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말이 저서는 아마도 호진 스님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연구 성과물일 것이다. 지난 1992년 국내 최초로 무아와 윤회의 관계를 정리한 《무아·윤회 문제의 연구》가 출간됐다. 이 저서는 호진 스님이 1981년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 제출하였던 박사 학위 논문의 번역본 《무아·윤회 문제의 연구》의 개정판이다. 개정판에서 크게 달라
1. 우리가 불교를 공부하는 목적은 우리의 삶에 대한 붓다의 지혜를 배우기 위함이고 인도불교, 중국불교, 일본불교를 공부하는 것도 결국은 이 땅의 불교를 올바로 알고 해명하기 위함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한국불교사 탐구》는 단순한 한국불교사의 진술을 넘어선 진실한 한국불교를 바로 밝혀내려는 저자의 탐구열이 그대로 느껴지는 저술이라고 여겨진다. 한 조
1. 조선시대 불교사의 재인식역사는 시간 위에서 벌어지는 공간의 게임이다. 아니 공간 위에서 벌어지는 시간의 게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역사 기술에서는 시간의 주도자가 공간의 주도자가 된다. 그리고 그 주도자는 역사 문화의 주도자이자 철학 사상의 주도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역사는 주역만으로는 무대를 열어젖힐 수가 없다. 역사의 무대는 조역의 도움을 받
1. 선과의 인연선의 시각으로 현대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이승훈의 시론집 《선과 아방가르드》(푸른사상)가 지난 8월 출간되었다. 이 시론집은 현대 선시의 이론적 토대의 깊이를 더하는 선사상 연구의 결과물이다. 인간 본성으로 회귀하고자 그 대안으로 선을 앞세우는 시기에 시의적절한 이론서라고 할 수 있다. 책을 펼치면 저자가 선을 중시하며 선의 세계관이
“강연이란 청중이 그 내용 중 3분의 1은 이미 알고 있거나 쉽게 이해했다고 믿고, 또 3분의 1은 모르던 것을 배웠다고 믿고, 나머지 3분의 1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낄 때 잘한 강연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얼핏 우스갯소리처럼 들릴지 모르나 이것은 교수법상 주요점을 내포하고 있다. 청중이 흥미를 잃지 않아야 하고 어느 정도
‘인도인의 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책의 범위 내에서 ‘인도인의 길’의 함축적 의미를 도출해보기로 한다. 저자는 인간이 “궁극 실재에 참여한다는 기초적 비전과 인간 존재의 영적 변화라는 목적이 인도 철학과 종교 사상을 인도해 왔고 인도인의 길을 형성해왔다.”고 말한다(28쪽). &lsqu
최근 10년 사이에 빨리 4 니까야와 빨리 아비담마의 논서들이 우리말로 번역되었다. 초기불전연구원의 대림 스님과 각묵 스님과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 박사의 4 니까야 완역과 《청정도론》 《아비담맛타상가하(아비담마 길라잡이)》의 번역이 그 대표적인 테라와다 전승 문헌의 번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빨리어로 된 초기불전과 아비담마 논서는 테라와다의 수행법
1. 학문연구가 개론에서 시작하여 개론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개론은 학문의 기초이지만, 이 기초가 학문의 귀결점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개론을 집필한다는 것은 그 분야에 대한 깊은 조예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계환 스님이 펴낸 《중국불교》도 중국불교를 개괄하는 개론서이지만 아무나 쉽게 집필할 수 있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된
1.한 길을 오래 간다는 것은 그 길과 그 가는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거기에는 그 길의 울림이 있을 것이다. 한 길을 오래 간 사람의 그 길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공명(共鳴)을 줄 것이다. 그 공명하는 울림을 느낄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이평래 교수는 〈여래장설과 원효〉(1987)에서 원효의 불교학은 《대승기신론》의 여래장 사상을 토대로 삼은
하나조노 대학에서 불교학을 전공하는 저자 사사키 시즈카 교수는 ‘선과 생명과학’이라는 연속 강연회를 주최하면서, 싯다르타 부처님 시대의 불교와 과학이 갖는 정합성에 놀랐다고 고백한다. 우주의 진리를 자신의 힘으로 탐구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과학자나 수행자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수행자는 세계의 본질, 괴로움의 원인, 괴로움의 제거 방법을
