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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한 출판사의 요청으로 전설의 4인조 밴드인 비틀스(Beatles)의 노랫말을 번역하여 《비틀스 시집》이란 책을 낸 적 있었다. 그동안 멜로디 위주로 들었던 가사들을 그때 유심히 살피게 되었는데, 의외로 불교적 사유가 배어 있는 가사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하지만 이런 것들이 전혀 뜬금없는 일은 아니다. 한 보도에
사색과 성찰
강서일
2016.06.0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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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비로소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진작에 퇴직하고 빈둥거리는 친구들에 비하면 그나마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니 40여 년 동안 직장생활을 해온 것이 꼭 남의 심부름만 하며 살아온 삶인 것 같다. 나를 위해 시간을 사용해본 적도 별로 없고, 또 가치 있게 살았다고 할 수도 없다. 언제나 을의 입장에서 숨을 헐떡이며 살아왔다. 때로
사색과 성찰
이계홍
2016.06.04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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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5월, 불교학과 4학년생이었던 나는 삭발 출가하는 마음으로 불교신문사에 입사했다. 트럭을 탄 군인들이 교정으로 밀고 들어와 총을 휘두르며 강의실과 도서관을 휘젓고 다니던 학창 시절 내내, 학보사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두루 경험을 쌓았지만, 불교신문사는 또 다른 세계로의 출발이었다. 주필직을 맡고 계셨던 법정 스님과의 면접을 위해 총무원 내에 자리
사색과 성찰
김형균
2016.06.04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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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나는 대한불교진흥원에서 주관하는 호국불교 세미나에 참석하여 발표와 토론을 들으면서 상당히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세미나는 호국불교의 훌륭한 전통을 강조하기보다 호국불교에 대한 강한 비판이 주류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날의 경험은 나에게 호국불교에 대해 다시 살펴보고 깊이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내가 알고 있는 한국의 호국불교는 중생의 고통을 덜어
사색과 성찰
정천구
2016.06.04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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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대련행 비행기에서 바쁜 일상을 잠시 미루고 중국 대련행(大連行)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늘 그렇듯이 비행기는 출입국 과정의 복잡함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부터 사람을 지치게 한다. 대련 불자들과의 인연은 벌써 9년 전의 일이다. 그 무렵 나는 북경 만월사에서 해외포교를 한답시고 행자에서 주지 노릇까지 하고 있었다. 원래는 불교방송에서 진행하던 프
사색과 성찰
진명스님
2016.06.04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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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사람들 가운데, 살아가면서 종이의 은혜를 입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사람이라면 요람에서 시작하여 무덤까지 가는 동안, 내내 종이의 은혜를 입지 않을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그 사람의 빈부와 용모와 건강은 물론, 사는 지역과 정치 체제도 가리지 않고, 선악과 명암까지도 가리지 않는다. 더없이 공평하다.한편으로 이 세상에는 종교의
사색과 성찰
이상문
2016.06.04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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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늦은 귀갓길의 전철 속에서 젊은이 몇이 주고받는 대화를 스쳐 듣게 되었다. 요즘 공중파 매체에서 방영되고 있는 조선조 개국 전후의 정황을 다룬 드라마의 얘기였다. 그중에 고려 말의 정국을 논하면서 당시 불교가 끼친 사회적 폐해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모양이다. 그들은 사뭇 비분강개하며 그 드라마의 내용에 기대어 전후 사정 불문하고 불교
사색과 성찰
최순열
2016.03.0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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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佛家)에서 법명(法名)을 갖는다는 것은 대단히 영광된 일이리라. 불법의 세계를 구현하시려는 부처님의 나라에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불가의 이름을 부여받은 것이니 어찌 영광이 아니랴! 나는 불가에 이름을 올릴 만한 불자도 아니면서 외람되게도 법명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것도 종단의 큰 어른 되시는 석주 스님에게서 김법계화(金法界華)란 이름을 받았다. 그
사색과 성찰
김가배
2016.03.0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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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주일미사를 자주 빼먹는 처지이긴 하지만 나는 명동성당에서 견진성사까지 받은 가톨릭 신자여서 책상 위에는 성모상과 기도서가 놓여 있다. 그런데 나는 절집에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오랫동안 내 즐거움 중 하나는 휴일에 북한산 문수사에 가는 거였다. 구기동 입구에서 꽤 가파른 돌길을 한 시간 반쯤 땀을 쏟으며 올라가면 마치 허공에 매달린 듯한 문수사가 있다
사색과 성찰
전동균
2016.03.0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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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들은 대체로 경전을 잘 읽지 않는다고 알려져 왔다. 경전이 대부분 한자어로 되어 탓에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부처님 육성이 생생하게 담긴 빨리어 경전을 우리말로 풀어낸 것들이 하나둘 나타나더니 2000년대 초반 전재성 박사가 디가니까야를 비롯한 니까야를 완역해 내놓았다. 이어서 각묵 스님과 대림 스
