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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 빠진다고 안 될 일은 아니지만 자리 채워주고 빛내주기 위해서 나 오늘 초대를 받고 행사에 참석한다 중심이 되지 못하고 주변만 늘 맴도는 꽃잎은 꽃술의 들러리일 뿐이지만 한 송이 꽃의 품격은 꽃잎에 달렸다 — 시조집 《오시는 봄》(글나무, 2023) 이기라1974년 《월간문학》 등단. 시조집 《꿈에 꾼 꿈》 《지푸라기 한줌》 《그래봤자》 등이 있다.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현대시조문학상, 서울시문학상 등 수상.
내 마음의 시
이기라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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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려 하지 않는 귀, 들을 수도 없는 귀. 이미 편 갈린 귀, 서로 닫아버린 귀, 마음이 길을 잃어서 오래전에 병든 귀 — 시집 《이명》(천년의 시작, 2023) 이우걸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모자》 《주민등록증》 《저녁 이미지》 《빈 배에 앉아》 등. 정운시조문학상 중앙시조대상 가람시조문학상 유심작품상 등 수상.
내 마음의 시
이우걸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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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가시덤불이슬 젖은 풀밭이라 평생을 허리 굽혀네 잎 클로버를 찾았다 모두들 잘도 찾건만나에겐 보이질 않았다 그게 아무것도 아닌하찮은 토끼풀이란 걸 여든 너머이제야 깨달았다 — 시집 《너였을 거나》(인간과 문학사, 2022) 조기호전북 전주 출생. 문예가족 표현문학 풍물시 동인. 시집 《저 꽃잎에 흐르는 바람이》 《바람 가슴에 핀 노래》 《겨울 수심가》 《백제의 미소》 《그 긴 여름의 이명과 귀머거리》 외 여러 권.
내 마음의 시
조기호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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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천불전(千佛殿) 여명을 가르며 뜰 거닐다 개운한 공기를 한입 들이마시니옥수에 몸 담그듯 청량해 한순간 요령껏 다 가지려맑은 공기며 새소리며 엷은 청색 어둠이며주머니에 가득 담기 시작했는데지나간 저녁까지 다가올 저녁까지다 담았는데 서울 와 보니 나도 부처인지대웅전 뜨락에 다 두고 왔다. — 시집 《전쟁과 평화가 있는 저녁》(민음사, 2023) 신달자1964년 《여상》으로 등단. 1972년 박목월 추천으로 《현대문학》 재등단. 《열애》 《종이》 《북촌》 등 시집 다수. 정지용문학상, 유심작품상 만해대상 등 수상. 한국시인협회
내 마음의 시
신달자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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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없는 천주교 사제들에게 조카는 자식만큼 예쁘고 귀하다. 둘째 조카 녀석이 대학에 들어가 첫 한 달이 지났다. 가족 모임에 조카들이 다 왔다. 나의 노모가 손주(둘째 조카)에게 “얘야, 이제 대학도 들어갔으니까 성당 좀 잘 다녀라.”라고 말을 건넸다. 둘째 녀석이 물끄러미 할머니를 쳐다보며, “할머니 내가 불교 학교에 갔는데, 무슨 성당이에요? 그냥 절에 가서 관세음보살이나 찾을래요.”라고 내뱉었다. 순간 갑자기 분위기가 어색해졌지만 내가 “그래, 맞는 말이야. 성당 다니기 싫으면 절이라도 열심히 다니거라.”라고 농담을 던졌다
사색과 성찰
최영균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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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시절, 아들의 일상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았다. 자의식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아들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내면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는 한참 밝고 유쾌해야 할 시기에 세상의 모든 일을 달관한 듯 초연한 모습으로 평범한 세상의 일부분이 되고 싶지 않아 거드름을 피웠다. 그래서 아들의 일상은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의 이러한 태도가 못마땅했다. 서로의 불만족이 정점에 닿을 무렵 아들은 어머니와 다투게 되었다. 젊은 패기를 장착한 아들은 무질서한 논리로 어머니를 곤혹스럽게 했고, 아들의 저항에 놀란
사색과 성찰
권오상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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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였던가.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그해 겨울방학은 유독 길었다. 친구들이 시골 할머니 집에 가곤 하던 그 겨울, 나는 꽁꽁 얼어붙은 화계사 앞마당 호수에서 혼자 스케이트를 탔다. 아무도 없는 절 마당의 꽁꽁 언 호수는 초록색 빙판이었고, 난 동화의 어떤 장면을 연상시키는 그 초록빛 고요함이 좋았다. 빙글빙글 호수를 천천히 돌고 있으면, 지나던 스님들은 내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때 내가 받은 질문들은 엉뚱하고 재미난 것들이었는데, 예를 들면, “꼬마야, 너 저기 구름은 어디로 가는지 알아?” “너는 어디서 왔니?
