’를 ‘지방종무행정조직’이라는 소극적 해석을 뛰어넘어 종지종풍을 선양하고 지역불교를 관장하며 종무행정상의 대표성을 띤 지방종무기관으로서 ‘교구’로 정의를 내려야 하며 기능과 역할을 법문화해야 한다.

또한 교구법 제정에 앞서 중앙종무기관을 중심으로 교구본사와 중앙종회가 공히 참석하는 ‘(가칭) 교구획정위원회’를 설립하여 불명확한 교구의 관할권을 신속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2) 교구 전담 기구 마련 및 종합적인 행정시스템 구축

교구의 업무와 대찰로서의 업무에 대한 구분이 불명확한 현행 교구본사의 모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당 교구의 과제와 발전 방향을 전문적으로 모색하고 집행할 수 있는 전담기구를 마련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력 배치가 필요하다. 해당 교구의 신행, 포교, 교육, 문화, 복지, 사회참여 등 전반적인 현황을 점검하고, 교구에 필요한 종책을 제안하는 등 실질적인 교구 활동을 집행할 수 있는 기구 설립이 필요하다. 비록 미흡하나마 제25교구본사 봉선사 등 일부 교구본사에서 사찰 업무가 아닌 교구 업무를 관장할 수 있는 조직을 마련한 전례는 상당히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구의 업무를 관장함에 있어서 총무, 기획, 재무, 사회, 포교, 호법 등 기존의 7직과 같은 행정 중심의 업무 체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인 사무 역량을 두되 포교와 신행, 종책 연구 등 고유한 영역의 사업에 필요한 업무와 인권, 환경, 빈민 등 사회적 활동을 강화할 수 있는 직제를 고민하여 지역민들과의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교 전략과 조직 체계 마련은 종교 본연의 사명과 역할과 직결되며 양극화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심화는 현실을 반영해보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한국 천주교가 교구 내에 노동사목위원회, 노인복지위원회, 빈민사목위원회, 정의평화사목위원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등 사회적 의제에 부합되는 기구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사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우리 종단 역시 이러한 교구의 직제에 대한 중앙종무기관과 교구 차원의 활발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점진적인 계획으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로운 직제 구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3) 교구 인사제도 개선

교구본사 주지 및 말사 주지 그리고 교구본사 7직 소임자를 포함한 각 소임자에 대한 인사 검증시스템과 인사고과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등 인사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 어렵게만 보였던 인사제도의 변화가 직할교구의 인사 평가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이를 전국교구로 확대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우선 말사 주지 선발과 인사고과에 대한 기준을 정확히 마련하고 본사 7직의 경우 반드시 상근하는 구조를 정착함으로써 종무 행정의 집중력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다양한 전문 재가 인력이 참여할 수 있는 자문위원회와 같은 제도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교구의 원활한 종무행정을 위해 기본적인 인력 확충을 위해 전문직 고령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각 교구의 종무인력과 전문성 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중앙종단과의 순환보직시스템 제도를 더욱 확대해 각 교구본사를 활성화해야 한다.

2) 지역 장악력을 통한 교구 자치제 강화

위에서 살펴보았지만 우리 종단의 현행 교구제도는 관할권조차 불분명한 상태에서 교구별 말사가 지역별로 혼재해 있고, 교구본사의 지정학적 위치가 주요 광역시급 도시와 일치하지 않는 등 국가행정체계와의 부조화로 인해 포교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다. 또한 각 지역에서 교구의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본사와 말사와의 협력관계를 제대로 구축하는 일과 사회적 교류와 참여의 폭을 점진적으로 확보할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교구 차원의 중, 장기적 로드맵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장악력을 확보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지역거점 전략사찰 선정과 ‘조계종지역연합회’ 활성화

 복잡하게 얽힌 현행 교구 제도의 문제를 일순간에 정리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가장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포교 공동화 현상을 차단하고 지역 내 장악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지역거점 전략사찰의 선정과 ‘조계종지역연합회’ 결성을 통한 활성화 방안이다. 교구 내에 중대형 사찰을 시군구를 대표하는 지역거점 전략사찰로 선정하여 지역단위 지역사찰협의회를 구성해 소도시를 책임지게 하는 조직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현재 지역별로 현안 문제를 다루기 위해 결성된 ‘사암연합회 구조’는 일부를 제외하고 사실상 봉축행사를 준비하는 정도의 역할에 국한되어 있고, 이웃 종단이 같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공동의 의제를 설정하고 논의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교구나 문중 중심의 획일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지역 내 조계종협의체로서 ‘조계종지역연합회’를 결성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지역 내의 중요한 의제를 논의하고 집행하는 구조로 점차 변화시켜야 한다. 현재 부산 지역과 제7 교구본사 수덕사를 비롯하여 수도권 지역 내(강북구, 서대문구)에 이와 같은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전략적 목표를 갖고 종단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조직해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최근 제정된 사찰법에 의거해서 ‘사찰설립예비심사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장기적으로 교구 관할권과 국가행정구역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을 동시에 추진해야 할 것이다.

