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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50년을 넘게 사는 이래 요즘처럼 무기력하게 맥이 빠져 살맛이 안 나는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유신 시대, 광주 5·18, 군부독재 시대 등도 다 힘들었지만 그런 때보다 요즘이 훨씬 더 절망적이다. 그때는 싸워야 할 대상이 확실하게 ‘나쁜’ 축에 드는 것이라 이런저런 혼란을 겪을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
사색과 성찰
박상률
2010.12.1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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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동네에 차를 몰고 갔다가 호되게 봉변을 당한 적이 있다. 근처에 주차장도 없었고 차를 세울 곳이 마땅찮아 잠깐 공터에 차를 세웠다. 차에 전화번호를 적어 놓고 갔는데,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자기네 차가 못 빠져나가니 차를 빼달라는 것이다. 그러고는 욕설을 퍼부었다. 차를 빼러 나갔더니 욕설은 계속됐다. 같이 있던 동료가 욕을 하는 상대에게 &ldqu
사색과 성찰
윤호우
2010.12.10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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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불교와 관련된 모임이나 사찰에 가면 ‘큰스님’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ooo 큰스님께서 나오셨습니다.” “ooo 큰스님의 법문이 있겠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리고 큰스님이기 때문에 스님에게 인사를 할 적에도 절을 세 번을 하라고 했다. 그런 일을 겪은 후, 어떤
사색과 성찰
조구호
2010.12.10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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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에 뿌리를 둔 모든 생명이 피어나는 지난 4월 18일 새벽, 중년의 한 수행자가 심장마비로 열반에 들었다. 그는 지산(志山) 스님으로 1988년에 입산 출가한 이래 부처님의 정법을 향한 쉼 없이 정진하던 수행자였다. 스님은 부처님의 길, 여래의 원음(圓音)을 찾으려 한국에서 미얀마, 인도로 이어지는 긴 여정을 쉼 없이 걸으면서, 다양한 세계 불교를 하나
사색과 성찰
이성도
2010.10.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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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이런저런 질문을 주고받게 된다. 그 과정에서 대답하게 되는 나의 변명이란 대체로 궁색하기 짝이 없다. 어제 먹은 음식조차 답변하기란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다. “어제 뭐 드셨어요?”라는 질문은 어제의 아침을 묻는 것인지, 점심을 묻는 것인지, 저녁을 묻는 것인지, 이런저런 생각이 먼저 머리에 떠오르고 최종적
사색과 성찰
이종수
2010.10.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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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은 물론 외출할 때도 지하철을 자주 이용한다. 서울에는 지하철이 아홉 개 노선이나 깔려 있어서 거의 모든 지역을 지하철로 왕래할 수 있다. 값싼 찻삯도 찻삯이지만, 특히 약속 시간을 맞춰야 할 때에는 지하철만 한 것이 없다.그런데 요즘 지하철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문화의 옷을 입히기 시작한 것이다. 곳곳에 시를 내걸고 있음은 물론 역사나 객차 안에
사색과 성찰
윤효
2010.10.1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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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등산로도 아닌 산 속을 다닌 까닭은 산삼을 캐기 위해서였다. 사촌 백씨인 화촌 형님은 위암으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예가였던 화촌 형님은 내게 “우리 이름이 서로 비슷해서 요즘 날더러 소설도 쓰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며 내가 소설가라는 것을 은근히 자랑스러워했다. 아무런 약도 소용이 없는 형님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사색과 성찰
문형렬
2010.10.1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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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를 세 번이나 했었다. 무명초를 자르지는 않은 사이비였지만 산사의 팽팽함과 느슨함을 체험해 보는 쿨한 시간이었다. 1990년대 중반 송광사에서 개최하는 출가 3박 4일에 처음 참가했으니 꽤 오래된 일이 되었다. 참가를 희망하는 구체적 사유를 적어 내면 심사를 통과하는 이들만이 입학이 허용되는 엄선 과정을 거쳤었다. 그렇게 세 해를 연달아 각기 다른
사색과 성찰
김정기
2010.10.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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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호북성(湖北省) 마성현(麻城縣) 출신 왕원록(王圓籙)이올시다. 팔자에 역마살이 끼었는지 몰라도 숙주(潚州) 순방군 병졸을 지내다가 어느 날 자리를 박차고, 나앉은 데가 바로 감숙성(甘肅省) 끝자락의 돈황(敦煌)이었습지요. 요샛말로 가방끈은 그리 길지 않았으나, 까막눈은 면했던 탓에 도교(道敎) 경전 몇 줄은 흥얼대는 위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색과 성찰
