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열 지음 《붓다 다르마》

《고따마 붓다》의 연장선상에서

성열 지음
《붓다 다르마》
부처님이 열반하신 이후 끊이지 않는 논쟁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부처님의 의도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부처님의 의도가 불제자들로 하여금 깨달음을 얻게 하는 것일까, 아니면 올바른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일까? 혹은 둘 다일까? 이 난감한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 바로 성열 스님의 《붓다 다르마》이다.

《붓다 다르마》를 이야기하려면 성열 스님의 전작인 《고따마 붓다》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고따마 붓다》가 역사적인 실존 인물인 부처님에 관해 집중적으로 다루었다면 《붓다 다르마》는 그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고따마 붓다》의 내용이 《붓다 다르마》의 배경이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붓다 다르마》의 내용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잡아내려면 그 배경이 되는 《고따마 붓다》의 내용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역사와 설화’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고따마 붓다》는 붓다의 역사적인 모습과 설화적인 모습을 나누어 다루고 있다. 이런 이분법적 구조를 통해 저자는 사람들, 특히 불교 신자들에게 불교의 교조인 ‘고따마 붓다’의 정체에 대해서 알려 주려고 한다. 저자에 의하면 역사적인 붓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지만 설화적인 붓다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안정을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이런 주장은−직언(直言)하면− 대승불교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붓다의 정체성, 즉 붓다의 신성(神性)을 깨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붓다를 신이 아닌 ‘깨달은 사람’으로 명확하게 인식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 바로 《붓다 다르마》다.

《붓다 다르마》의 내용

이 책은 기본적으로 7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제3부부터 7부까지 장 말미에 실려 있는 보설(補說)은 본문의 내용에 대한 일종의 보충설명이다.

①첫 번째 부분은 불교의 올바른 이해를 위하여 독자가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입장들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저자는 과학적 입장, 합리적 사고 등을 강조하며 신앙주의, 몽매주의를 공격하면서 인격신을 신앙하는 종교(Religion)와 세상 이치에 대한 신해(信解)를 내세우는 불교는 다른 가치체계임을 강조한다.(제1부 불교의 올바른 이해를 위하여)

②두 번째 부분은 ‘정통 불교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정통 불교의 일차적인 기준은 붓다에 의해 말해진 것들이고, 이차적인 기준은 제자들에 의해 체계화된 기준으로 삼(사)법인이다. 다른 말로 하면 붓다가 성도한 때부터 입멸 후 30년 동안의 ‘초기불교야말로 정통 불교’라는 것이다.(제2부 정통 불교)

③세 번째 부분은 먼저 이법(理法)인 붓다의 법이 연기법임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불교의 세계관과 인과법칙을 거쳐서 연기와 중도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중도를 이론적 중도와 실천적 중도로 나누고 있다.(제3부 다르마 Dharma)     

보설(補說). 1.깨달음(覺)과 여(如)와 여래(如來) 2.역사는 결정론이 아니다 3.필연과 자유

④네 번째 부분은 초기불교의 인식론으로 십이처, 십팔계, 오온, 무아 등을 다루고 있다. 특히 필자는 삶의 주체로서 육신과 함께 소멸하는 나는 긍정되지만 육신과 별개로 영원불멸하는 자아는 부정된다고 한다. 또 인식의 주체로서의 자아는 인간 두뇌의 활동에 의해 만들어지는 가상의 존재일 뿐이다.(제4부 인식론)
보설. 4.사실과 가치 5.신념과 지식 6.지혜와 지식 7.불교와 윤리학 

⑤다섯 번째 부분은 초기불교의 현상론으로 십이연기와 제식연기를 다루고 삼세인과에 대해 심리적인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다.(제5부 현상론)
 보설. 8.무명

⑥여섯 번째 부분은 초기불교의 실천론으로 사성제를 중심으로 하여 고통을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유여열반, 무여열반, 심혜탈, 혜해탈, 칠처선(七處善)과 삼종관(三種觀)의 인식에 의한 해탈, 삼십칠조도품의 실천에 의한 해탈, 구차제정, 참선 등이 소개되어 있다.(제6부 실천론)
보설. 9.인간본성에 대한 불교적 입장

⑦일곱 번째 부분은 윤회는 방편임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붓다는 경험적으로 내생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 인과의 논리적 차원에서 수용하고 있었다(p.376)며 윤회는 도덕실천의 보상체계라고 주장한다.(제7부 세제로서 불교의 이해)
보설. 10.인과응보의 유형들 11.업과 윤회의 양면성