(2) 교구종회의 실질적 운영

종법령상 교구 자치의 중심기관인 교구종회를 교구의 의제를 논의하는 구조로 변화시켜야 한다. 교구종회는 본사 주지, 부주지, 본사 각 국장, 말사 주지와 교구에서 직선으로 선출된 10인으로 구성된다. 사실상 교구 대표체로서 본사와 말사의 유일한 소통체계이다. 산중총회나 대중공사와 같은 전통적인 방법이 있긴 하나 교구의 주요 의제를 심도 있게 다루기 위해서는 교구 종회를 정례화하여 주요 현안을 토론하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교구 내에 위치한 타 교구의 사찰의 경우는 옵서버 형식을 통해 의결권은 제한하지만 발언권 등을 보장하여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교구종회 구성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차제에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명실상부한 의회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교구장이 의장을 겸직하는 문제와 말사 주지가 당연직 교구 종회의원이 되는 문제 등이 진지하게 검토되기 바란다.

(3) 광역시급 대도시 포교 공동화 방지를 위한 공동관리사무소 운영

1개 이상의 광역자치도에 여러 교구본사가 겹칠 경우에는 반드시 공동관리사무소를 설치 운영할 필요가 있다. 서울의 조계사, 부산의 범어사, 대구 동화사, 충북의 법주사, 제주 관음사 등을 제외하고 대다수 교구본사는 국가 행정자치구역과 불일치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전, 광주, 울산, 인천 등 일부 광역시 내지 광역자치도의 경우는 몇 개 본사가 겹치거나 존재하지 않는 현상으로 인해 포교 공동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광역자치도에 위치한 교구본사의 경우 반드시 공동관리사무소를 개설하여 순번제로 관리 운영하면서 해당 지역의 현안을 처리하는 등 교구본사의 책임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4) 지역 내 행정기관 및 NGO 등과의 연계 시스템 구축을 통해 간접 포교  활성화

지역 내에 교구의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보다 폭넓은 사회 참여를 시도해야 하며,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많은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NGO와의 연대 활동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 직능, 계층별 조직 사업을 통해 다양한 인적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서 교구의 사회 참여에 대한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가 도입되면서 관 위주의 행정프로그램이 국민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대거 전환되고 있고 각종 위원회가 개설되면서 지자체의 중요한 사안을 의결하는 과정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불교 포교 환경을 조성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야 할 것이다.

3) 도심 포교 활성화 방안 마련

각종 자료를 통해 종단의 도심 포교 공동화 현상에 대한 진단이 나오고 있고, 그 결과 역시 한국 불교의 미래를 어둡게 할 만큼 부정적이다. 전통적으로 산중에 위치한 사찰이 도시화되는 시대적 상황에 제대로 조응하지 못한 결과이며 종단과 교구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부분인바 4가지의 종책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1) 광역시·도급 이상 지역의 교구 신설제도 도입

도심의 포교 공동화 현상을 막기 위해 광역시급 이상의 도시에 교구를 신설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제3의 도시로 부상하고 있는 인천은 최근 5년간 130%의 인구 증가율을 보이고 있지만 사찰 대비 인구수가 평균의 4배에 달한다. 대전, 광주 역시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백만 단위 이상의 광역시급 도시는 반드시 중대형 거점사찰을 중점 육성하고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천의 경우 전등사를 지역거점사찰로 지정하거나 인천 도심 내 거점사찰을 새롭게 설립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단기적으로 종무 분소를 설치하여 교구 신설 내지 거점사찰 지정에 관한 실무적인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2) 교구 분구제 도입의 필요성

불교미래사회연구소가 발표한 ‘조계종 교구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이미 제안된 바 있지만 교구의 효율적인 관리 운영을 위해서 교구 분구 제도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2008년 종단 통계자료에 의하면 직할교구 소속 사찰 460개, 동화사 133개, 해인사 157개, 범어사 169개 등 소속 말사가 100개가 넘는 교구본사가 7곳에 이르고 있다. 종무행정력이 취약한 교구본사가 100개 이상의 말사를 관리 운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100개 사찰을 기준으로 지역별로 교구를 분구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초기의 불필요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사 1교구, 2교구 형식으로 전환하고, 필요하다면 교구본사의 주지를 1인으로 국한하여 인사권 등 고유한 재량은 유지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나 혼란 등을 피할 수 있고, 효율적으로 교구를 관리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3) 신도시 종교용지 확보를 위한 종단 및 교구 차원의 전략 마련

