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전성시대최근 들어 부쩍 자유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에 관한 논쟁도 치열해졌다. 거기에는 촛불을 든 사람도, 태극기를 든 사람도 있고, 도로를 점용한 사람도, 이로 인해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새로 정권을 잡아 의기양양한 사람들도 있고, 억울하게 정권을 잃었다고 분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자리의 자유를 외치는 사람도, 기업의 자유를 외치는 사람도 있다. 에스컬레이터가 나를 더 자유롭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도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성의 자유, 결혼의 자유, 반려동물의
1. 들어가며“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있어 멀리 서부터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 도 노여워하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이는 《논어》 〈학 이편〉에 나오는 첫 문장이다. 대학에 다닐 때 이 구절을 접하고서, ‘학(學)’과 ‘습(習)’과 ‘열(說=悅)’의 관계 그리고 ‘기쁨(悅)’과 ‘즐거움 (樂)’과 ‘노여워하지 않음(不慍)’의 차이에 대하여 깊이 고민한 적이 있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희열(悅)’이야말로 도학(道學)의 첫 관문이 아닐까 하고 생
1.들어가는 말몽테스키외는 18세기 그의 조국 프랑스를 비롯하여 유럽 전역에서 명성을 떨친 정치사상가, 법률가, 역사가, 사회경제학자였다. 그는 1689년 1월 18일 프랑스 남부 보르도 인근의 드 라 브레드(De la Brede)성에서 귀족의 아들로 태어나 1755년 2월 10일 파리에서 생을 마쳤다. 그의 전체 이름 “Charles Louis Joseph de Secondat, Baren de la Brede et de Montesquieu”에서 잘 나타나듯이 귀족 출신인 그는 백부로부터 보르도의 고등법원장을 물려받아 10여 년
1. 머리말중국에 불교가 전해진 이후, 외래종교의 사상체계로써 본토의 사상들과 융합이 불가피하였다. 이에 따라 불교는 전래 초기에서부터 본토의 사상인 유가(儒家)와 도가(道家)와의 사상적 융합이 이루어졌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결국 수대(隋代)에 이르러 유불도 3교가 정립(鼎立)되었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인도와 서역의 불교와는 다른 중국불교의 독특한 사상이 형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유 · 도 양가에서도 심각한 사상적 변용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를 모두 논할 수는 없지만, 유학과 불교의 관계에 한정하여 말하면, 불교는 유학의 인성론
1. 머리말불교로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읽는다 함은, 불교의 관점에서 불교와의 동이점을 고려하여 불교적 해석을 시도하는 작업이다. 이는 불교라는 거산(巨山)에서 어느 길을 선택하여 어떻게 등반할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다소 쉽지 않은 등정이다. 고전 자체만 놓고 분석하면 내용 해석은 가능하지만, 사상이 태동한 심층적 사유에까지 이르기는 어렵다. 사상의 지층에 도달하여 강력한 실천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인물의 삶과 실존적 문제의식을 이해하고 공감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윤리교육의 관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삶의 지평에
1. 머리말불교가 중국에 전해진 것은 서한(西漢)의 무제(武帝)에 의하여 ‘실크로드’라고 칭해지는 서역과의 교통로가 개척되어 상인들이 왕래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불교를 받아들이고 신앙하게 된 것은 동한(東漢) 시기에 시작된 일이니, 최소한 백 년 이상의 잠복기를 거친 셈이다. 이렇게 불교가 중국인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원인에는 선진(先秦) 시기 이전부터 형성된 ‘이하지방(夷夏之防)’의 의식이 작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척박한 지역에 거주하는 주변 소수민족들의 비옥한 중원을 노린 침
1. 들어가는 말‘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참으로 쉬운 것 같으면서도 난해한 문제이다. 따지고 보면 붓다의 가르침이란 이 물음에 대한 깨달음을 우리에게 전해 주고자 한 것이 아니겠는가. 중국 선진시대(先秦時代) 사상가 묵자(墨子, B.C. 468?~B.C. 376?)는 ‘서로 함께 나누는 사랑과 이로움’으로 살아야 한다고 단언한다. 나와 남을 분별 짓지 않고 아낌없이 사랑하며 살아갈 때 우리는 갈등과 대립, 다툼에서 벗어나 인간답게 살 수 있으며, 척박하고 곤궁함 속에서도 남과 이로움을 공유할 때 비로소 참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
