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본 지음 《선종의 전등설 연구》

1. 선종의 출현 

《선종의 전등설 연구》
민족사 간, 2010. 8.
400쪽, 값 23,000원
 

 선의 원류(遠流)는 불교가 발생하기 이전 고대 인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인도에서 실행되고 있던 요가수행의 형태 및 방법은 불교가 발생한 이후에 형성된 선수행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의 직접적인 원류(源流)는 붓다로부터 시작되었다. 왜냐하면 붓다가 깨침의 방법으로 활용한 것이 곧 선이었고 선으로 제자들한테 수행하는 가르침을 베풀어주었기 때문이다. 붓다가 선의 수행을 통하여 깨침을 터득한 이후로 불교의 역사에서는 가장 보편적인 수행법으로 전승되어 왔다.

그런데 선수행의 방식이라는 점에서 보면 요가 또는 명상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굳이 그 차이를 말하자면 궁극적인 목표를 무엇으로 간주하느냐 하는 점을 들 수가 있다. 선과 요가는 모두 몸의 자세를 바르게 하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정신을 가다듬는다는 점은 동일하다. 여기에서 요가의 목표는 후대에 해탈이라는 목표도 가미되었지만 본래의 궁극적인 목표는 몸과 마음의 조화였다.

이와 더불어 명상의 목표는 마음의 안정을 우선시한다. 이에 비하여 선의 궁극적인 목표는 깨침이다. 그 깨침을 위해서 몸을 추스르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음을 제어하고 집중하며 통일한다. 이로써 선에는 당연히 명상적인 요소 및 요가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이것이 선이 여타의 수행과 다른 점이다. 나아가서 그 깨침의 결과는 올바른 지혜의 터득이다. 올바른 지혜에서는 필연적으로 보편적인 자비가 도출된다. 그 자비야말로 자신과 더불어 타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의 행위이다. 이로써 불교에서 추구하는 지혜와 자비는 모두 선으로부터 유래하였고 선으로부터 전승되었으며 선으로부터 전개되었다.

붓다는 이와 같은 선을 선택하여 수행을 하였고 깨침을 터득하였으며, 나아가서 선의 방법을 더욱더 보편적으로 개발하고 전승하여 교화의 방법으로 승화시켰다. 또한 제자들에게도 선을 통한 수행과 정진으로 매진하도록 하였다. 이에 선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을 설하는 경전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러한 선경(禪經)에서는 특히 호흡과 관련된 내용이 중요하게 간주되었다.

이후로 6세기 초반에 보리달마에 의하여 중국에 전승된 선법은 달마의 제자들에 의하여 달마의 선법을 중심으로 하는 일군의 교단을 성립시켰는데 이것을 선종이라 말한다. 선종이 형성된 이후로 달마에게는 후대에 이르러 선종의 초조라는 이미지 이외에 더욱더 초인격적인 모습이 가미되었다. 아울러 당나라 시대에는 고답적으로 초연하게 은둔 수행하는 선승의 이미지를 보다 친근하고 가까운 존재로 부각시켜 관음보살의 이미지를 부여하여 달마와 결부된 신이한 일화를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2. 선종의 전등 의식

그러나 선종에서 달마의 존재 의의는 아무래도 부처님의 정법안장을 계승시킨 전법의 조사라는 것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실에 대한 기록이 전등(傳燈)이다. 이런 점에서 전등은 불조의 혜명을 계승하는 행위로서 불법을 온전하게 유지하고 전승하며 보편화시키는 행위이기도 하다.

때문에 부처님의 정법안장을 계승했다고 주장하는 선종에서는 무엇보다도 전등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선의 궁극적인 목표는 깨침이다. 그러나 그 깨침은 반드시 명안종사의 인가를 수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아가서 인가는 반드시 전법을 통해서 완성된다. 그 전법의 행위가 곧 전등이다. 이로써 전등은 정법안장을 고스란히 계승시키는 행위로서 선을 선이게끔 해 주는 행위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전등에 대하여 본격적인 관심을 기울인 것은 당나라 시대부터였다. 그것은 유교를 기반으로 대의와 명분을 통하여 그 정통성을 강조했던 중국사회의 소산물이기도 하였다. 달마로부터 일사인증(一師印証)으로 계승되던 전등의 전통은 7세기 무렵 선종이 발전하면서 대규모 집단생활이 시작되었다. 이로부터 다수의 그룹이 형성되어 나름대로 정통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그 계보를 강조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전등의 강조는 선종 집단의 분열과 관계가 깊다.