불교미래사회연구소가 올해 발표한 보고서 ‘수도권 포교 공동화의 현황과 대처방안’에 따르면 뉴타운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신도시 택지개발지구 내 종교용지 공급 현황의 결과를 보면 종교용지 총 192필지 중 개신교가 74곳, 천주교가 15곳을 분양받은 반면 불교는 한 필지도 분양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종교용지의 분양은 미래 한국 사회의 종교 지형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라는 점에서 대단히 충격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한 시사점은 ▲중앙종단의 신도시에 대한 인식 부족 ▲기존 사찰의 낮은 접근성으로 인한 도심 포교의 불리함 ▲종교용지 공급 정보와 대응 방안 부재 ▲개신교의 빠른 집중력과 천주교의 조직력에 비해 대응할 만한 불교만의 비교우위 부재 등으로 나타난 바 있다. 또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① 사찰부동산관리법상의 부동산 수익금으로 조성된 종단 목적사업기금 활용 및 독립적 회계 운영 ② 지역의 교구본사의 수도권 진출 장려 및 지원 ③종교용지 분양에 관한 종교인구 비례기준 도입 및 용지부담금 완화 및 면제 조치 추진 ④ 종단 보증을 통한 금융권 대출 상품 개발 등의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종책 제안에 대해 종단과 각 교구는 현실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신도시 포교를 위한 전략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4) 대사회 인식 제고

위에서 교구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면 마지막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참여하는 교구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중생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노력하는 것이 종교 본연의 임무라고 하다면 그동안의 한국불교의 현실은 사찰이라는 울타리에 묶여 이웃과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소수자와 소외된 계층을 향한 종교 본연의 임무에 불교가 얼마만큼 충실했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답을 해야 한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중앙종단과 지역을 관장하는 교구, 그리고 각 사찰은 깊은 성찰과 반성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는 것이다.
특히 교화에 앞장서야 할 스님들은 개별 사찰 운영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사찰의 경계를 도량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사회의 정치, 문화, 경제, 복지, 행정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적극 참여하고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말사를 관장하는 교구는 이를 독려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지도 주체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사찰 운영과 신행 면에서 기복신앙과 제사 중심의 사찰운영 체계를 이웃과 사회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렇게 될 때 한국 불교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며 한국불교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 또한 반드시 바뀔 것으로 믿는다. 지역의 전법 실현과 신행, 포교 및 교육, 사회참여를 책임지고 있는 교구의 역할과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이 하루빨리 제고되어야 할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4. 나가며

한국불교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교구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를 짚어보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비단 위에서 언급한 내용 말고도 현재 우리 종단의 교구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많이 있을 것이며 또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있을 것이다. 다만 중요한 지점은 원인을 알고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없다면 아무런 결실을 거둘 수가 없다는 평범한 진리이다. 이번 발제문에서도 그렇고 최근 종단에서 주관하는 수많은 토론에서도 천주교의 사례가 모범사례로 발표되고 이를 배우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토론 이후에 이를 한국 불교에 맞게 재해석하고 종책화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면 우리의 수많은 논거와 주장은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한국불교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제인 ‘교구 활성화’에 대한 다양한 주장이나 대안 제시 역시 지난 10년을 돌이켜볼 때 그 깊이와 방향이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위에서 살펴보았지만 우리 종단의 교구제는 개념조차 불분명하고 굴절된 역사적 배경과 지역관할이 명확하지 않은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열악한 교구 종무 행정으로 인해 그 역할과 기능이 사실상 퇴색되고 지역의 대찰(大刹)의 의미를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교구의 문제는 객관적인 통계 자료와 수치를 통해 한국사회에 있어 제3의 종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교구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현실에 기반한 다양한 종책이 제시되고 있는 점은 대단히 고무적인 현상이며, 특히 ‘조계종지역연합회’ 가 곳곳에 조직되고 교구의 사회 참여 등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려는 노력은 상당한 변화를 예감케 하는 의미 있는 조짐이다.

오늘의 발제를 통해 ▲교구자치제 실현을 위한 교구법 제정과 교구 관할권 확립 ▲교구 전담 기구 마련과 종합적인 시스템 구축 ▲교구 인사제도 개선 ▲지역거점 전략사찰 선정을 통한 ‘조계종지역연합회’ 활성화 ▲교구종회의 실질적 운영 ▲광역시급 대도시 포교 공동화 방지를 위한 공동관리사무소 운영 ▲지역 내 행정기관 및 시민사회와의 연계시스템 구축 ▲도심 포교 활성화를 위한 방안 등 미력하나마 종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이 종단의 새로운 변화와 결사 정신을 이끌어가는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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