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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를 때에는 산에 의지하여 오르고 계단을 오를 때에는 계단에 의지하여 오른다. 물론 내려올 때도 그에 의지하여 내려와야 한다. 내 행동이 나의 위치를 옮긴다고 생각하던 것이 그 대상에 의지하여야 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모든 사물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경사면을 오르내릴 때 발이 미끄러지지 않게 안전장치로 받침을 만든 것이 계단의 시작이라고 본다. 계단
사색과 성찰
김양희
2019.12.05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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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이었나, 나는 맨발로 금강산 외금강과 해금강을 다녀온 적이 있다. 한 번 여행으로는 무언가 부족하여 다시 가보려고 했으나, 금강산 여행길이 닫히면서 갈 수가 없었다. 1998년 금강산 여행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문이 닫히고, 닫힌 채 다시 11년이 흘러가고 있다.금강산은 우리 민족의 사상과 미학의 결정체다. 옛사람들은 신선사상과 풍류정신을
사색과 성찰
공광규
2019.12.05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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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곁에는 우리 집 거사가 스스로 자전 소설가라 칭하며 자기가 쓴 글을 들어보라고, 어눌한 발음으로 열심히 읽어주고 있다.그는 유년 시절에 일제 강점기, 해방기, 6 · 25사변기의 아픈 역사를 겪었다. 지금은 그렇게 유년 저편에 두었던 아픈 시절을 즐겁게 추억하며, 자신의 불편함과 아픔을 이겨내고 있다.물론 그는 문학하고는 먼 거리에서
사색과 성찰
김정운
2019.12.05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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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은 불교나 힌두교의 중요한 교리에 속한다. 그러나 요즘은 불교, 힌두교를 믿지 않는 서구의 의학자, 과학자, 종교철학자 등까지 환생의 수많은 사례를 수집하고 논문을 발표하며, 책까지 출판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환생을 믿는 사람들이 2014년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28%가 된다(한국갤럽조사연구소, 2015). 그 이후 5년이 지났으니 아마도 지금은 그
사색과 성찰
박호영
2019.12.0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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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듣고 가장 많이 입에 올렸던 말은 ‘엄마’ 그리고 ‘관세음보살’이다. 내게 있어 이 두 단어는 부르고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로가 되는 말이다.내 어머니는 이십 대에 혼자되어 우리 오누이를 키우면서 힘든 순간마다 주문처럼 외는 말이 ‘관세음보살’이었다. 어린 자식의 아픈
사색과 성찰
문숙
2019.12.05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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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의 어촌마을에 터를 잡고 살 때의 일이다. 그 무렵 나는 작은 교회의 목회자로 시무하고 있었는데, 특별한 분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어느 날 낯선 분이 전화를 걸어왔다.“저는 백담사 주지인 마근이라고 합니다.”나는 뜻밖의 전화를 받고 조금 당황스러웠다.“얼마 전에 목사님께서 저희가 만드는 작은 잡지에 발표하신 시를 보고
사색과 성찰
고진하
2019.12.0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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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나침반을 갖고 계신가요? 저는 지난가을에 《어머니, 윤정란(尹庭蘭)》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생애 열 번째로 묶은 시집이지요. 스물둘에 시심(詩心)을 잡고 시작(詩作)을 한 지 어느덧 40년이 됐습니다. 돌아보면 늘 돌부리에 걸리는 발걸음이었지만 그래도 저 홀로 대견하여 ‘등단 40주년 헌시’라는 부제를 달아 올렸습니다.생명
사색과 성찰
이승은
2019.12.0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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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가을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부터 거의 매일 한두 권의 시집이 배달되어 온다. ‘바야흐로 시집 출간의 계절이 시작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이런 기류는 길게는 연말까지 이어지게 된다. 어떤 날은 열 권에 가까운 시집이 우송되어 오기도 하는데,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그 가운데 몇 시간은 이들 시집을 읽는 것으로 정해두고 있
사색과 성찰
박시교
2019.12.05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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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남도 광양에 있는 광양 시장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그날도 왁자한 시장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구경했다. 한참을 걷다 보니 구두 한쪽 가죽끈이 달아나고 없는 걸 보았다. 수선집을 물으니 시장 한쪽 구석진 곳을 가리킨다. 노인이지만 잘 고친다고 누군가 말한다. 그 구석진 곳엔 80세가 좀 넘어 보이는 노인이 재봉틀 한 대 놓고 일
사색과 성찰
노향림
2019.12.05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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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사에 오른 일이 있었다. 30년쯤 전의 일이다. 글쎄 무슨 인연으로 내가 그 절에 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누구나 관광차 오대산에 가고 그러면 월정사, 상원사, 적멸보궁 등은 으레 들리기 마련이다.나는 상원사와 좀 색다른 의미의 추억거리가 있다. 거기서 〈비천〉이란 시를 얻은 것도 그중의 하나다.상원사에는 국보급 혹은 보물급의 문화재들이 있다. 그중에
