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식 동국대 연구교수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불교학계에서 김광식 교수만큼 새로운 저작을 끊임없이 선보이는 학자가 또 있을지 의문이다. 그는 앞서 25권의 저서를 출간하였으니, 이번이 26번째이다. 그중 한 권을 제외하고 모두 근현대불교와 관련된 책이다. 저자가 근현대불교 연구서로 첫 책을 출간한 이래 17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오랜 시간 동안 한 우
불법을 찾아 고행길을 떠난 사람들왜 집을 떠나 여행을 할까? 길이 거기 있으니까? 이건 너무 진부하다. 무언가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문화를 알고 문명교류를 이해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렇다면 천축국(天竺國)으로 떠난 법현, 현장, 혜초 스님은 어떤 목적에서 여행을 떠났을까? 그들을 통칭해서 천축구법승(天竺求法僧)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법을 구
1. 대승불교와 대승계 우리나라의 불교는 대체로 대승불교권으로 분류된다. 최근 남방불교가 관심을 끌면서 그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흐름도 없지 않고, 또 계율의 문제를 기준으로 삼으면 ‘사분율(四分律)’을 비롯한 초기불교의 계율을 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의제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불교 전통이 보살(菩薩)을 중
“이 책은 선 수행이 뇌의 정신 생리를 변화시킨다고 생각하는 뇌과학자의 기대를 담고 있다”(469쪽)20세기 초반부터 동아시아의 이민자를 중심으로 서양에 전해진 불교는 20세기 중반을 지나면서 심리학자, 의학자와 같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1950년대에는 에리히 프롬 등의 신프로이트학파의 심리학자들이 일본의 스즈키 다이세츠(鈴木
존경하는 저자의 20여 년 연구 성과에 대한 서평을 쓴다? 이건 섶을 지고 타오르는 불로 뛰어드는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후회해도 늦은 것은 이미 쓰기로 약속을 했던 ‘과거형 시제’ 때문이다. 덕분에 티베트불교사 전반을 훑어보면서 《샨타라크쉬타의 중관사상》을 숙독했으니, ‘서평 쓰기란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는 것에 다름
이 책은 19세기 유럽에서 시작한 근대학문으로서의 불교학이 동아시아 불교에 주었던 문화적 충격에서 시작하여, 이런 인식이 다시 동아시아 불교에 내면화되고 권력화(?)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하고 있다. 조성택 교수는 근대 불교학이 가진 잠재적인 서구 중심적 관점을 비판하면서 이를 극복할 새로운 주체적 관점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근대 불교학의 연구 성
불교명상의 이론 및 실행법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구조화된 명상심리치료법이 소개된 《명상심리치료−불교명상과 심리치료의 통합적 연구》(인경 스님, 2012)가 발간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저서는 불교 원전의 이론적 바탕에 따라 구조화된 명상심리치료를 다양한 심리적 문제나 정신적 증상으로 고통받는 대상자들에게 실행하고 그 치료 결과를 과학적으로 검
이 책은 케네스 첸(Kenneth Ch’en)의 The Chinese Transformation Of Buddhism을 번역한 것이다. 이제 번역과 내용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이 책을 살펴보고자 한다.이 책과 함께 케네스 첸의 ‘중국불교 2부작’으로 불리는 Buddhism In China를 10년쯤 전에 《중국불교》라는 제목
불교의 언어는 삶의 곳곳에 퍼진 고(苦)를 응시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일상과 가까운 듯하지만, 사실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가볍게 뒷덜미를 들어 올려주는 ‘정신’의 고양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고양의 느낌보다는 위로의 느낌이라고 할까. 온갖 번민을 들추어내고 대결하는 불교의 언어들은 삶의 구체적 상처를 다루고 언급한다. 하지만 이
한국불교의 정체성신규탁 교수는 중국 화엄학과 선불교를 전공하는 철학자다. 그가 화엄과 선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이유는 당연하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이 바로 규봉종밀(圭峰宗密, 780~841)에 대한 연구였기 때문이다. 종밀이 딱 그런 사람이었다. 평생 박사학위 논문 주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인문학자의 숙명이고 또한 정직함이다. 박사 논문은 그저 통