선종사에서 최초의 분파로 간주되는 우두종(牛頭宗)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결과 우두종에서도 이후 6대 조사의 계보가 형성되어 나름대로 정토성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것은 동산법문(東山法門)으로부터 출현했던 소위 남종과 북종의 정통 의식이었다. 남종과 북종은 각각 신수와 혜능의 선법이라는 사실 이외에도 인도의 정통을 자처하는 보리달마남종이라는 의미와 지역적으로 장안과 낙양을 일컫는 북쪽이라는 의미까지도 포함하게 되었다.

이 점을 가장 잘 활용했던 사람으로 하택신회가 있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전등을 둘러싼 전법과 전의와 전법게 및 인가를 중심으로 그 형성과 전개 및 특징에 관하여 연구한 저술이 성본 스님의 《선종의 전등설 연구》이다.

3. 다양한 전등설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

성본 스님의 저술 《선종의 전등설 연구》는 저자가 그동안 발표했던 전등사와 관련된 다음 7편의 논문을 약간 수정하여 집록한 것으로 2010년 8월 도서출판 민족사에서 출간된 책이다.

〈선경의 전래와 습선자〉(《불교사회문화연구》 창간호, 2000)
〈선종 전등설의 성립과 발전〉(《가산학보》 창간호, 1991)
〈선종 전등설의 성립과 발전 (2)〉(《가산학보》 제2호, 1993)
〈선종 전등설의 성립과 발전 (3)〉(《한국불교학》 제17호, 1992)
〈선종 전등설의 성립과 발전 (4)〉 (《불교학보》 제34호, 1997)
〈선종의 인가증명(1)〉(《불교학보》 제36호, 1999)
〈선종의 인가증명(2)〉(《불교문화연구》 제8호, 2007)
부록으로 〈선종사 연구방법론 서설〉이 포함되어 있다.

수록된 제목을 통해서 볼 수 있듯이 저자가 그동안 천착했던 중국 선종의 전등에 대한 성립과 인가 및 전법 관련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제1장이 수록된 〈선경의 전래와 초기의 선수행자〉에서는 선경이 전래된 과정 및 선경의 번역자와 번역된 경전 등에 관하여 고찰하고 있다. 특히 달마가 도래하기 이전의 일군의 선법 수행자 곧 습선자(習禪者)들에 대하여 그 계보를 설명하고 그들이 의거했던 선법에 대한 설명을 가하고 있다.

제2장의 〈선종 전등설의 성립과 발전〉에서는 전등의 의미와 그 인식, 그리고 《속고승전》에 수록된 선종의 계보에 대하여 설명한다. 특히 《속고승전》의 능가사(楞伽師)들의 계보는 이후에 전개되는 전법계보설의 기본이 되었다. 나아가서 본격적인 선종 전등사서에 해당하는 두비가 저술한 《전법보기(傳法寶紀)》의 출현과 소위 북종의 사서로서 《전법보기》(712)의 의의에 대하여 설명한다. 계속하여 《능가경》 자체의 내용보다는 오히려 《능가경》의 전승 방식에 의거했던 정각의 《능가사자기(楞伽師資記)》(713)는 이전의 현색의 《능가불인법지(楞伽佛人法志)》(소실)를 계승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선종의 초조를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로 확정하여 소위 구나발타라·보리달마·혜가·승찬 ·도신·홍인·신수로 계승되는 선종의 7조의 전등설이 출현하였다.

제3장 《선종의 전등법통설》에서는 신회의 남종정통설의 주장을 둘러싼 일련의 남종과 북종의 법계에 대한 정통 논쟁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하택이 주장한 보리달마남종은 파사국으로부터 5세기 말에 총령산맥을 통하여 왔다는 달마의 도래 사실에 대해서도 인도 출신으로 둔갑시키고 해로를 통하여 중국에 도래하여 양나라 무제와 만났다는 설정으로 나타났다.

