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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그때의 일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 글로 옮기자니 여러 생각이 든다. 왜 그런 인연이 생겼는지, 왜 하필 그때 그 자리에 있었는지. 안 봤으면 그런 힘든 시간을 보내지도 않았을 텐데.벌써 5년 전의 일이다. 아주 우연히 그 사건 현장에 있게 됐다. 처음 현장을 목격했을 때는 아무 느낌도 감정도 없었다. 아, 말로만 듣던 자살의 현장이 이런 거구나. 물
사색과 성찰
김태형
2019.09.0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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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퇴직해 집에 주로 있는 나의 일과는 24시간 엄마를 돌보는 일이다. 24시간 마주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한다. 나보다 컸던 엄마의 키는 내 어깨 정도로 대폭 줄어들었고, 근육과 살은 빠져 뼈가 앙상하다. 눈은 흐릿하고 귀는 잘 안 들린다. 치아도 아랫니 앞 8개 외에는 전부 틀니라 자주 잇몸의 아픔을 호소한다. 검버섯이
사색과 성찰
이경숙
2019.09.0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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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하는 곳은 파주출판도시입니다. 단지 조성 초기에 입주했습니다. 처음엔 허허벌판이었습니다. 그 무렵 한 친구가 공장에서 키워 보라며 진돗개 새끼 한 마리를 주었습니다. 암놈이었습니다. 점심식사 후 나는 놈에게 목걸이를 채워 산책을 자주 나갔습니다. 처음엔 몰랐습니다. 놈은 가는 곳마다 킁킁거리며 오줌을 지리면서 자기 영역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은
사색과 성찰
이길원
2019.09.0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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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내가 초등학교 육학년 초에 원주를 떠나 부산으로 왔지만, 거기서 거의 몰락하다시피 가난해졌다. 한 반년쯤 후 우리는 제주 바다를 건넜다.부산에서는 더는 살 수가 없었다. 신선동 산(山) 어둠 속에서 내려다본 불빛들은 수없이 우리를 빨아갔다. 아래로 내려왔다. 저녁 때 도라지호(號) 끝에 매달렸다. 땅은 우리를 땅 밖으로 밀어냈다. …
사색과 성찰
나기철
2019.03.13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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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문화는 헬레니즘과 히브리즘을 바탕으로 한다. 둘 다 기원전 2,000년쯤에 시작되어 로마제국에서 만났다. 그리고 히브리즘이 성하던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기에 다시 헬레니즘이 일어나고 이후 서로 조화를 이루며 서양문화를 형성해왔다. 헬레니즘은 그 기저에 인간의 호기심이 있다. 날개를 만들어 달고 크레타섬을 빠져나가는 이카로스나, 부하들의 귀를 밀랍으로
사색과 성찰
신원철
2019.03.13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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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여름날이었다.소가 탈이 났다는 전화를 받고 제천 금성 대장리 고갯길을 넘을 때였다. 산비탈에 위태로이 피어 있는 ‘큰제비고깔’이란 아름다운 풀꽃이 우연히 눈에 띄었다. 이토록 척박한 산비탈에 어떻게 귀한 풀꽃 씨앗 하나가 인연을 만나 발아했을까? 이후 난 대장리 고갯길을 넘을 때마다 그 꽃이 피어 있던 자리에 눈길이 절로 멈
사색과 성찰
김연호
2019.03.13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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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그리고 보고 싶어요. 벚꽃 흐드러지던 오월의 꽃그늘 아래로 황망히 소풍 떠난 당신이. 벚꽃은 피었을 때보다 떨어진 꽃잎들이 포도 위를 하얗게 덮을 때가 우리 가슴에 더욱 깊이 들어오는 이유를 알게 해 준 당신이. 그래서 빛나는 초록을 자랑하던 신록을 지나 모든 것을 다 떨구고 오롯이 고갱이로만 남은 늦가을. 시신 기증인 합동 추모예식 초대장을 받
사색과 성찰
이소영
2019.03.13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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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는 것들은 당연시된다. 늘 그 자리에 가까이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 내가 필요할 때 손을 내밀기만 하면 된다. 별다른 노력을 구하지 않아도 되고, 약간의 몸짓만 해도 내게 호응을 해주기 때문에 당연하다 못해 때론 보이지 않는 대상으로 치부되기도 한다.그래서인지 우리는 가까이 있는 흔하디흔한 것과는 조금 다른 무언가에 호기심과 매력을 느끼게 된
사색과 성찰
효신
2019.03.13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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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비가 또 와. 쓸데없는 객수(客水)구먼.” “얼마 전엔 비가 안 와 난리드만, 쯧쯧.”유리문 밖 터앝 두둑의 애늙은 벚나무가 후줄근하게 비를 맞고 섰다. 우세가 강한 것은 아니지만 하루 일 공칠 만큼은 온다. 매지구름이 몰린 것도 아닌데 새참 무렵부터 시작된 비였다. 나는 빗발들을 지켜보며 혼잣소리를 날린다.