1. 우리 시대 불교의 자화상현대사회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시선은 대체로 밖으로 향해 있다. 밖에 나가면 휘황한 불빛을 자랑하는 광고판들이 우선 시선을 끌고, 집에 들어오면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아니면 스마트폰의 액정화면이 시선을 잡는다. 그렇게 외부를 향하는 시선은 어느 순간부터 혼자만의 고유한 시간과 고적함을 침식하기 시작했고, 우리 한국인들은
1.초기불교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역사적 사실만을 말하자면 2,500년 전쯤 인도에서 시작되었으며, 고타마 싯다르타(Gotama Siddhattha)라는 인물과 그의 제자들에 의해 주도된 신흥종교 정도로 묘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식적인 수준의 답변을 넘어서는 순간 상반되는 입장들과 마주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초기불교를 오로지 개인적인
1.만해 한용운은 격동의 한국 근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대표적 인물이다. 그가 남긴 족적은 다양하고도 선명하다. 그의 종교는 석가모니, 사상은 간디, 시는 타고르에 비견되는데, 따라서 선승·혁명가·시인의 일체화로 평가된다. 만해는 승려로서는 불교개혁을 외쳤고, 시인으로서는 ‘님’을 추구하였으며, 독립운동가로서는
1. 기억과 회귀의 사이승랑(僧朗, 450~530년경)! 근현대 한국의 불교인들 사이에 숱하게 회자되었던 이름. 그래서 한국 불교인들의 기억 속에 강렬한 인상으로 각인되었던 이름. 그러나 미지의 영역 속에 갇혀, 그 실체를 누구도 쉬이 말할 수 없었던 이름이기도 하다. 굳이 찬사를 보내고 싶은 인물이기도 했지만, 왜 찬사를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미지(未
최연식 선생님께번역하신 책, 《불교의 중국 정복−중국에서 불교의 수용과 변용》을 이번에 보았습니다. 위대한 저작이지요. 불교가 처음 중국으로 전래된 한(漢)대부터 시작해서 동진시대(東晋時代)에 이르는 초기 중국불교사에 대해 이 책만큼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꼼꼼한 자료를 제시하는 고전적 연구서도 드물 것 같습니다. 저자인 에릭 쥐르허가 초판
어느 신문에선가 아날로그 시대는 노하우(know-how)의 시대이고, 디지털 시대는 노웨어(know-where)의 시대라고 하는 기사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인 적이 있다. 노웨어는 자기에게 유용한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그 정보를 적절하게 활용한다는 의미이다. 전공 서적과 관련된 수많은 책 중 어떤 것을 고를 것인가로 골머리를 썩
하얀 백지를 앞에 두고 잠시 선정에 들어가 보자. 그렇게 마음을 가라앉힌 연후에 스님들 이름을 한번 적어보기로 하자. 일단 우리나라 스님들 중에서 현존하지 않는 분들의 법명이나 법호나 기억나는 대로 적어 보는 것이다. 과연 몇 명이나 쓸 수 있을까? 정천구(丁天求, 1967~ )선생께서 애써 주신 공덕으로, 우리말로 번역된 《원형석서》(상하 2권)를 읽으면
1. 선종의 출현 선의 원류(遠流)는 불교가 발생하기 이전 고대 인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인도에서 실행되고 있던 요가수행의 형태 및 방법은 불교가 발생한 이후에 형성된 선수행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의 직접적인 원류(源流)는 붓다로부터 시작되었다. 왜냐하면 붓다가 깨침의 방법으로 활용한 것이 곧 선이었고 선으로 제자들한테 수행하는 가르침을 베풀
어원적 의미의 인문(人文)이 인간적 삶의 무늬라면, 그 무늬는 어떤 경계들이 만드는 무늬이다. 선과 악, 정상과 비정상, 이전과 이후 등을 가르는 경계. 또는 예술, 역사, 철학, 종교 등을 나누는 선. 그런 선들이 모여 인문의 세계를 이룬다. 그러므로 사유한다는 것, 인문적으로 사유한다는 것은 경계와 씨름한다는 것과 같다. 어떤 정해진 한계 안에 머물러
《고따마 붓다》의 연장선상에서부처님이 열반하신 이후 끊이지 않는 논쟁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부처님의 의도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부처님의 의도가 불제자들로 하여금 깨달음을 얻게 하는 것일까, 아니면 올바른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일까? 혹은 둘 다일까? 이 난감한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 바로 성열 스님의 《붓다 다르마》이다.《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