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불교평론 올해의 논문상 수상 소감

 

조성택 교수
‘올해의 논문상’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소 얼떨떨했다. “상을 받을 만한 논문이 없는데……” 통보를 해준 분이 선정된 논문의 제목을 얘기하자 그때야 그 논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학술적 논문은 대개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새로운 ‘사실’을 다루는 논문이다. 다른 하나는 해석적 발견 혹은 새로운 ‘의미’의 구성이라고 할 수 있는 논문이다. 학술상 대상이 되는 것은 주로 전자(前者)에 속하는 논문들이다.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일이다. 새로운 ‘사실’을 다루는 논문은 자료 발굴이나 새로운 번역 등을 통해서 이루어내는 것으로, 노력과 품이 많이 들어가는 노작(勞作)들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해석적 발견이나 새로운 ‘의미’의 구성을 목표로 하는 논문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시대적 적실성과 비판적 문제의식이다. 이번에 상을 받게 된 내 논문은 전형적으로 이러한 후자(後者)의 유형에 속하는 논문이다. 수상 소식에 ‘얼떨떨’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예상치 못했던 ‘칭찬’을 받은 김에 ‘뻔뻔하게’ 자평(自評)을 하자면 수상 논문은 근대불교를 바라보는 새로운 문제의식과 학술적 논쟁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불교학계의 어떤 학술상보다도 《불교평론》에서 주는 ‘올해의 논문상’이 나로서는 기쁘고 영광스럽다. 심사에 참여하는 《불교평론》 편집위원들의 강한 개성과 ‘매운 눈’을 잘 알기 때문이다. 지금의 편집위원들이 특히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라 《불교평론》은 늘 그래 왔다. 바로 그 ‘매운 눈’들이 비록 노작(勞作)은 아니지만 내 논문이 담고 있는 문제의식을 높이 평가해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나도 이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노작(勞作)을 쓰고자 한다. 그간 학문 외적인 일로 시간을 많이 뺏겼다. 한국의 인문학 연구 환경을 개선하고자 한 일이었고 또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도 만들었다는 자부심도 있지만, 나 개인적으로 볼 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학문외적인 ‘행정’이었을 뿐 학문적 성취는 아니었다. 그래서 올 초 학내외의 모든 일을 정리하고 공부에만 매진해 왔다. 한데 최근 다시 원치 않게 ‘바깥일’에 다시 얽혀들기 시작했다. 거절 못 하는 성격 탓이다. 그러나 지금 맡은 책임만 다하고 나면 이 또한 정리하려고 한다. 노작(勞作)이 아닌 논문으로 큰 상을 받았다는 ‘마음의 빚’이 무겁다. ■

 

▣ 수상자 조성택 교수 약력

●1957년생.
●고려대 영문과, 동국대 대학원 인도철학과(석사), 미국 버클리대(U.C., Berkeley, Ph.D) 졸업.
●뉴욕주립대 비교종교학과 교수를 지냈고,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한국사상연구소 소장, 한국학술진흥재단 인문학단장, 인문한국기획위원회 위원장,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부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국제한국학센터 소장 등으로 활동.
●2002년부터 지금까지 고려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
●주요 논문으로 〈‘깨달음의 사회화’에 관련한 몇 가지 고찰〉 〈초기불교사 ‘재구성’에 관한 검토〉〈근대불교학과 한국 근대불교〉 “The Formation of Modern Buddhist Scholarship: The Case of Bak Jong-hong and Kim dongwha” 〈불교생태학: 그 가능성과 한계〉 〈서구에서의 불교의 미래: 불교의 개방성과 친화력에 관한 새로운 실험〉 〈法과 業: 초기 불교의 사회 철학적 이해를 위한 試論〉 “Buddhism and Society: On Buddhist Engagement with Society”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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