1. 불교와 마르크시즘, 공통점과 차이2015년 필자는 고 백기완 선생께 졸저 《인류의 위기에 대한 원효와 마르크스와 대화》의 추천사를 부탁드리러 초고를 가제본하여 병문안을 하였다. 선생은 앉은 채로 그걸 무릎 위에 놓고는 표지를 열어보지도 않은 채 꽤 오랜 시간을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다. 병실에 침묵이 흘렀다. ”도대체 이 두 사람이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는가를 한참 생각한 게야.”라고 말씀한 후에야 표지를 넘겼다. 이때의 생각을 추천사의 서두에 “《원효와 마르크스의 대화》라는 이름으로 갓 꾸린(가본) 글묵(책)을 손에 든 때
얼마 전에 작고한 세계적인 신학자 겸 종교학자 한스 큉(Hans Küng, 1928~2021)은 이웃 종교에 대한 기초적 연구가 없으면 종교 간의 대화가 있을 수 없고, 종교 간의 대화가 없으면 종교 간의 평화가 있을 수 없고, 종교 간의 평화가 없으면 세계 평화가 있을 수 없다고 하였다. 한국의 양대 종교인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관계에서 상호 간의 원만한 이해와 대화를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우선 불교인으로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기초가 되는 성경에 대해 기본적인 것을 알고 있는 것이
노자(老子, 기원전 5~6세기)와 불교의 관계는 참으로 깊을 뿐만 아니라 오래되었다. 깊다는 것은 불교의 핵심 개념인 ‘공(空)’이 처음에는 노자의 ‘무(無)’로 번역되었음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고, 오래되었다는 것은 불교가 중국에 도래했을 때 중국인들이 부처를 서쪽으로부터 온 얼굴 검은 노자로 여겨 ‘황면노자(黃面老子)’로 불렀음을 떠올리면 바로 알 수 있다. 이제는 부처를 노자로 볼 사람은 없다. 불교의 현실적 위세는 이미 노자를 종주(宗主)로 삼는 도교의 영향을 맞먹거나 넘어선다. 우리나라에서는 물론이고 도교 세력이 강한
자연, 걸림 없음, 우리의 교육1. 머리말어느 시대에나 교육은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교육받아야만 비로소 온전한 인간이 될 수 있는 ‘교육적 존재로서 인간(호모 에듀케이투스, Homo Educatus)’은, 자신의 몸을 지켜낼 수 있는 날카로운 무기를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너무 일찍 세상에 나오는 조기 출산의 숙명을 교육을 통해 비교적 잘 극복해왔다. 만약 제대로 된 교육이 없었다면 인류는 현재와 같은 문명은커녕 역사 속 어느 지점에서 사라져버리는 운명을 맞았을지도 모른다.물론 현재와 같은 인류의 생존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1.장자(莊子)BC 369년 - BC 286년동아시아 불교에서 장자 사상과 불교의 관계는 중요한 과제다. 도에 깊지 못한 사람은 불교경전이나 논서를 열람하는 도중에 제자백가의 문장과 만나게 될 경우, 마치 호랑이도 만난 듯 그 언어문자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외도(外道)의 말이라 하여 일축하기만 할 뿐이다. 또한 《장자》의 어느 구절을 풀이하기 위해 불교경전을 인용해 입증하다가 한 마디라도 서로 일치할 경우 대장경이 장자로부터 유출되었다고 장담하기도 한다. 임희일(林希逸)은 《남화진경구의(南華眞經口義)》, 육장경(陸長庚)은 《남화
1. 시작하면서플라톤의 《국가론》에 등장하는 정체 중에서 가장 나쁜 정체인 참주정은 민주정체를 숙주로 출현되는 정체이다. 이 글은 《국가론》의 중심 주제인 철인정치나 플라톤의 정치사상이 아니라, 철인정치의 타락으로 시작되는 정체의 변화 과정에서 가장 나쁜 정체인 참주제를 견인하는 민주정체에 대한 플라톤의 조롱과 폄하를 무상과 무아의 관점으로 독해해 보고자 하는 시론이다. 《국가론》에는 몇 가지 독해 가능한 연기론적 코드가 있지만, 여기서는 다음 두 가지 점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는 플라톤이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6가지
1. 몽테뉴의 생애와 사상몽테뉴(Michel de Montaigne, 1533~1592)는 르네상스 당시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인이며 문필가이다. 그는 남프랑스 페리고르 지방의 몽테뉴 성(城)에서 출생하였다. 보르도에서 포도주 장사로 부자가 된 그의 증조부가 성을 매입했다. 몽테뉴의 부친은 이탈리아 전쟁에서 참전하고 돌아와서 이 성을 확장하고 가꾸어 귀족행
1. 《대학(大學)》이라는 책 《대학》이라는 책은 그것이 독립된 책으로 출현하는 데부터 불교와 연관이 되어 있다. 중국에 불교가 전래되어 온 뒤 수, 당대를 지나면서 그야말로 전성기를 맞게 된다. 화엄 사상 등 중국화된 불교의 교리 체계가 자리 잡고, 중국의 지성사에 큰 획을 긋는 발전을 이룩하는 것이다. 그러한 사실이 중국의 유자들에게는 매우 심각한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