황규호
2010.10.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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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나섰다. 아니, 스님만이 아니다. 천주교 신부들, 개신교의 목사들, 그리고 원불교의 교무들이 모두 나섰다. 바로 생명을 위해서다. 온 나라와 뭇 생명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온 나라와 뭇 생명을 죽이고 있는 주범은 대통령이고, 정부와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공동정범 또는 종범이다. 이른바 ‘4대강 정비사업’은 생명의 질서를
사색과 성찰
손혁재
2010.07.0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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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처럼 가벼운 듯하지만, 너무도 무거운 생에의 형식. 한 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우리는 늘 삶이 만들어내는 운명의 차크라를 아름답게 승화시킬 의무를 걸머진 채 한 세계를 건너도록 예정되어 있다. 불안불안하고 불완전한 생. 앞으로도 질주할 수 없고 뒤로도 물러설 수 없는 낭패(狼狽). 모든 문제는 욕망의 함수에서 비롯한다. 대저 우리
사색과 성찰
김석준
2010.07.0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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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적 가르침에서 보면 참 나 곧 진아(眞我)란 무한공간, 무한시간으로서의 우주(宇宙)다. 원시불교의 오온무아설(五蘊無我說)이 의미하는 바에는 ‘고(苦)의 실체가 없다’ ‘아소(我所)의 부정’ 외에도, ‘아공(我空)과 법공(法空), 그리고 구공(俱空)’의 삼공(三空)이 있다. 이는 나도 비었고
사색과 성찰
손병욱
2010.07.0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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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종교와 비교해 볼 때, 시(詩)의 본령과 불교적 사유는 각별함으로 구별된다. 여타의 종교적인 관점으로 시에 접근하면 자칫 도그마의 색채를 띠게 된다. 그러나 불교적 사유는 시와의 합치가 자연스럽다. 특히 선시(禪詩)는 언어를 부정하는 불립문자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므로 언어에 뒤따르는 사고 작용마저 선은 용납하지 않는다. 대신 선에서는 오직 자기 자신
사색과 성찰
정재분
2010.07.0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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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로 시작하는 이은상 시, 홍난파 작곡의 가곡 〈성불사의 밤〉. 어느 해 늦가을 나는 북한 문화재를 조사할 기회가 있어서 황해도 정방산 성불사에 간 적이 있다. 유서 깊은 이 절에 고려시대 건축한 응진전이 아직 남아 있어서였다. 그러나 나는 성불사 응진전보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서 보고 겪었던 씁쓸한 광
사색과 성찰
이정
2010.07.0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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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로 낸 책이 불교 책이었다는 사실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잘 안다. 불교 책이 최초의 금속활자로 출판되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시대적 정황이 있겠지만 목판과 필사의 한계를 극복해 더 나은 불서를 만들기 위한 불제자들의 의지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활자로 나온 책과 달리 필사본이나 목판본은 그 나름의 예술적 멋과
사색과 성찰
이성운
2010.07.0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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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우리집 앞에는 ‘광산 탁씨 종친회’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안동에서 한참 들어간 시골마을이었지만 그나마 면소재지에 위치한지라, 장이 서는 날이면 우리 집은 집안 어르신들로 북적거렸다. 초등학교에 막 들어간 직후 장날마다 내가 할 일이 정해졌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 집에 들르는 어르신들에게 우렁차게 인사를 하는
사색과 성찰
탁효정
2010.07.0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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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방에만 있던 어린 새색시 근심일랑 모르다가봄날에 몸단장 예쁘게 하고 누대에 올라보았네.문득 저기 밭이랑 시작되는 곳에 물오른 수양버들 보더니 낭군님 부디 높은 벼슬해 오시라 떠나보낸 일을 뉘우치네.(閨中少婦不知愁, 春日凝妝上翠樓, 忽見陌頭楊柳色, 悔敎夫婿覓封候)이 시는 당대(唐代) 시인 왕창령(王昌齡, 698~757)의 것이다.
사색과 성찰
보경
2010.07.06 0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