사색과 성찰
박정은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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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근무하는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한국 천주교회의 사목 전망을 거시적으로 연구하는 곳입니다.(‘사목(司牧)’은 하느님을 믿는 백성을 위한 돌봄으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지상에서 교회가 하느님 백성을 위하여 행하는 모든 활동을 사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가 사목 비전을 성찰하고 사목의 발전적 걸음을 디딜 수 있게 도와주는 주교회의 연구기관입니다. 본 연구소가 《한국 천주교 코로나 팬데믹 사목 백서》를 준비하고자 설문조사를 하였습니다. 천주교 신자(1,063명)와 비천주교 신자(1,000명)를 대상으로 올해 1월에 시행
사색과 성찰
곽용승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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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명산이 많다. 그리고 명산엔 틀림없이 고즈넉하고 멋스러운 사찰이 자리 잡고 있다. 사찰을 둘러보는 것이 잔잔한 즐거움이다. 나는 부처님 앞에선 언제나 같은 기도를 올린다. 호국불교 아닌가? “우리나라를 보호해 주시고 하루빨리 남북통일이 되게 도와주소서!” 요즘은 대세에 따라 ‘통일’이 아니라 ‘남북 공동의 번영과 평화’를 간절히 빈다. 하느님께도 빌지만 부처님께도 비는데, 정성이 모자라서인지 시민들의 무관심 때문인지 정치가들이 장난을 치는 건지, 아직도 남북의 번영과 평화는 요원한 느낌이다. 죽어서나 고향 땅을 굽어보고
사색과 성찰
소희숙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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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신자들을 상대로 사회생활의 자세를 성찰하는 강연을 할 때, 가끔 우리의 종교 생활을 재고(再考)하고 반성하자는 취지로 언급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모든 종단에 소속된 사람들을 합하면, 남북의 인구를 합한 수보다 많다고 합니다. 몇 년에 한 차례씩 가가호호(家家戶戶) 방문하면서 인구조사를 하는데, 이때도 거의 두 사람 가운데 한 명꼴로 자신이 종교 생활을 한다고 답한다고 합니다. 그리스도가 구원을, 부처님이 중생의 구제를 가르친다는 것은 믿는다고 밝히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든 자비의
사색과 성찰
박동호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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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서 결혼한 지 5년 만에 절에서 100일 기도해서 얻은 무남독녀가 친구 따라 성당에 다니다 수녀원에 간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첫 말씀은 참 간단했다. “그래.”기도해서 낳은 아이는 하느님(부처님)의 사람이라고 하시며, 가서 잘 살라 하셨다. 사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대학 진학은 하지 않고 2년가량 3~6개월에 한 번씩 일자리를 바꾸는 딸내미를 보시며 또 저러다 금방 마음을 바꾸겠지 하시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그래.” 하고 허락하셨다. 그러면서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일을 하겠다고 하며 나오겠지 하셨단다. 그런데 나는
사색과 성찰
윤진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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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글한국 내에 거주하는 이주민에는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민자, 유학생, 난민, 특별기여자, 원어민 강사, 사업자 등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모두 포함된다.법무부 출입국 통계(2022년 12월 기준)로 대한민국 전체 인구는 5,143만 9,038명, 체류 외국인은 224만 5,912명으로 외국인 주민의 비율이 4%를 넘는다. 이 같은 통계는 한국은 더 이상 하나의 민족으로 살아가는 사회가 아니라 다문화, 다인종, 다종교가 공존하는 사회임을 의미한다.체류 외국인을 나라별로 살펴보면, 한국계 중국인을 포함하여 중
소수자 인권
진오
2023.08.14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