혜능의 순수한 선법과 보리달마의 순수한 선법을 결부시켜 남종이 달마의 정통임을 주장하기 위한 신회의 작품으로서 오늘날에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더불어 전의설(傳衣說)의 주장과 무념을 중심으로 한 여래설의 주장 등은 활대(滑臺)의 종론을 통하여 마침내 남종의 정통성을 천하에 공포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신회는 자신이 남종의 7조라는 사실을 주장하여 이후로 남종의 사람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제4장의 〈남종의 전등사서 《사자혈맥전》 고찰〉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은 《사자혈맥전》이야말로 북종의 전등사서인 《전법보기》에 대응하여 만든 것으로 소위 《보리달마남종정시비론》이 그것이다. 여기에서는 북종의 숭원 법사와 주고받은 대론의 내용을 특히 6대 조사의 전승에 대한 내용이 중심으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제5장 〈서천 28조 법통설의 성립》에서는 선종 전등설의 원류인 〈당중악사문석법여선사행장〉을 소개하고 있다. 홍인의 10대 자제 가운데 한 사람으로 국사를 지냈던 법여의 행장은 이후 《전법보기》에도 수용되었다. 나아가서 《달마다라선경》에 붙인 혜원의 《선경서》와 《부법장인연전》을 바탕으로 하여 전개된 《역대법보기》(774)의 서천 29조 법통설에 대하여 자세하게 논증하고 있다.

 이어서 본래의 제목이 58자나 되는 《조계대사별전》과 《돈황본단경》으로 계승된 서천 29조설은 특히 《돈황본단경》에서 다시 서천 28대설과 동토 6대설로서 33조사설이 주장되었다. 《돈황본단경》을 이어서 20여 년 후에 출현한 《대당소주쌍봉산조계보림전》(801)에서는 각각 전법게(傳法偈)까지 수록된 완성된 33조설로 확정되었다. 《보림전》의 법통설은 《조당집》(952)으로 계승되어 과거칠불의 전법게까지 수록되었다. 이들을 종합하여 선종전등설의 법계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제시해 주고 있다.

제6장 〈선종의 인가증명 연구〉에서는 전의설(傳衣說)을 중심으로 하여 하택신회가 현창했던 가사를 둘러싼 인가설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다. 북종의 숭원법사와 대론에서 제시한 전의설의 시작은 이후 법통논쟁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되었다. 때문에 무주의 사상을 중심으로 형성된 보당종에서 내세운 《역대법보기》의 법통설로 출현된다. 보당종의 정통주장은 곧 혜능의 정통성을 인정함으로써 오히려 황제로부터 받은 지선국사·당화상 처적·정중무상·보당무주로 계승되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제7장 〈전법게의 성립과 발전〉에서는 《육조단경》의 전의부법설을 비롯하여 《보림전》의 전법게에서는 석가모니로부터 서천의 28대 조사 및 동토의 6대 조사 이후 마조도일에 이르기까지 자세하게 그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4. 전등설 연구에 대한 기대

이로써 성본 스님의 저술 《선종의 전등설 연구》에는 1,600년 동안 전승된 선종사에서 제시되었던 전등의 의미와 원류, 그리고 중국 선종에서 주장되었던 다양한 전등설의 모습에 대하여 심도 있는 논지가 드러나 있다. 평자의 입장에서 약간 욕심을 보탠다면 인가 및 전등의 의식 과정에서 나타나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면수사법(面授嗣法)에 대한 실제적인 모습이다. 중국의 선종사 특히 송대의 전법의식에서 구체적으로 전승되었던 사서(嗣書)와 혈맥보(血脈譜)에 수록된 내용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중국의 선종에 본격적으로 발전하면서 제기된 전등 사실의 강조가 비록 중국의 경우 유교문화에서 장자를 중심으로 계승된 문중의식의 형식이라는 점을 빌려 온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선종을 오늘에 이르기까지 온전하게 존속시켜주었던 가장 효과적인 장치였다. 나아가서 선종의 전등에서 나타난 깨침의 인가 및 전법의 의식, 그 과정에서 나타난 전의부법설과 전법게 등은 선종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 주었다.

이런 점에서 성본 스님의 《선종의 전등설 연구》는 바로 이런 점에서 선의 역사를 비롯한 선법의 이해를 위하여 참고해야 할 꼭 필요한 책이다. 저자는 일찍이 한국의 선법과 관련된 법계의 문제에 대해서도 논했던 적이 있는 것으로 평자는 알고 있다. 그 논문까지 더불어 이 책에 수록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전등사서에 대한 연구가 결국 한국의 선법에서 전개되었던 전등사에 관련된 《불조직지심체요절》 《조원통록촬요》 《조계고승전》 등에 대한 연구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

 

김호귀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연구교수.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선학과, 동 대학원 선학과(석사, 박사) 졸업. 동국대 불교대학 선학과 강사 역임. 저서로 《묵조선 연구》 《선과 수행》 《금강경 찬술》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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