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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란 무엇인가. 선시란 ‘진리의 깨달음이 담겨 있는 시’ ‘깨달음의 노래’로서 그 기원은 불교 경전의 게송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전의 내용이 함축 요약된 선시가 지닌 함의는 매우 깊고 광대하다. 그래서 선시는 일반 시와는 다르게 무언가 어렵고 모호하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과 언어개념으로는 깨달음을 이룬 붓다나 선사들의 시를 이해하고 공감하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지 모른다.그러나 깊이 있는 지혜와 사유로 통찰한다면 선시 속에는 무궁무진한 진리의 가르침이 오롯이 함축되어 있으며, 나아가 그
논단
박규리
2022.11.2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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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말 불교에 대한 여러 수준의 담론은 논자의 의도된 소용 이외에 누구를 위해 왜 필요한 것일까. 새삼스러운 자문자답이지만, 그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 등 모든 생명의 궁극적인 삶의 가치와 행복을 얻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는 불교의 두 가지 근본정신인 지혜와 자비를 바탕에 둔 견해다. 이를 현실적 차원의 언어로 바꾸어 말하자면, 먼저 현재 불교를 신행하는 사람들을 위함이며, 다음으로는 장차 불교에 귀의하게 될 사람들을 위해서이다. 궁극적으로 불교를 대상으로 하는 담론은, 현재이든 미래이든 불교에 귀의하게 될 모든 사람
논단
이봉춘
2022.11.2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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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제를 지나가네연기로 덮인 마을 승화원 굴뚝에서여기저기 갈빗집에서 생과 사 긴긴 여정이 길 하나 건너였네 — 시집 《시가 피다》(책만드는 집, 2022) 두마리아2017년 《좋은 시조》 등단.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내 마음의 시
두마리아
2022.11.2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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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구멍을 뚫으면 피리가 되지몇 개를 막으면 노래가 되지 노래에 구멍을 뚫으면 춤이 되지자면서도 멈출 수 없는 춤떼 지어 다녀도 늘 혼자인 춤 구멍이 다 막히는 날노래도 춤도 다 막히고,막이 내리지 다음 공연은 아직 미정 — 시집 《우리가 끝나면 주황물고기》(천년의 시작, 2022) 정채원1996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나의 키로 건너는 강》 《슬픈 갈릴레오의 마을》 《일교차로 만드는 집》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수 없지만》 등. 한성유문학상 수상.
칼럼
정채원
2022.11.2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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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잔이 마룻바닥에 떨어졌다아끼던 것그는 깨지면서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벌겋게 충혈된 안개꽃무늬들책상다리의 살점을 저며내고내 손가락에서도 피가 흘렀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는서로 다른 세상의낯선 기호가 되고 말았다 아끼던 것들은 깨지는 순간에그처럼얼굴을 바꾸는구나 순한 이별은 없다— 시집 《기둥들은 모두 새가 되었다》(한국문연, 2022) 최금녀 1962년 《자유문학》으로 소설 등단. 1998년부터 시 창작. 시집 《바람에게 밥 사주고 싶다》 《길 위에 시간을 묻는다》 외. 현대시인상, 여성문학인상, 공초문학상 등 수상.
내 마음의 시
최금녀
2022.11.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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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 마을에 와서새벽 닭소리 듣는다저 닭들은 모두가 잠든 깊은 밤홀로 깨어서 홰를 치며왜 저리도 큰소리로 자꾸 외치는가한참 생각하다가그 사연과 까닭 문득 깨달았다닭들은 밤새도록 하늘의 경전을 읽고 있었던 것이다닭과 별과 구름의 운행벌레소리와 안개의 조용한 이동을 보다가옛날 어느 큰스님이 그랬듯이한순간 알았다 알았다 되풀이하며그 기쁨 못 참고 날개까지 푸드득거리며통쾌한 깨달음의 소식혼자 목청껏 외치는 것이다 — 시집 《고요의 이유》(애지, 2022) 이동순1973년 〈동아일보〉에 시, 1989년 〈동아일보〉 평론 당선으로 등단. 시집
내 마음의 시
이동순
2022.11.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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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외할머니랑 둘이서오두막집 꼬작집 지켜서 살 때가을만 깊어지면 뒤뜰 울타리에가랑잎 부시럭대던 소리밤중에는 더욱 크게 들리던가랑잎 바람에 맨살 부비는 소리아무래도 나는 가랑잎이사람들처럼 살아 있어가랑잎이 숨 쉬는 소리라 여겼는데이제 와 돌이켜보니 과연 그건그런 게 아닌가 싶은 생각내 몸의 저 깊은 곳 어딘가에숨어 있다가 살아서 들려오는가랑잎 바람에 몸 부비는 소리마른 기침으로 친구하자 알은체한다. — 시집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열림원, 2022) 나태주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첫 시집 《대숲 아래서》 외
내 마음의 시
나태주
2022.11.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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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짇날 아침 제비가처마를 한 바퀴 휙 돌고 날아가더니열흘이 넘도록 다시 안 온다제비가 제 집을 버렸다올봄 우리 마을에는-충북고속철도 애련마을 통과 결사반대!붉은 현수막이 하나 나붙었다철도가 지나가면사람 집도 제비집도 다 날아간다는 걸제비는 어떻게 알았을까공청회에 참석하여결사반대 결사반대 외치자고마을 방송은 아침부터 목이 쉰다 — 시집 《비백(飛白)》(문학세계사, 2022) 오탁번1966년 〈동아일보〉(동화) 1967년 〈중앙일보〉(시) 1969년 〈대한일보〉(소설) 등단. 시집 《아침의 예언》 《벙어리 장갑》 《손님》 《우리 동네》
내 마음의 시
오탁번
2022.11.2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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