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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오지 않고달이 오네 그대 오지 않고달이 가네 그대 오지 않고달이 지네 지구 하나가아득한 절벽 아래로툭, 떨어지네 — 시집 《달의 빚는 남자》(문예바다, 2023) 김선영1962년 《현대문학》 등단. 《사가(思歌)》 《허무의 신발가게》 《라일락나무에 사시는 하느님》 《쓸쓸한 것들을 향하여》 《달을 배웅하며》 등. 현대시학상, 한국문학상 등 수상.
내 마음의 시
김선영
2024.03.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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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연한 눈빛은 먼 곳에 정을 두고 돌아올 줄 모르네 수평선— 바다는 불같은 가슴을 잠재울 수 있을까 사랑하니까 자주 드나드는 파도처럼 상처는 문득 아름다운 흉터를 남기지 한 사람이 바닷가에 오래 서서 떠날 줄 모르네 — 시집 《길에서 만난 눈송이처럼》(문학들, 2023) 박노식2015년 《유심》으로 등단.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 등.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내 마음의 시
박노식
2024.03.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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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그치고질퍽하던 웅덩이를푸르게 뒤덮은 잡초들//세상에 태어나서그 흔한 이름 하나 갖지 못해‘잡’이라 불리는 것들//뿌리 내린 한 뼘 땅도 빼앗겨뽑혀 버려진 곳에 다시푸르게 잎을 피워더러운 세상을 감싸 안나니,//무성하거라, 잡초여!번성하고 번성하여 마침내온 세상을 푸르게 점령하여라! — 시집 《사라진 것들의 주소》(천년의시작, 2023) 이복현1994년 〈중앙일보〉 시조 장원. 1999년 대산창작기금 수혜로 본격 작품활동 시작. 시집 《한쪽 볼이 붉은 사과》 《눈물이 타오르는 기도》 등. 아산문학상, 시조시학상 등 수상.
내 마음의 시
이복현
2024.03.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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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빙 돌아가는 세탁기 속에쿡 처박히고 싶다.알몸 마구 구겨 넣어센 물살에 돌아가고 싶다. 씻어내도 씻어내도 묻어나는 오물처럼때절은 마음의 죄 한 번 짓고 나서도구역질 한 번으로 시원해진다면. 하얀 거품 속이라도 빨려들고 싶다.그리움도 흔들어 짜낼 수 있다면사랑도 세탁기로 짜낼 수 있다면. — 시집 《하늘 눈물》(시선사, 2022) 문봉선1998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독약을 먹고 살 수 있다면》 《진심으로 진심을 노래하다》 《꽃핀다》 등. 한국현대시인 작품상 수상.
내 마음의 시
문봉선
2024.03.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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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가 지나더니아직 2월 중순인데봄물 흐르고야윈 나무들 곧 새순을 올릴 듯하고 거리엔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올해는 봄이 빨리 오려나 봅니다보고 싶은 사람도이렇게 빨리 왔으면 좋은 날입니다 — 시집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문학과지성사, 2023) 곽효환1996년 〈세계일보〉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인디오 여인》 《지도에 없는 집》 《슬픔의 뼈대》 등. 유심작품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 현재 한국번역문학원장.
내 마음의 시
곽효환
2024.03.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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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가지 욕망 들끓고업보와 죄악 꿈틀대다 차갑게 굳어버린 오척(五尺) 몸뚱어리 불꽃으로 타올랐다연기로 날아가고 한순간 다시 식어한 줌 재로 남는 시간 * 화장(火葬)에 걸리는 시간. — 시집 《차마고도 외전(外傳)》(북인, 2023) 조현석198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에드바르트 뭉크의 꿈꾸는 겨울 스케치》 《불법, …체류자》 《울다, 염소》 《검은 눈 자작나무》 등. 현재 도서출판 북인 대표.
내 마음의 시
불교평론
2024.03.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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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아홉 시혼자인 그 여자집 앞 차 안에서밝게 전화하고 있다 사랑이었으면좋겠다. — 시집 《담록빛 물방울》(서정시학, 2023) 나기철 1987년 《시문학》 등단. 시집 《섬들의 오랜 꿈》 《남양여인숙》 《뭉게구름 뭉개고》 《올레 끝》 《지금도 낭낭히》 등. 풀꽃문학상, 서정시학상 등 수상.