사색과 성찰
홍신선
2019.03.13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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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힘사까는 앙굴리말라가 되었다.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자’는 ‘손가락 목걸이를 걸고 다니는 자’가 되었다. 그 이유는 오온을 여의지 못한 스승을 수행의 본보기로 삼았기에 자신 역시 오온을 반성할 계기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어머니마저 죽이려던 순간 앙굴리말라는 극적으로 부처님을 만났다. 그 이후 그는 타
사색과 성찰
황동옥
2018.12.2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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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차가운 바람에 흔들려 땅 위에 수북이 쌓여가는 은행잎과 플라타너스 잎들이 초췌하다. 떨어져 누운 낙엽을 보자 아버지 생각이 났다. 몇 달 전부터 갑자기 몸이 많이 야위고 거동이 불편해진 아버지가 오버랩되었기 때문이다.나는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면 가슴 한편이 먹먹해진다. 담양 어느 시골에서 차남으로 태어나신 아버지는 아주 총명한 분이었다. 광주에서
사색과 성찰
박경희
2018.12.2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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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공선현(指空禪賢, Dhyāna-bhadra Sūnyādina, 1300.11. 29~1363.11.29, 이하 지공 화상)과 회암사에 대한 새로운 자료와 사실이 속속 발견된다. 지공 화상의 생애와 사상을 돌아보고 그를 제대로 자리매김하는 작업은 한국과 동아시아 나아가서 불교학을 지킨 나란다와 함께 세계불교사적으로 시급한 일이다.
사색과 성찰
허흥식
2018.12.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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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의식이 객관적 실재의 반영이라고 보는 관점을 ‘반영론(反映論, reflection theory)’이라고 한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문학은 사회의 거울이다. 스탕달이 소설을 가리켜 “큰길을 달리며 주변의 경치를 반영하는 거울”이라 비유한 이래 ‘반영론’은 문학을 창작하고 해석하는 가장
사색과 성찰
장영우
2018.12.2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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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미 오래전 한국불교 의례의 현상과 미래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현대 한국불교 의례의 과제와 제언〉(《철학사상》 11, 2000)이란 논문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 글에서 필자는 한국불교 의례의 문제 상황을 네 가지 주제로 정리하였다. 그것은 첫째 의례형식의 통일, 둘째 의례형식과 내용의 개선(의례의 현대화 · 간소화, 한글화, 법회
사색과 성찰
송현주
2018.12.2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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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 스님이 가시고 가을바람이 부니 가신 분이 더욱 그리워진다. 설악산은 색색으로 물들어 가도 가슴속에 그분의 체취가 감도는 것은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무산 스님이 가셨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어느 분이 나에게 말했다. ‘최 선생은 이제 한쪽 날개를 잃어버린 것’이라고 했다. 무심코 지나가는 말이지만 우연한 말은 아니다. 무산
사색과 성찰
최동호
2018.12.2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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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내 나이 60대 중반이다. 우리나라 남성의 평균 수명이 80세이니 일생의 4분의 3 이상이 지나갔다. 과거가 미래보다 3배나 많은 셈이다. 인생의 향방이 대충 결정 났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간 과거도 바꿀 수 있다. 무슨 황당한 소리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논리적, 과학적인 근거도 있다. 또한 불교 사상과도 연결되는 것 같아 미숙하나 내 나름대
사색과 성찰
정준기
2018.12.20 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