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불교와 관련된 모임이나 사찰에 가면 ‘큰스님’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ooo 큰스님께서 나오셨습니다.” “ooo 큰스님의 법문이 있겠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리고 큰스님이기 때문에 스님에게 인사를 할 적에도 절을 세 번을 하라고 했다. 그런 일을 겪은 후, 어떤 스님을 큰스님이라 하는지 궁금했다.

일반적으로 사물의 크기는 길이나 부피 등을 기준으로 구분하는데, 그런 기준으로 보면 키나 덩치가 한국인의 평균보다 큰 스님들을 큰스님으로 지칭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키가 평균 신장보다 작고 체격도 왜소한 스님들도 큰스님으로 불리기도 한다.

몇 년 전 출가 수행자로서의 진면목을 좌탈입망으로 보여준 서옹 스님이나 불교 신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존경을 받았던 스님들 중에는 덩치가 평균 이상이 아니었는데도 모두 큰스님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키나 덩치가 기준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면 나이가 많거나 사람들에게 이름이 많이 알려진 스님을 큰스님이라 하는 것일까? 나이는 많고 적음은 구분이 분명하지만,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는 것은 갖가지여서 기준이 모호하다. 사람들에게 칭찬받을 좋은 일을 많이 하여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도 하지만, 수행자의 본분에서 벗어난 기이한 행동으로 이름이 나기도 하고, 또 비난의 대상으로 이름이 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많고 적음의 구분이 분명한 나이가 큰스님을 구별하는 기준일까?

일찍이 맹자(孟子)는 사람으로서 존경받아야 할 것이 셋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나이라고 했다. 조정에서는 벼슬이 높은 사람이 존중받아야 하고(朝廷莫如爵), 세상을 이롭게 하고 백성을 위하는 데는 덕망의 높고 낮음으로 존중을 받는 순서가 정해지고(輔世長民莫如德), 일반 사회생활에서는 나이의 많고 적음으로 위계질서를 삼는다(鄕堂莫如齒)고 했다. 그런데 나이의 많고 적음도 큰스님의 기준은 아닌 것 같았다.

언젠가 사찰순례단을 따라 남도 지역의 사찰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전국적으로 이름이 난 절에 갔는데, 주지를 맡고 있는 40대 중반의 스님을 큰스님이라고 소개를 했고, 순례단의 불자들에게 주지 스님께 절을 세 번 하라고 했다. 그래서 사찰순례를 주관한 관계자에게 ‘나이도 젊은 것 같은데 무엇이 커서 큰스님이라고 하느냐’고 했더니, ‘요즘엔 이런 정도의 큰 절의 주지 스님은 모두 큰스님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분이 말한 ‘이런 정도’라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그 절은 대웅전과 응신전, 산신각, 큰 설법당이 있는 규모가 제법 큰 사찰이었다. 그리고 그 주지 스님은 자기 부모님 또래의 60~70대의 노인들이 포함된 순례단에게 절을 세 번이나 받았는데, 절을 하는 노인들이나 절을 받는 젊은 주지 스님 모두 몸에 익은 일처럼 자연스러웠다.

부모님 또래의 60~70대의 노인들에게 절을 세 번이나 받는 그 주지 스님을 보면서, 큰스님의 기준이 키나 덩치, 나이는 아니고 사찰의 주지를 맡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한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것은 맹자가 말한 세 가지 기준의 하나인 벼슬(爵)에 해당하는 것이기도 하여 수긍이 가는 점도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십몇 년 전에 세인의 관심을 끈 ‘중 벼슬이라는 것이 닭벼슬보다 못하다’는 어느 스님의 말이 떠올랐다.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직과 관련된 문제로 종정직에 있던 노스님의 행적이 시비가 되었고, 그것을 문제 삼아 조계종의 상징이자 존경의 대상인 종정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자, 종정직에 있던 스님은 ‘닭벼슬 보다도 못한 중 벼슬하려고 수행자가 되지 않았다’며 종정직에 조금도 연연해 하지 않고 물러났다. 그 일을 떠올리며 그분의 말씀에 비추어 보면, 주지직과 같은 스님들의 직책은 일반 신도들에게는 존경의 대상이 될지는 몰라도 수행자들에게는 존경의 대상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어떤 스님을 큰스님이라고 하는 것일까? 맹자가 말한 세 가지 중에 하나 남은 덕(德)이 큰스님을 구별해 주는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덕이라는 것 자체가 추상적이어서 논란의 소지가 있기는 하지만, 수행자로서 본분에 충실하고, 부모님 또래의 노인들에게 절을 받는 것을 조금은 송구스럽게 생각할 줄 알고, 큰스님으로 대접받는 것을 좋아하기보다는 부끄러워하는 것이 덕이 아닐까 싶다.

불교 관련 언론매체와 각종 출판물로 불교 신도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출가 수행자들에 대한 기대치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덕 높은 큰스님들이 많아서 어느 절에 가든지 큰스님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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