내 마음의 시
나기철
2024.03.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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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공포보다무서웠으리사채업자에게 진 노름빚보다무서웠으리내가 죽어도울어줄 사람 없다는 사실이 * 도스토예프스키(1821~1881) — 시집 《사람 사막》(더푸른 출판사, 2023) 이승하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폭력과 광기의 나날》 《불의 설법》 등 16권. 유심작품상 등 수상.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
내 마음의 시
이승하
2024.03.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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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포기각서 아침 산책길 오솔길 길가참국수나무덤불 속, 알을 품은 뱁새가 제집 속에서꼼짝 않고 나를 빠안히바라보아요. 아무래도오늘은 걍, 되돌아가야겠어요 — 시집 《민하마을의 사계, 봄》(문예원, 2023) 김익두198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햇볕 쬐러 나오다가》 《서릿길》 《숲에서 사람을 보다》 《녹양방초》 《지상에 남은 술잔》 《사랑혀유, 걍》 등. 전북대 명예교수.
내 마음의 시
김익두
2024.03.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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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죽어서흙으로 간다지만 한 줌 재가 되어바람으로 떠돈다지만 먼 나라산마을 사람들새의 먹이가 된다 — 시집 《상처에게 말 걸기》(책만드는 집, 2023) 김영재1974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유목의 식사》 《목련꽃 벙그는 밤》 《녹피 경전》 《히말라야 짐꾼》 등. 유심작품상, 고산문학상, 중앙시조대상, 가람시조문학상 등 수상.
내 마음의 시
김영재
2024.03.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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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 치울 쓰레기 많아난 아직 이대로 잠들 수 없네 지난날/ 왜적 쓰레기 치우느라몹시도 바쁜 시절이 있었지 쓸어도 쓸어도/ 돌계단 바닥에 납작 달라붙어떨어지지 않던 젖은 낙엽 아직도 그 쓰레기/ 이 땅에 남아 우리에게여전히 고통과 시련을 주네 나는야 극장 경비/ 방앗간 보조까지 두루 다 해봐서쓰레기 청소는 내 몫일세 — 시집 《내가 홍범도다》(한길사, 2023) 이동순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개밥풀》 《물의 노래》 《지금 그리운 사람은》 《멍게 먹는 법》 《고요의 이유》 등 21권. 신동엽문학상, 정지용문학
내 마음의 시
이동순
2024.03.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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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이 헛것일 줄 알기까지한 세월이 지났구나밝았던 얼굴, 낭랑했던 음성눈부셨던 둘레에헛것 가득 찬 줄 알기까지한평생이 걸렸구나벼락, 천둥인 줄 알았던 것도 헛것이고젖은 신발인 줄 알았던 것도 헛것이고모래도 헛것이고, 티끌도 헛것이고흰 살결도, 검은 눈물도. 꽃도, 안개도절집도, 성당도, 학교도, 국가도아직 오지 않은 천년도모두가 헛것이었구나헛것인 줄 알기까지 한평생이 걸렸구나— 시집 《건들거리네》(동학사, 2023) 조창환 /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나비와 은하》 《저 눈빛, 헛것을 만 난》 《허공으로의 도약》 《
내 마음의 시
조창환
2023.10.31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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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받은 사랑을 기한 내 변제하지 못해 계약서에 사인한 대로 오늘 이 시각부터 신체의 모든 권리를 당신에게 양도합니다남은 기간 두 눈은 당신만 바라보고 양손은 언제나 당신 손만 잡을 것이며심장은 늘 당신만을 향해 뛸 것을 약속합니다 — 시집 《두근두근 우체국》(책만드는집, 2023) 이소영2014년 《유심》으로 등단. 연세대 국문과 졸업하고 삼희기획과 코래 드에서 광고 카피라이터로 활동. 〈불교신문〉에 문화인 칼럼 연재 중.