사색과 성찰
변택주
2016.03.0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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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절에서는 청국장과 누룽지를 보내왔다. 어느새 8년이 지났다. 네모 반듯하게 일일이 랩에 싸서 보내준 청국장을 냉동실에 넣다가 잠시 보살님 생각을 한다. 절에 가는 날이면 어머니는 새벽같이 일어나 떡을 찌셨다. 곱게 빻은 콩가루, 쌀가루, 흑임자 가루를 켜켜이 시루에 안친 뒤 김이 새나가지 않도록 떡시루를 쌀가루 반죽한 것으로 띠를 둘러 봉했다. 그
사색과 성찰
조선수
2016.03.0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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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이 훤하고도 일어나지 않는 게으름을 꾸짖을 요량인지 아내가 TV 볼륨을 높였다. “엘니뇨 영향으로 북극 제트기류가 요동치면서 전국에 한파가 닥쳤습니다. 곳곳에 폭설이 쏟아졌고, 현재 서울의 수은주는 영하 15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결의에 찬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리포터의 호들갑만으로도 얼어 터진 수도계량기와 정체된 도로 사정, 그리
사색과 성찰
성재헌
2016.03.0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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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당시의 수많은 재가자들 중에서 아직까지 그 이름이 전해 내려오는 이들이 꽤 여럿 있다. 파세나디 왕과 빔비사라 왕, 위제히 왕비와 말리카 왕비, 시하 장군 같은 지배 귀족에서부터 붓다의 주치의였던 지바카, 후에 아나따삔디까(Anathapindika, 給孤獨長者)라는 명예로운 칭호로 더 잘 알려진 수닷따(Sudatta) 장자와 같은 사업가들, 마지막
사색과 성찰
이병두
2016.03.0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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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왜 인도를 자주 여행하느냐고 내게 묻곤 한다. 꼭 이유가 있어야 하냐고 나는 되묻는다. 그러면 사람들은 머쓱해 한다. 물론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인도를 여행하면 작은 소도시나 시골을 좋아하는데, 아직도 그런 곳을 가면 소나 염소, 양, 돼지, 개 같은 동물들이 거리를 어슬렁어슬렁 활보한다. 나는 그런 야생의 모습을 보는 게 참 좋다. 또 다른 이
사색과 성찰
고진하
2016.03.0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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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는 내게 하나의 서정이다. 그래서 미얀마의 모든 것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세상 어느 곳이 이토록 깊은 의미의 속살을 가지고 있겠는가. 나는 그곳의 먼지와 때 묻은 아이들과 슬퍼 보이는 가난과 안개처럼 자리한 탑들 속을 거닐며 내 과거와 현재와 미래와 만난다.나도 그렇게 살았다. 먼지가 나는 좌판에 앉아서 뽑기를 하고 흐르는 콧물을 손으로 훔치며
사색과 성찰
성전
2016.03.0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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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린 시절 나는 주로 할아버지의 훈도 아래 자랐다. 《천자문》을 깨친 것도 《소학》을 읽은 것도 할아버지를 따라서였다. “고자소학(古者小學)에 교인이쇄소응대진퇴지절(敎人以灑掃應對進退之節)과 애친경장융사친우지도(愛親敬長隆師親友之道)하니 개소이위수신제가치국평천하지본(皆所以爲修身齊家治國平天下之本)이라……” 즉
사색과 성찰
최승범
2016.03.0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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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가 가는 허리를 흔들며 길손을 반겨 주던 가을날 오후였다. 고향을 다녀오는 중에 국도를 따라 달리다가 도롯가에서 승복을 입은 어느 분이 손짓하는 걸 보고 차를 멈추었다. 차에 오른 그분이 건네는 인사말의 목소리를 듣고 보니 뜻밖에도 비구니 스님이었다.“혹시 불교 신자이신지요?”“아닙니다. 저는 기독교 신자이고 기독교계
사색과 성찰
김석환
2015.12.09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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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톱 속에는 슬픔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어 그 슬픔과 말갛게 만나기 위해 손톱에 색칠을 하지 않는다. 손톱을 깎는 일은 아버지를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그 시간을 오래오래 끌고 싶어 했으나 나는 금세 마치기를 바랐다.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 창가에 신문지를 널게 펴고 손톱깎이를 들고 앉으면 수세미처럼 억센 수염의 감촉이 뒷덜미에서 살
사색과 성찰
허이영
2015.12.09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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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특별하게 다가온 인연이 있다. 만해와의 새로운 만남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가면서 만해를 한 번쯤 만나게 된다. 그리고 만해를 떠올리며 “아 님은 갔습니다”라는 강렬한 그의 시 한 구절을 절로 읊조리기도 하고, 〈님의 침묵〉에서 말하는 님이 조국인지, 부처님인지, 아니면 연인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던 경험도 대부
사색과 성찰
김진섭
2015.12.09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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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문득 뒤돌아본다. 낯설다. 앞만 보고 걸을 때 앞사람의 뒷모습만 반복적으로 본 탓이다. 하지만 앞만 보고 걸을 때도 마주 오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기에 전혀 낯설지 않다. 그렇다면 뒤돌아본 세상은 왜 낯선 것인가. 그것은 앞의 세상과 뒤의 세상이 구분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사람들은 모두 앞만 보고 살아간다. 간혹 제자리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거나
사색과 성찰
박해림
2015.12.09 0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