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을 시작하며 지난 6월 말 조계종 포교원 주최로 불교학자들의 ‘산사의 만남’이 있었다. ‘불교학의 실사구시’1)에 대하여 토론해 보기 위한 자리였다. 조계종 포교원의 활동 및 정책과 관련하여 건의하고 제안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우리 불교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보는 자리이기도 했다.2) &l
1. 들어가는 말이 글은 지난 가을에 열렸던 불교미술 전시회를 보고 나서 느낀 점을 정리한 글이다. 그 전시회란 사단법인 불교문화산업기획단이 주최한 〈아름다움과 깨달음―한국 근현대미술에 나타난 불교사상〉(다음부터는 ‘아름다음과 깨달음전’으로 줄여서 부르기로 한다)이란 이름 아래 열린 미술전시회이다. 전문 기획가(企劃家, curator)
1. 수자타 아카데미와의 만남 우리들 중 누군가에게 한국불교가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뛰어난 유산을 뽑아보라고 한다면 불자가 아니더라도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불국사와 석굴암 등의 유적을 손쉽게 먼저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불교의 세계성을 고민해 본 불자라면 부처님의 차별 없는 정신의 면면을 계승한 ‘비구니 계단’의 존재 또한
I. 인(因)의 장세계 유일의 최강국 미국이 테러를 당했다. 세계 제일의 무력을 상징하는 미국 펜타곤의 한 귀퉁이가 뭉개지고,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먼지로 변했다. 이번 테러는 가히 엽기적이었다. 비행기가 건물을 빠른 속력으로 들이받고 그래서 100층이 넘는 건물이 무너지고 그 건물에서 수많은 무고한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잠시 동안에 불
1. 들어가는 말“한국불교사의 새 전기를 마련한 대장경의 한글 번역 불사가 장장 37년이라는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거쳐 드디어 완간을 보게 되었다.”한글대장경의 완간을 두고 불교계, 혹은 일반 매스컴에서는 대체로 이러한 류의 표제 하에 논지를 전개하는 것 같다. 한글대장경의 완간이라는 것이 기념하고 기뻐할 만한 수고의 산물임에는 틀림없
1. 금강반야바라밀다의 뚜렷한 칼자욱 울산 아랫땅인 웅촌(熊村). 원적산(圓寂山, 일명 千聖山·元曉山) 운흥사(雲興寺)의 흔적이 남아 있다. 보현암·남암·불지암·불일암·부도암·금지암·북암·서암·원적암 등을 거느렸던 거찰이 잡초 우거진 폐허가 되었다.경남에 3대 동천이 있었으니 쌍계사 화개동천(花開洞天), 해인사 홍류동천(紅流洞天), 운흥사 운흥동천이었다. 쌍계사와 해인사는 여전히 번화한데 운흥사는 그저 풀잎만이 바람에 서걱인다. 당대 운흥사도 영고성쇠의 만고진리를 벗어날 수 없었음인가.1) 1) 이글은 불교문화정책에 대한 비판적 성
쿠엔틴 타란티노를 이해한다는 것은 현대 영화의 전복적 가치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를 거치지 않고서는 현대 영화의 한복판으로 진입할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타란티노는 현대 영화의 복잡한 잠금 장치를 풀 수 있는 키워드이다. 스스로의 꼬리를 자르며 도망치는 뱀처럼 빠른 속도로 진화되면서 향방을 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영화예술은, 모든 예술 중에서 가장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