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와 체험주의의 비교를 중심으로1. 시작하는 말지난 2천 년에 걸친 서양철학의 역사에서 이성(reason)은 인간만이 지니는 고유의 특성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대두되기 시작한 몸(body)에 대한 새로운 관심은 그간의 전통에 대해 근본적인 반성과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성은 더 이상 몸으로부터 독립된 실재로 간주되지 않으며 두뇌, 몸
철학 공부를 하면서 의식을 주된 문제로 삼게 되는 것과 몸을 주된 문제로 삼게 되는 것 간에는 그 동기에 있어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철학 공부를 하면서 의식을 주된 문제로 삼게 되는 것은 우선 철학적인 사유 자체가 지닌 반성의 구도 때문이다. 의식의 활동이 아니고서는 철학적인 사유 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의식을 주된 문제로 삼아 철학적인 사유를 펼쳐
1. 들어가는 말중국의 한(漢)나라는 유학을 정치이념으로 하여 통치한 나라였다. 한나라의 통치이념이었던 유학은 공자와 맹자의 유학이 아니라 순자(荀子)의 유학이었다. 유학은 크게 세 요소로 구성된다. 형이상학적 요소, 형이하학적 요소, 두 요소의 중용적 조화가 그것이다. 형이상학적 요소를 강조한 사상가 중의 대표는 맹자이고, 형이하학적 요소를 강조한 사상가
나에게 주어진 주제는 ‘가톨릭의 입장에서 불교에 줄 수 있는 충고’이다. 가톨릭 신자이면서 불교에 관심을 지닌 종교학자라는 점에서 나에게 원고를 제안했으리라 추측해본다. 하지만 불교계의 정황을 발 빠르고 깊이 있게 알지 못하는 처지에서 힘겨운 작업일 수밖에 없었다. 가톨릭의 입장을 대변하여 불교에 충고를 준다 하기에도 설득력이
불교를 향한 나의 우정내가 불교를 좋아하고 석가모니를 존경하고 불교에 대해서 친밀감과 우정을 느낀다면 불교를 위해 충고할 수는 없더라도 함께 걱정하고 안타까운 맘을 나눌 수는 있을 것이다.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오늘의 종교들을 보면서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내게 있기 때문이다. 참된 친구라면 우정 어린 충고를 할 수도 있고 속생각과 마음을 나
일면 스님(日面, 1947~ , 이하 일면)의 첫인상은 편안하다는 것이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렇게 편하고 자상한 스님을 보지 못했다고 이구동성이다. 일면은 전형적인 외유내강 스타일의 인물이다. 겉으로는 한없이 부드럽고 편안하지만 그 마음의 심지가 굳기로는 불암산 바위보다 더하다. 마냥 좋기만 한 성정의 소유자였다면 반세기가 넘는 출가 생활 중에 그렇게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은 인간이다. 쾌락을 추구하고,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며, 극단적인 이기심에 사로잡혀 차마 하기 힘든 일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반면, 희생하고 헌신한다. 죄악에 휩싸이며 그로부터 벗어나 고귀하게 살아간다. 무명과 번뇌에 얽혀 있지만 문득 마음을 돌려 지혜와 자비심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인간을, 인생을, 정신을 단언하기란 불가능한 일
1. 머리말 문화란 안팎으로 서로 영향을 주면서 발전한다. 이쪽 골짜기의 물과 저쪽 골짜기의 물이 서로 격렬하게 부딪치면서 결국은 하나가 되어 강물로 흘러가듯이, 문화라는 것도 서로 뒤섞여서 새로운 형태로 발전해간다.최근의 명상 붐은 사회적인 현상이지만, 외부의 자극 때문에 비롯된 부분이 있고, 불교 내부적 힘들에 의해서 진행된 부분도 있다. 명상 붐을 이
1. 들어가는 말: 논의 범위이 글은 불교 수행이 현대에 들어 성행하고 있는 명상문화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것다. 이는 명상과 불교 수행의 관계를 차이점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되짚어보자는 뜻에서 의도적으로 기획된 것이다. 따라서 본 논문은 불교 수행과 명상의 차별성을 부각하며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바, 이를 두고 불교 수행과 명상은