1. 지금부터 2,500여 년 전 동양 인도에서 일어난 불교사상과 19세기 후반 서양 독일에서 등장한 니체의 철학사상을 함께 비교한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닐 것이다. 동서와 고금의 시공간적 간격을 넘어 두 사상 간의 유사성 내지 차이성을 밝힐 수는 있지만, 어떤 관점에서 그런 비교를 할 것인지, 그러한 비교의 관점의 정당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나아가
1.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話頭)우리 지구별에 생명체가 살기 시작한 역사와 인간이 살기 시작한 역사는 일치하지 않는다. 전자에 비해 후자는 극히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것이고, 21세기 현재 과학이 밝혀내고 있는 사실에 비추어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생물학적 진화과정의 끝 부분 어딘가를 점유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한 초라함과 보잘것없음에 비해 인간
영어권에서 시작해 어느덧 세계 주류 철학이 된 분석철학을 이끄는 철학자들 가운데 불교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서양철학계에 소개해 온 학자들은 몇 되지 않는다. 이들 가운데서는 듀크대학의 오웬 플래나간(Owen Flanagan) 교수가 그 대표적 학자인데, 그의 최근 저서 《보살의 뇌: 자연화된 불교》가 박병기 교수와 이슬비 선생의 번역으로 한국에서 출판되었다
1. 불교에 대한 학적(學的) 탐구를 ‘불교학’이라 불러볼 때, 불교학의 내용은 매우 다양하다. 불교를 구성하는 모든 조건을 대상으로 하는 해당 학문 분야에서의 탐구가 불교학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의 지혜로서 통찰’이 불교의 중추적 생명력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불교에 대한 사상적 탐구&rs
필자는 붓다의 말씀과 불교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삶의 지혜뿐만 아니라 나의 학문 길에 참고할 수 있는 많은 내용과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영감을 많이 얻고 있다. 특히 필자가 전공하는 윤리학과 사회사상에 대한 중요 내용들이 붓다의 말씀과 경전에 모래알같이 많이 깔려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불교는 마치 인간의 행복을 위한 윤리 교리이고, 붓다의
이 책은 최병헌 교수와 그의 제자들을 포함한 한국불교사 전공자들의 논문을 총 2권의 분량으로 모은 논문집 형식을 띠고 있다. 그러나 총 28명의 저자에 의한 논문 31편 각각은 한국불교사의 중요한 주제들에 대한 연구의 현황과 그 주요 쟁점, 또한 앞으로 연구되어야 할 과제를 각각 다루면서, 전체적으로 총괄적이고도 통일적인 형태의 한국불교사 연구의 현황 보고
한국 차문화사에서 조선 후기 초의선사(草衣禪師, 1786∼1866)가 침체된 차문화를 중흥할 수 있었던 배경과 다도 정립 및 초의차(草衣茶, 초의가 만든 차) 완성을 소개한 《초의선사의 차문화 연구》(박동춘, 2010)가 발간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저서는 초의와 교유했던 사대부들의 문집과 서간문을 고찰하는 한편 초의의 차 관련 저술을 연구한 것
원효(617~686)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연구했고 특정한 한 종파에 속하지 않았으므로 그의 사상의 핵심에 대해서 한마디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의 사상에서 일심과 화쟁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마음과 더불어 원효사상의 중요한 특징으로 알려져 온 것이 그의 화쟁이다. 9세기 초에 세워진 고선사 서당화상비에서도 그의 여러
1.중국불교에 관한 여러 책이 있지만, 중국불교의 토착화 과정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일반인들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서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중국의 역사가 복잡하고 또한 수많은 인물과 다양한 사상들이 어우러져 있어서 단행본에 이 모두를 소개하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더러는 중국불교사라 하면서도 명·청 대 이전 불교계의 사상만을 다루기도
히말라야 서부에 한 마을이 있다. 지구 상의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 가운데 가장 높은 곳 중 한 곳이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크고 넓은 집에 살며, 넉넉한 여가를 보낸다. 실업이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굶주리는 사람도 없다. 서구 사회와 같은 편의시설이나 사치품은 없지만, 이들은 모두 즐겁고 풍족한 삶을 살고 있다. 이곳이 바로 ‘작은 티베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