내 마음의 시
이소영
2023.10.3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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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던 아우성도 이명만 남았습니다 피 흘린 시간들도 꾸들꾸들 눅었구요 내리고 가라앉히니고요합니다 편안합니다 — 시집 《다정한 무관심》(현대시학, 2023) 김영주2009년 《유심》으로 시조, 2016년 《푸른동시놀이터》로 동시 등단. 시집 《미 안하다, 달》 《오리야 날아라》 《뉘엿뉘엿》 등.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수상.
내 마음의 시
김영주
2023.10.3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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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 한복판에 우뚝 솟은 측백나무 한 그루 우람하니 잘 컸네요, 했더니스님이 되묻는다저 나무가 왜 잘 자랐는지 아는가 제멋대로 둬서야생긴 대로 흐르게 두어서진돗개 한 마리낯선 발소리 아랑곳하지 않고 네 다리 뻗은 채 자고 있다 — 시집 《물의 시간이 오고 있다》(현대시학, 2023) 김금용1997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각을 끌어안다》 《핏줄은 따스하다, 아프다》 《넘치는 그늘》 《광화문 자콥》 등. 한중 번역시집 《문화혁명이 낳은 중국 현 대시》 등. 현재 《현대시학》 주간.
내 마음의 시
김금용
2023.10.3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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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 모일 식구 없음을 알면서도 그래도 아버지 흉내를 내보느라 호떡을가방에 사 넣고 지하철에 몸 싣는다하나둘 가로등에 불빛이 들어오면왜 눈물이 나는 건지, 본성의 눈물인지 품 안에넣어온 아버지의 풀빵 목젖까지 젖는 밤 — 시집 《물까치 둥지》(현대시학, 2023) 최도선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집 《 나비는 비에 젖지 않는다》 《겨울 기억》 《서른아홉 나연 씨》 《그 남자의 손》 등과 비평집《숨김과 관능의 미학》이 있다.
내 마음의 시
최도선
2023.10.3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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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하늘에 있고 구름은 땅에 있으니몇 사람이나 저울눈 자리를 잘못 읽었던가 속삭이는 개울물 소리은코끼리는 손가락을 세워 무방비로 찔러댑니다 그래도 땅에 한 선객이 휴지를 줍습니다또다시 하늘 틈새로 별들이 쏟아집니다집집마다 달빛이 가득, 방방마다이것이 이곳의 소식입니다 이곳엔,손등 예쁜 사람은 손가락조차 예쁘답니다 — 시집 《외발아지랑이 노래》(시와세계, 2023) 송준영198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눈 속에 핀 하늘을 보았니》 《습 득》 《조실》 《물 흐르고 꽃피고》 등. 시론집 《선, 언어로 읽다》 등. 유심 작품상(
내 마음의 시
송준영
2023.10.3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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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눈 덮인 장항습지 어쩌다 외따로 떨어진 쇠기러기 한 마리찢어진 날개 퍼덕이며 무리 찾아 날아간다꺼억꺼억, 울음보 터뜨리며쇠기러기, 너도 나처럼 약간은 외로운가 보다 혼자서 견디기 힘든가 보다. — 시집 《뒤뚱거리는 마을》(서정시학, 2023) 이은봉 1983년 《삶의 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봄바람, 은여우》 《생활》 《걸어다니는 별》 등. 김달진문학상, 풀꽃문학상 등 수 상. 현재 광주대 명예교수, 대전문학관 관장.
내 마음의 시
이은봉
2023.10.3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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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불 들어가도산 날보다 뜨겁겠나?강물보다 넓고 바람보다 깊게 불 들어온다불 들어온다 괜찮다, 괜찮다산 날마다 불 들어온다 — 시집 《너의 이름만으로 행복했었다》(두엄, 2023) 문형렬1982년 〈조선일보〉에 시, 〈매일신문〉에 동화가 당선된 이래 시, 소 설, 동화 등 작품집 30여 권을 냈다. 시집으로 《꿈에 본 폭설》 등이 있 다. 최계락문학상 등 수상.
내 마음의 시
문형렬
2023.10.31 05:15