1. 머리말사회 구성원 개개인들의 고통과는 다른 차원의 사회적 고통이 있을 수 있을까? 이 물음을 던져놓고 우리는 그때의 사회가 어떻게 정의된 것인지를 자연스럽게 되묻게 된다. 현대 한국인들에게 사회는 소사이어티(society)의 번역어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고, 그것은 다시 시민사회(civil society)와 동의어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서언십악은 초기불교 경전에 나오는 용어로서, 우리와 같은 중생[puth-ujjana]이 쉽게 범하는 열 가지 종류의 악행[akusala]을 가리킨다. 살생, 도절(盜竊), 음란, 기망(欺妄), 양설, 악구(惡口), 기어(綺語), 간탐(慳貪), 질투, 사견(邪見)이 그것들이다. 도절은 훔치는 것이다. 기망은 거짓말이고, 양설은 이간질, 악구는 욕
들어가는 글명상으로 무엇을 치료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을 생각할 때 다음의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명상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둘째는 명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정신적인 문제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말하자면 명상으로 정신적인 문제를 치료한다고 하면 정신적인 문제가 어떤 특성을 보이느냐는 것이다. 명상과 정신적인 문제가 서로 만날 수 있을 때 둘
1. 서론최근 전 세계적으로 명상 열풍이 불고 있다. 월가의 성공한 최고경영자(CEO) 중 한 명인 ‘레이 달리오’는 명상 습관이 투자 성과에 도움이 됐다고 밝히는 등 미국 사회의 저명인사 중 몇몇은 자신이 명상수행을 한다는 것을 공공연히 이야기한다. 할리우드 배우인 리처드 기어 등도 자신이 불교 명상수행을 하는 것을 밝히며 적극적으로
21세기 벽두부터 명상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2003년 8월 4일 자 〈타임〉의 커버스토리가 “명상의 과학”으로 주목을 끌은 후, 2005년 1월 3일 자 〈워싱턴 포스트〉는 “명상이 뇌에 변화를 준다.”를 헤드라인 기사로 실었다. 〈뉴스위크〉는 2005년 9월 특별호로 “마음챙김 명
1. 들어가는 말 불교의례의 개혁에 대한 논의는 구한말 이래 계속 제기되었던 논의이다. 그럼에도 불교의례 개혁에 대한 논의가 한 세기가 지나도록 원점에서 맴돌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의례 개혁이 한 번도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시 말하면 불교의례와 관련하여 제기되었던 한국불교의 근대화가 근대를 지나 포스트모던의 시대에 접어든 오늘날까지
1. 불교개혁론과 의례 1876년 개항을 맞아 한국사회는 근대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불교계 역시 개항을 통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문명과 사상 그리고 기독교를 위시한 새로운 종교를 본격적으로 만나게 된다. 이 무렵 불교계는 오랫동안 발전을 막아섰던 도성출입 금지령이 해금되는 등 근대적 발전의 기회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와 기회에도 불교계
1. 머리말 이 땅에 불교가 들어와 꽃을 피운 지 1,700년이 되었으며, 불교의례도 그만한 기억의 주름과 겹을 이루고 있다. 기록에 나타난 것만으로 따지면 불교의례는 신라 진흥왕(眞興王, 534~576, 재위: 540~576) 대에 처음 행하여졌지만, 아마 이 땅에 불교가 들어옴과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수계(受戒), 일상의례, 불공(佛供), 천
― 《석문의범》을 중심으로1. 불교의례의 범위와 정의한국 불교의례를 논할 때 가장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의례(儀禮)’란 용어의 범위와 정의에 대한 문제이다. 어떤 것이 불교적 의례이며, 어디까지가 가장 불교적 의식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사전적인 뜻으로 ‘의례’의 ‘의(儀)’는 1차적으로 &l
말문 열기 한국불교의례의 최고(最古) 자료로는 9세기 일본의 도당 구법승 엔닌이 《입당구법순례기》에서 전하는 신라적산원의 강경의식인데, 이조차도 신라 본토에서의 의례가 아닌, 당나라 산동 적산법화원의 것이다. 잘 알려졌듯이 불교가 국교로 신봉됐던 고려시대에는 국가 주도 불교의례만도 80여 종 1천여 회 이상 거행되었다. 그러나 의례의 명칭은 전해지고 있으나
1. 들어가는 말 인도에는 불교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종교가 있었다. 그것은 사제계급 바라문(brāhmaṇa)이 제식(祭式)을 집행하는 바라문교(婆羅門敎, Brāhmaṇism)이다. 이 종교는 신(deva)에게 희생제물을 바치는 제식을 통해 인생의 목적을 실현하고자 했다. 신에 대한 제사(yajña)는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