초기불교의 이론가이자 실천가 성열 스님

《붓다 다르마》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인 성열 스님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한국불교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강남에 포교원을 열어 30년 동안이나 활발하게 전법 활동을 하고 있다.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한결같이 포교의 현장을 지킨다는 것은 실로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초기불교에 대한 인식이 전무(全無)하다시피 한 1980년대 초에 이미 초기불교의 정신에 입각한 불교를 주창(主唱)했으니 여러 가지 어려움도 많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초기불교가 일반화될 수 있었던 것은 성열 스님과 같은 탁월한 혜안을 가진 선구자의 헌신적인 활동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강남포교원이 초기불교 정신의 실천적 요람으로 굳건하게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은 성열 스님의 초기불교 교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이다. 초기불교를 깊이 공부해 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용어 하나하나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당사자가 불교적 삶을 실천하는 데에 강력한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데 성열 스님은 초기불교의 교리들에 대해 독자적인 교상판석을 제시할 정도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산스크리트어나 팔리어는 물론이고, 현대적인 용어와 서양철학의 사상들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 그러니 성열 스님을 실로 초기불교 분야의 일대종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론가이며 동시에 실천가인, 우리 시대에 보기 드문 출가자의 모습을 한 사람이 바로 성열 스님이다. 그래서인지 《붓다 다르마》의 전체적인 초점은 ‘이론을 갖춘 실천’에 맞추어져 있다. 이 점은 《붓다 다르마》에 붙여진 부제인 ‘불교의 올바른 이해와 실천’이 잘 말해 준다.

초기불교에서 말하는 고(苦)에서 벗어나는 길은 기본적으로 교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사성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는 사람은 고의 발생과 소멸에 대한 원리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고에서 벗어나는 실천적 체험을 하기 어렵다. 연기, 무아, 중도, 팔정도 등의 다른 교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 교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비로소 당사자에게 그 내용들이 실천적으로 체험되는 것이다. 교리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마당을 쓰는 비질 하나만으로 고통에서 벗어난 상태인 열반을 증득한 경우는 ‘바보 주리반특’처럼 특별한 경우에 한한다.

논쟁거리들

《붓다 다르마》는 정교하게 잘 짜인 초기불교 교리 해설서다. 그러나 교리적 해석에서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에게는 논쟁을 불러올 만한 주장이 없지 않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다음과 같은 문제는 더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라도 진지한 토론이 필요해 보인다.

첫째, 성열 스님은 붓다의 깨달음의 범위를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세계로 제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그는 자연과학적−검증을 진리판단의 기준으로 하는− 사고방식이 아니면 미신으로 취급하려고 한다. 이런 시각으로 본다면 미시(微示)세계의 요소들을 다루는 양자역학은 자연과학(현대 물리학)이 아니고, 양자역학자들은 과학자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없게 된다.

둘째, 저자는 인간의 감각적 경험에 바탕을 둔 인식이 아니면 사변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하다(p.265)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간의 가시영역이나 가청영역 등을 벗어난 대상에 대한 인간의 인식으로서 현실적이고 사변적이지 않은 것들도 많이 있다.

셋째, 인간의 오감이 언제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우리의 오감이 전달하는 정보가 사실상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아가 판단작용을 하는 두뇌까지 포함한 우리의 감각기관 체계가 그렇게 신뢰할 만한 것은 아니라면 진리판단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

넷째, 색(色, 객관세계)에 앞서는 식(識)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객관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마음(識)이다’는 유식의 주장을 엉터리라고 한다. 그런데 십이연기에서는 분명히 색에 앞서 식이 있다. 그렇다면 이 식의 정체는 무엇인가? 붓다의 경험론에 반하는 유식사상의 선험적 관념론의 출현이 인도불교가 힌두교로 흡수되는 과정이었다(p.192)면 십이연기의 선험론은 어떤 역할을 했나?

다섯째, 붓다 출현의 원인이 된 고통의 구제가 반드시 사제나 팔정도를 통해야만 하는 것인가? 대승불교의 관세음보살의 기본정신은 모두 중생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인데 고통의 해소를 주장하면서 관세음보살을 배격하는 것은 일종의 모순이 아닌가?

여섯째, 윤회가 단지 심리적인 것에 불과하다면 붓다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형이상학적 질문이라 하여 답변하지 않았던 붓다가 심리적인 문제인 윤회를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표현했을까?

이 외에도 저자의 유물론적 경향이나 경전(자구) 제일주의, 대승불교의 신불(神佛) 숭배 등이 있다. 특히 저자가 주장하는 제법무상과 제법무아의 의미는 교리적으로 재검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필자는 모든 불자들에게 《붓다 다르마》의 일독을 권한다. 불자라면 기본적으로 부처님이 직접 말씀하신 내용을 알아야 하는데 《붓다 다르마》는 저술 취지에서부터 그에 부합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크던 작던 자각(自覺)을 경험해 볼 수도 있다. 내친김에 인물론(人物論)인 《고따마 붓다》를 먼저 읽고 교설론(敎說論)인 《붓다 다르마》를 살핀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


 

방경일 / 불교 저술가·칼럼니스트. 1987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불교방송 조사기자를 거쳐 저술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초기불교 VS 선불교》 《선사들의 삶과 깨달음》 등이 있고, 〈무아를 체득하면 윤회는 없다〉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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