사색과 성찰
문효치
2019.12.05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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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여 전 신문사 논설위원 시절부터 나는 감히 그렇게 말하곤 했다. “나는 빼도 박도 못하는 기독교인이다. 하지만 내 오른쪽에는 영혼의 은사인 법정 스님이 계시고, 왼쪽에는 설악산 오현 스님, 마음 한가운데는 김수환 추기경님, 그리고 머리 위에는 예수님이 앉아 계신다”라고.돌이켜 생각하고 음미해 볼수록 얼마나 가소로운 자아도취적 주장
사색과 성찰
오명철
2019.09.0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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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머리에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오현 스님과의 만남은 스님이 열반에 들면서 멈췄다.스님과 상당히 가까이 지낸 분들마저 도대체 두 사람의 사이는 어떤 관계요, 하고 물을 정도로 30년 가까이 유별(有別)한 승속을 거리낌 없이 오고 간 관계가 마무리된 것이다.스님은 수행자이지만 몸은 늘 세속과 함께했고 나는 세속인이지만 머리는 늘 수행 쪽을 향하고 있었기 때
사색과 성찰
김진태
2019.09.0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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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사피엔스로서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다. 생각은 다른 동식물과 달리 인간이 가진 특징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인간은 사유의 능력으로써 문명을 일궈왔고 앞으로도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하지만 보통 인간의 사유 능력의 앞뒷면을 보면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들은 작게는 개인의 내면에서부터 가정, 직장, 사회, 국제관계에서까지 사
사색과 성찰
김봉래
2019.09.0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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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의 평생교육원 시 창작반에 비구니 스님이 한 분 계신다. 5년 전부터 십여 명의 수강생과 함께 시 창작 공부를 하는 스님은 걸어서 10분 남짓한 거리의 ‘죽림정사’라는 조계종 산하의 아담한 사찰의 주지 스님이다. 바로 형석 스님. 스님은 내 수업 시간에 오셔서 절간의 풍경처럼 말없이 앉아서 가끔 한 번씩 수줍은 미
사색과 성찰
권성훈
2019.09.0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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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틈이 나는 대로 집 안팎을 들쑤시고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버리는 일, 비우는 작업이다. 장롱 속에는 유행이 바뀔 때마다 혹은 치수에 맞추느라 구입한 사시사철 옷이 너무 많다. 언젠가 살을 빼면 입겠다며 서랍 깊숙이 넣어둔 옷도 만만치 않다. 부엌 선반에는 혼수 세트에서부터 선물 받은 것까지 별로 사용하지 않는 그릇들이 차고 넘친다. 색깔이 예뻐서,
사색과 성찰
김우남
2019.09.0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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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공장을 개조해 카페와 공방으로 쓰는 곳이 있다기에 일부러 구경한 적이 있다. 먼지에 그을린 골조와 시멘트가 떨어져 나간 벽체가 스산했다. 그 시대를 살아냈던 사람들의 고단함이 느껴졌다. 어느 작가의 공방 문에 맵시 있는 손글씨로 써놓은 한 구절, “씨앗은 강하다”. 노후한 장소였기에 저 문장이 강렬했을 것이다. 초보 농부인 내게
사색과 성찰
정성운
2019.09.0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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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그때의 일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 글로 옮기자니 여러 생각이 든다. 왜 그런 인연이 생겼는지, 왜 하필 그때 그 자리에 있었는지. 안 봤으면 그런 힘든 시간을 보내지도 않았을 텐데.벌써 5년 전의 일이다. 아주 우연히 그 사건 현장에 있게 됐다. 처음 현장을 목격했을 때는 아무 느낌도 감정도 없었다. 아, 말로만 듣던 자살의 현장이 이런 거구나. 물
사색과 성찰
김태형
2019.09.0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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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퇴직해 집에 주로 있는 나의 일과는 24시간 엄마를 돌보는 일이다. 24시간 마주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한다. 나보다 컸던 엄마의 키는 내 어깨 정도로 대폭 줄어들었고, 근육과 살은 빠져 뼈가 앙상하다. 눈은 흐릿하고 귀는 잘 안 들린다. 치아도 아랫니 앞 8개 외에는 전부 틀니라 자주 잇몸의 아픔을 호소한다. 검버섯이
사색과 성찰
이경숙
2019.09.0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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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하는 곳은 파주출판도시입니다. 단지 조성 초기에 입주했습니다. 처음엔 허허벌판이었습니다. 그 무렵 한 친구가 공장에서 키워 보라며 진돗개 새끼 한 마리를 주었습니다. 암놈이었습니다. 점심식사 후 나는 놈에게 목걸이를 채워 산책을 자주 나갔습니다. 처음엔 몰랐습니다. 놈은 가는 곳마다 킁킁거리며 오줌을 지리면서 자기 영역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은
사색과 성찰
이길원
2019.09.03 1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